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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행정부, 병역대체 '폭넓게 인정' 판단 잇따라(종합)

대법, 예비군 불참자에 "진정한 양심 따랐다면 무죄"
병무청도 종교 아닌 '개인적 신념'에 대체복무 인정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윤수희 기자 | 2021-02-25 11:30 송고 | 2021-02-25 11:33 최종수정
마스크를 착용한 군 장병들 <자료사진> 2021.2.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마스크를 착용한 군 장병들 <자료사진> 2021.2.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종교가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더라도 사실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정부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잇달아 나왔다.

대법원은 25일 "폭력과 살인을 거부하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예비군훈련에 불참,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훈련 거부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데 해당한다면 정당하다고 봐야 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2월 전역 후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 3월부터 2년 간 16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및 병력 동원훈련에 불참해 기소됐다.

그러나 A씨는 재판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고, 이에 검찰 측에선 A씨가 총기로 사람을 공격하는 컴퓨터게임 등을 한 전력이 있다며 증거를 제시하는 등 그가 가졌다는 '신념'의 "진실성의 의심된다"고 밝혔지만 법원은 끝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A씨의 1·2심 재판부는 그가 예비군훈련 불참 때문에 수년 간 조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병역 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앞서 지난달 28일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훈련 거부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도 지난달 소집된 전원회의에서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대체복무를 요청한 오수환씨(30)에 대해 대체역 편입을 인정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에서 활동해온 오씨는 2018년 4월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고 대체역 복무를 신청했다. '전쟁 없는 세상'은 "모든 전쟁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범죄일 뿐"이란 등의 이유로 병역 거부운동을 벌이는 단체다.

검찰은 오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대체역 심사위는 그의 병역 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해 대체역 편입 신청을 인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이 '여호와의증인'과 같은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닌 병역 의무자에 대해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대체역 편입 결정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위는 오씨 외에도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을 마치고 예비군에 편입된 B씨가 예비군훈련 대신 대체역을 신청한 데 대해서도 역시 인용 결정했다. B씨는 전문연구요원 복무 뒤 예비군 훈련을 2차례 받았지만 '도저히 총을 잡을 수 없다'며 대체역 편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심사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앞으로 예비군 6년차까지 매년 3박4일간 교도소에서 대체역 복무자와 마찬가지로 급식·물품 보급·보건위생 등의 보조업무를 하게 된다.

지난해 대체역법 시행 뒤 현재까지 대체역 편입을 신청한 사람은 2052명이며, 이 가운데 신청이 허용된 사람은 944명이다. 대체역 편입 허용자 중에서 오씨와 A씨 2명을 제외한 942명은 모두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대법원과 병무청 등의 관련 판결 및 결정을 계기로 병역 의무자가 종교적·비종교적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역 입영과 예비군훈련 모두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병무청은 병역자원 감소와 병역회피 사례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1~3급을 받은 병역의무자는 학력에 관계없이 현역병 입영대상이 되도록 하고, △온몸에 문신을 새겼더라도 현역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상태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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