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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에 미운털' 文정부 통일장관…3명 모두 고소·고발 수난

조명균·김연철 이어 이인영도 못 피해 '명예훼손' 피소
"남북관계 개선 우선시하다 北인권·탈북민 문제 '뒷전'"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2021-02-27 17:47 송고 | 2021-02-27 18:15 최종수정
탈북민 4명이 지난 2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했다. 2021.2.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탈북민 4명이 지난 2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했다. 2021.2.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일부 탈북민에게서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당했다.

통일부 장관은 통일·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정부 각료 가운데 탈북민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때론 그들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이지만 2명의 전 장관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장관 3명 모두 탈북민과 연관된 문제로 고소·고발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탈북민을 소외시킨 데 따른 결과"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장관에 앞서 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2017년 7월~2019년 4월)이었던 조명균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10월 남북고위급회담 공동취재단에서 탈북민 출신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를 배제한 것과 관련해 '직권남용'을 이유로 보수 성향 시민단체 '자유연대'로부터 고발당했다.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2019.2.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2019.2.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조 전 장관은 당시 "판문점과 남북고위급회담의 여러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자유연대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김 기자의 기본권 중 직업선택의 자유와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었다.

또 현 정부 제2대 통일부 장관(2019년 4월~2020년 6월)이자 이 장관의 전임자인 김연철 전 장관은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을 강제로 다시 돌려보냈단 이유로 국내 법원이 아니라 아예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됐다.

북한민주화위원회·자유북한방송 등 탈북민 관련 단체로 구성된 북한인권단체 총연합회는 당시 김 전 장관과 정의용 현 외교부 장관(당시 국가안보실장), 서훈 현 안보실장(당시 국가정보원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등 4명을 ICC에 고발하면서 "정부가 귀순한 북한 주민들을 북으로 강제 추방한 건 비인도적 행위"라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이때 우리 정부는 해당 북한 주민들을 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귀순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우리 측에 신병이 확보되기 전에 함께 배를 타고 나온 오징어잡이 배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어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2020.6.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2020.6.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특히 정의용 장관은 최근 실시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당시 북한 주민들의 강제 북송 결정은 "온당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 3대 통일부 장관인 이 장관은 이달 3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허위사실을 얘기해 탈북민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22일 고소당했다.

이 장관은 간담회 때 북한 인권기록물 공개에 관한 질문에 "기록이 실제인지 일방적인 (탈북민) 의사를 기록한 것인지 아직 확인·검증 과정이 부족하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고, 이에 탈북민들이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고소인 최성국씨 등 탈북민 4명은 이 장관의 해당 발언과 관련해 "외신들 앞에서 탈북민 증언을 거짓말일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이 때문에 앞으로 탈북민들의 북한 내 인권 문제에 대한 증언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2021.2.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2021.2.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논란이 커지자 통일부는 고소 당일이던 22일 부랴부랴 "이 장관은 '탈북자들의 증언이 신뢰할 수 없는 거짓말'이란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없다"(이종주 대변인)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다'와 '거짓말일 수 있다'의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는 식의 해명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통일부는 현재 이 장관 고소 건 외에도 내달 30일 시행되는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놓고도 탈북민과 국제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듣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과거엔 탈북민을 북한의 탄압을 피해 온 '먼저 온 통일'이라고 봤던 반면, 현 정부는 북한을 배신하고 온 사람으로 보는 듯하다"며 "그렇기에 탈북민들이 하는 얘기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고, 그래서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현 정부에선 아무래도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는 순간 남북교류를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 같다"며 "남북 간 교류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을 향해 너무 '저자세'로 가다 보니 탈북민과 인권 문제 등이 뒤로 밀리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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