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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기업' 꼬리표 떼는 네이버…전세계 종횡무진 미래사업 '깃발꽂기'

'스페인의 당근마켓' 왈라팝에 1550억 투자…역대 K펀드 최대규모
'가성비' 따지고 개성·친환경 중시하는 Z세대로 중고시장 급성장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1-02-26 17:28 송고
분당 판교 네이버 사옥.  © News1 민경석 기자
분당 판교 네이버 사옥.  © News1 민경석 기자

'포털공룡' 네이버의 글로벌 영토확장이 거세다.  

주력인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을 장악한 '내수 기업'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는 시도다.
'불모지'였던 일본 시장에서 자회사 '라인'을 통해 첫 해외 진출 성공사례를 만든데 이어 최근 동남아는 물론, 북미, 유럽 등 전세계를 무대로 한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스페인의 당근마켓'이라 불리는 최대 온라인 중고 거래 업체 '왈라팝'에 1억1500만유로(약 1550억원)을 투자했다고 26일 밝혔다. 

유럽 스타트업 투자 펀드 '코렐리아 캐피탈 K-펀드1'을 통한 투자다. 이번 투자로 확보한 왈라팝 지분은 10% 상당인 것으로 전해진다. 1550억원은 네이버카 2016년 K-펀드에 참여하며 글로벌 투자 행보를 선언한 이후 최대 규모다. 네이버의 K-펀드 참여는 2억 유로 상당 조성됐는데, 이중 절반 이상을 왈라팝 투자에 쓴 것이다.

이 펀드는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금융 전문가 앙투안 드레쉬가 설립한 스타트업 육성 펀드다.
왈라팝은 스페인의 대표적 중고거래 서비스로 자국 내 63%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패션·의류·전자기기와 같은 일반적 소형 품목부터 자동차·오토바이·부동산까지 거래된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텁 '캐서렐'에 748억6300만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왈라팝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캐러셀은 2억5000만개 이상 제품을 판매하며 싱가포르·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제도·대만·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9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 떠오르는 新 먹거리 '중고거래'

이번 투자는 네이버가 국내 대표 C2C(개인 간 거래) 사업자로서 글로벌 외형 확장을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2C 사업에서 중고거래 시장은 떠오르는 신(新) 먹거리다.

세계 최대 중고 웹사이트 '스레드 업' 등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은 지난해 280억 달러에서 2025년 64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가성비'를 따지고 절약하는 소비 트렌드가 나타났고, 개성과 친환경을 중시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들을 중심으로 '리셀 재테크'라는 현상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명품과 스니커즈다.

실제 2019년 11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가수 지드래곤과 협업해 만든 운동화 '에어 포스 1 파라-노이브' 818켤레 한정판은 정가 21만9000원을 훨씬 웃도는 수백만원에 중고 시장에서 거래됐으며 지드래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제품은 1300만원대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네이버도 지난해 1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 서비스를 출시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 © 뉴스1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 © 뉴스1

현재 네이버는 C2C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업체(개인)의 거래나 트래픽을 경유해 발생하는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는 광고수익모델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의 커머스 거래액은 27조원으로 추정된다. 스마트스토어의 공격적인 수수료 정책과 간편결제 네이버페이가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한 쿠팡과 가격비교·페이·오픈마켓 경쟁력에 기반한 네이버 쇼핑으로 재편되고 있다.

여기에 오는 3월1일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 경영통합에 따라 네이버쇼핑의 일본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커머스 부문에서의 글로벌 시장 확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본력과 인프라 확충면에서 한계를 느꼈던 중소상공인(SME)의 해외 시장 확대가 진행된다면 네이버의 커머스 생태계 구조는 한층 더 커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양한 품목들이 거래되는 중고 상거래 플랫폼 특성상 추후 네이버가 보유한 AI·vision 등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왓패드' 인수로 IP사업 드라이브

네이버는 북미·유럽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K펀드를 통해 지난해 유럽 1위 및 글로벌 2위 글로벌 럭셔리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와 음향기술전문기업 '드비알레'에 투자했다. 또 리쿠르팅 플랫폼 '잡티저'와 유럽·아프리카 등 40개국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볼트' 등 17개 기업에도 투자한 바 있다.

지난 1월엔 캐나다의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전격 인수하며 해외 지식재산권(IP)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왓패드는 전세계 9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웹소설 플랫폼으로 창작자 500만여명이 쓴 10억편의 콘텐츠를 봉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글로벌 사용자도 720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는 2013년 유료보기와 광고, IP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수익 다각화 프로그램을 북미·유럽에 적용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근간 콘텐츠로 성장에 공을 들인다는 전략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조만간 직원들에게 글로벌 투자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이 GIO는 전날 열린 사내 직원 간담회 '컴패니언 데이'에서 "사업을 위해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를 중심으로 늘 고민하는데, 투자 등 글로벌 전략에 대해선 2주 후에 만나자"고 밝혔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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