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美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검토에 韓 기업 '반사이익' 기대

美, 반도체·배터리 등 대한 中 의존도 낮추려는 목적
한국이 경쟁력 갖춘 품목들…"韓 기업 역할 커질 것"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주성호 기자, 김동규 기자 | 2021-02-25 14:58 송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기 전에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수급에 문제점을 드러낸 반도체·배터리 등 중요 산업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중국을 겨냥해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이란 해석이 우세한 가운데, 이들 품목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칩과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분야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을 100일 동안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들 품목의 공급선을 다변화해, 필수 부품 부족 등으로 자국 제조업 기업들이 생산 라인을 멈추는 일을 없게 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 품목은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시장점유율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적대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이란 해석이 많다. 중국이 이들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는 등 무기화할 경우 미국 산업계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인 일본에 대해 희토류 공급을 줄여 일본 산업계에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백악관은 주요 품목에서 중국 등 적대국에 과잉 의존하는 건 해결돼야 할 핵심 위험이라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칩을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번 조치로 미국 정부가 한국·일본·대만 등 기존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공급망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의 경우 2030년 중국의 생산량이 전세계의 24%까지 늘어나 1위가 될 전망인데, 미국 입장에선 향후 수급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인 한국 기업이 수혜를 입는 등 국내 산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공장 건립이나 투자 확대 등을 유치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손짓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선 선택지가 넓어졌기에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40~5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나온다. 이번 미국 정부의 결정은 분명 호재지만,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중국도 버릴 수 없는 시장이란 것이다. 미국 정부가 반중(反中) 정책을 더욱 확대해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에 대해 반도체 공급을 하지 말라고 압박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기업은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당해 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중국과 거래를 끊으라'는 단도직입적 압박이 아니라 '미국과 조금 더 일을 같이 하자'는 시그널"이라며 "단기적인 영향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반도체 업계보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 배터리 시장은 자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 등 지원에 힘입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은 밀려난 상황이다. 어차피 중국 시장 점유율이 적은 만큼 눈치를 볼 것도 없고, 미국이 중국 배터리를 배제한다면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으로 주문이 몰려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가 더뎠는데 친환경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며, 미국 투자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도 이번 미국 정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며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2026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25%'라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선 막대한 배터리가 필요한데, 중국 기업 배제에 대한 대안으로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州)에 짓고 있는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패소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쓸 가능성도 제기된다.


themo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