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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한예리 "전환점 된 '미나리'…오스카 수상 바람 굴뚝같죠"(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1-02-23 12:50 송고 | 2021-02-23 17:59 최종수정
판씨네마 제공 © 뉴스1

"혹시라도 제가 못 하게 되면 정말 좋은 한국 배우를 소개하겠다고 할 정도로 감독님의 매력이 엄청났어요."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한예리는 이 영화가 이처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이 너무나 좋은 사람이어서 그의 인품에 반해 영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선배 배우 윤여정이 비슷한 이유로 출연을 결정했듯이 말이다.

"염두에 둔 배우가 있었냐고요? 아니요, 어떤 배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무조건 한국 배우가 해야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모니카가 한국의 정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캐릭터는 외국에서 캐스팅 되는 배우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제가 못 하더라도 외국 배우가 캐스팅 되는 것보다는 한국 배우가 캐스팅돼야 하니까, 감독님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꼭 추천해드리자, 내가 얘기해 드리자 생각한 거죠."

정이삭 감독 역시 한예리를 모니카로 캐스팅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한예리는 훗날 정 감독으로부터 여러 배우들이 모니카 역할에 출연하고 싶어 연락을 해왔고, 추천도 많이 받았지만 '예리가 아니면 안 된다'며 한예리의 출연 결정을 기다렸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고 했다.

"세상에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감독님께 얘기를 듣고 놀랐어요. 저란 사람을 믿어줘서요. 감독님이 너무 좋은 분이었어요. 그 사람이 잘 되면 좋겠고, 그 사람이 잘되는 데 일조하면 기쁘겠다 해서 영화를 하게 됐죠. 다 아이작(정이삭 감독의 미국 이름)의 힘이에요."

23일 오전 화상으로 만난 한예리는 '미나리'가 미국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으며 수상 세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 탓에 현지에서 직접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씨네마 제공 © 뉴스1

오는 3월3일 개봉을 앞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제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2020 미국배우조합상 앙상블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로도 손꼽히고 있다. 이 영화는 전 세계 영화협회 및 시상식에서 61관왕 144개 후보의 쾌거를 이뤄냈다.

한예리는 극중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와서 사는 아내 모니카 역할을 맡았다.

70년대 남편을 따라 미국 이민에 나선 젊은 아내이자, 엄마 모니카는 한예리에게 어떤 인물로 다가왔을까.

"저의 어릴 시절 추억 속 많은 여성들을 생각했어요. 그 시대 저의 어머니, 저희 할머니 이모들까지요. 제가 이모가 여섯이나 있어서 그 시대 다양한 여성상들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됐죠. 모니카는 저희 부모님처럼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게 돼요. 본인의 성장, 아이들의 성장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기여서 더 많은 성장통을 겪는 것 같아요. 우리 세대 부모님들이 자녀를 키우는 게 정말 쉽지 않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한예리는 스스로 모니카와 70% 정도가 닮았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책임져야 할 삶의 무게가 더욱 컸던 모니카는 자신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가족의 이야기, 모든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이민자이기 때문에 이민자로 연기해야한다고 접근하지 않았고요. 모니카의 감정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나는 왜 제이콥을 사랑하는 걸까?' '왜 제이콥과 여기 왔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면서 모니카처럼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자고 생각했죠."

개봉 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본 기자들은 한예리가 빛났던 순간으로 극중 모니카와 엄마 순자의 재회신을 꼽는다. 먼 이국 땅에서 고향 음식을 향한 향수에 빠져있을 딸을 위해 멸치와 고춧가루 등을 바리바리 챙겨 온 순자의 모습에 모니카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눈물을 쏟아낸다. 이 장면은 봉준호 감독이 꼽은 명장면이기도 하다.

"그때 당시에 이민을 가는 것은 평생 안 볼 수 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별하는 것이었대요. 그런데 다시 만났어요. 둘이 서로 다시는 못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니카는 첫째를 한국에서 낳았지만, 둘째는 미국에서 낳아요. 둘째를 낳을 때 엄마가 없었던 거죠. 그랬다가 엄마를 만났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그 먼 거리를 순자가 어떤 마음으로 달려왔을지 알아서 그렇게 연기했어요. 만감이 교차하는 신인 것 같아요. 그 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데 이렇게 사는 꼴을 보여줘야 하는 게 너무 속상한 거예요. 엄마는 딸이 떵떵거리며 잘 살 거라 생각했을 텐데 밖에서 이렇게 사니 오죽 속상했겠어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터져나왔죠."
판씨네마 제공 © 뉴스1

한예리에게 극중 남편이었던 스티븐 연은 좋은 파트너였다. 한국인인 한예리와 달리 한국말이나 문화에 서툰 이민 2세 한국인으로서 그는 이 영화에서 더욱 큰 무게를 질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남편 제이콥의 대사와 제스처 등을 어색함이 없게 표현하고 연기해야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연은 되게 귀엽고 '스윗'한 사람이에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어요. 열정도 많고 본인이 뭔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조금 다른 느낌이 왔을 때 '예리 어땠어?' '어떤 것 같아?' '잘한 것 같아?' '다시 하고 싶어?' '나 어땠어?' '나 지금 많이 도와줘' 하는 얘기를 거리낌 없이 했어요. 건강한 사람이라 생각했죠. 작업할 때 자존심이나 그런 것을 떠나서 오로지 작품을 위해 본인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본인이 이민자여서 본인의 이야기들이라고도 생각을 했던 것도 같아요. 스티븐이 굉장히 진솔하게 진심을 다해 작품을 대했기 때문에 저도 잘 해내고 싶었죠."

아직 최종 후보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미나리'는 올해 유력한 아카데미 수상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한 영화제들과 '오스카 레이스'라고 불리는 시상식 시즌에 여러 협회 시상식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좋은데, 마음은 굴뚝같은데.(웃음) 좋은 성적 내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저도 들어요. 감독님과 선생님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아이고 그만 얘기해라' 하시는데, 저는 내심 바라요."

한예리는 대선배인 윤여정과 함께하며 배운 것이 많다고 했다. 특히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작품, 역할에 도전하는 '겁이 없는' 용기에 반했다고.

"선생님 진짜 대단하세요. 저도 하기 전부터 겁먹지 말아야겠다 싶었어요. 사실 별 거 아닌데 사람들이 다 하는 일이고, 내가 잘하는 일이고 그런데 ('미나리' 출연 전에) 왜 겁을 먹었을까 생각을 했었고, 반성도 했어요. 또 선생님에게 솔직함도 배웠어요. 솔직하자,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좋으면 좋다고 하고 그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했죠. 이제 외국에서 선생님에 대해 좋은 성적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는 다 알고 있었잖아요. 선생님은 이 정도 연기,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분임을 알고, 이제야 미국에서 선생님을 알게 된 게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그래도 선생님이라는 좋은 배우를 그들이 알게 돼 매우 기쁘기도 합니다."

영화 '미나리'는 한예리에게 전환점이 되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인생에 좋은 경험을 남겼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제 필모그래피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는 영화로 남을 것 같기도 해요. 또 이런 행운이 오면 좋곘지만 없을 수도 있겠죠. 관객들에게 한예리가 '힘이 있네'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 좋을 것 같아요. 모니카는 시나리오에서 두드러지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감독님과 얘기하고 만들면서 힘이 생겼죠. 모니카, 한예리는 어디 갔다놔도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낸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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