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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연기 살살해라' 극찬"…이홍내가 그린 '경소문' 빌런(종합)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1-02-27 09:00 송고
배우 이홍내/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1
배우 이홍내/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1
지난달 종영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와 카운터의 대결이라는 판타지 스토리와 함께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재미를 더했다. 저마다 탄탄한 서사와 강렬한 임팩트의 캐릭터를 입은 배우들의 활약이 빛난 가운데, 악귀 지청신을 연기한 이홍내의 존재감도 컸다. 이야기의 긴장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악역의 존재감이 중요한법, 지청신은 카운터들을 뒤흔들었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왔다. 싸늘한 눈빛에, 파괴력이 큰 에너지의 악귀 지청신의 등장마다 "연기 좀 살살 하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지청신을 연기한 이홍내는 '경이로운 소문' 종영 후 인터뷰에서 '칭찬'으로 받아들였다면서 웃었다. 그는 배우의 꿈을 이루기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털어놨고, 단단한 가치관과 소신을 드러냈다.

이홍내는 오디션을 통해 '경이로운 소문'에 합류했다. 후에야 알게 됐지만 '경이로운 소문'의 주인공인 조병규의 추천이 있었다. 그가 웹드라마 '독고 리와인드'에 함께 출연한 이홍내를 언급했고, 유선동 감독이 오디션을 통해 발탁했다. 이홍내는 "조병규씨가 나를 추천했다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다"면서 "감독님이 작품 끝날 때 즈음에 '홍내 너는 정돈되지 않은 거친 에너지가 있고 그게 네 장점 중 하나'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홍내는 "지청신을 연기하면서 카운터들에 맞섰을 때 절대로 밀리지 않는 에너지에 중점을 뒀다"면서 "초반부터 지청신이 3단계 악귀로 나오는데 이때 내가 밀리면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시시해질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사람같지 않은, 어쩌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고 투박할 수도 있지만 카운터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사람같지 않은' 악귀 지청신. 이홍내는 이 캐릭터를 위해 고통을 느끼지 않는 로보트같은 캐릭터, 로보트와 인간의 대결같은 느낌을 고민했단다. 그는 "디테일하게는 막고 때리는 액션보다, 부수고 다 밀어버리는 식의 액션에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홍내/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배우 이홍내/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호평을 많이 받았지만 스스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홍내는 "100점 중 20점으로 생각할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내가 왜 이렇게 했지? 왜 이런 걸 생각하지 못 했지? 싶은 장면들이 있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연기할 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지청신을 잡기 위한 이야기인데 지청신이 시시하면 드라마 자체가 시시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목숨을 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연기 좀 살살 하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그는 "극찬이었다"면서 "너무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됐다"고 답했다. 이홍내는 "사실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고,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확신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내가 캐릭터대로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느낌으로 다가갔구나 싶었다"고 했다.

악귀로서 보여준 위압감과 달리, 양부 앞에서는 애정을 갈구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는 지청신이다. 이홍내는 "두 면모를 두고 톤 조절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면서 "카운터들에게 내가 충분히 기괴하게 보인다면, 그에 반대되는 장면은 어떻게 연기하든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리낌없이 전회장(이도경 분)을 죽이는 장면은 공포 영화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홍내는 "나는 원래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이고 '곡성'을 보고 잠을 설친 기억도 있다"면서 "그래서 도하나(김세정 분)를 보는 장면, 전회장을 죽이는 장면들은 나도 보고 놀랐는데 선배님이 워낙 실감나게 연기해주신것 같다"고 했다.
배우 이홍내/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배우 이홍내/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경이로운 소문'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SNS 등 온라인에서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이홍내는 SNS를 하지 않아 인기를 실감할 수는 없었다고.

그는 "나의 취미 중 하나가 좋아하는 배우의 인터뷰를 검색해서 가장 오래 된 인터뷰를 읽는 것이다"라며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알 수도 있고, 내 나름대로 드라마와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다"라고 했다. 이어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분들도 나처럼 인터뷰로 봐주시면 어떨까 싶다"면서 "SNS는 아직 쑥스럽기도 하고, 지금은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홍내는 지난 2014년부터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고, 6년만에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렸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이렇게 사랑받는 것은 처음이다"라면서도 "특별히 비중이 크다고 해서 더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고 그동안 연기활동도 최선을 다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많은 분들이 보시지 못 했지만, 그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한 경험을 토대로 최선을 변함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서른두살. 이홍내는 무명시절을 돌아보면서 "다들 힘들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게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며 "재미있던 시절이었다"라고 했다.

경남 양산 출신인 그는, 집에는 부산에 있는 대학에 간다고 하고 상경했다.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는 "무작정 고시원에 들어가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서"새벽에 인력소개소에 나가서 일용직 일도 했는데, 남들은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만 나는 숫기도 없고 낯가림도 심해서 오히려 이쪽이 더 편했다"라고 했다.

배우로 자리잡으면서 부모님의 걱정도 덜었다. 이홍내는 "'경이로운 소문'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어머니가 '네가 이 일을 계속 해도 되겠다.너 참 잘한다'라고 문자를 보내셨을 때다"라며 "아버지도 내게 말은 안 하시지만 주변에 내 자랑을 많이 하신다더라. 참 감동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이홍내/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1
배우 이홍내/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1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차기작 질문에 "역할은 상관이 없다"면서 "악역을 했다고 해서 다음을 선택하는 기준이 '선과 악'은 아닐 것 같다.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홍내가 배우의 꿈을 키우며 찾아본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누구였을까. 그는 "하정우, 최민식, 한석규 선배가 생각난다"며 "나는 배우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삶을 연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선배들이) 연기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느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터뷰를 보게 될 후배들, 배우지망생에게 하고픈 말을 물었다. 그는 "후배들아 보고 있니? 나도 너희들처럼 인터뷰를 찾아보던 소년이었어, 이런 나의 인터뷰를 찾아봐줘서 고맙고 감사하고 이 인터뷰가 너희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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