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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 1년 …"반평쪽방 인생, 이제 졸업하나요?"

[쪽방촌 새볕들다]①비닐·합판 '땜질' 쪽방촌, '새집' 기대감 높아져
수십년 무산된 민간사업 학습효과…영등포구청 등 '공공역할' 인정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2021-02-23 07:30 송고 | 2021-02-23 09:37 최종수정
편집자주 서울역(동자동)쪽방촌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공공시행 정비사업 발표 이후 집과 토지를 산 소유주의 현금청산 문제를 포함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 반면 정부와 지자체가 왜 쪽방촌 정비사업을 진행하는지, 꼭 공공이 나서야 하는지, 쪽방촌 입주민인 세입자의 입장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뉴스1>은 3회에 걸쳐 영등포·대전·서울역(동자동)쪽방촌 정비사업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영등포 쪽방촌 골목 © 뉴스1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백화점 방향으로 나오면 작은 골목을 만날 수 있다. 공공주택지구라는 안내문이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그곳에 '영등포 쪽방촌' 입구가 있다.

쪽방촌을 방문한 지난 17일엔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하는 잠깐의 시간조차 손끝이 아릴 만큼 추웠다. 노변상가 뒤편과 영등포역 담장 사이 웅크리듯 숨은 쪽방촌은 더욱 쌀쌀했다. 사우나 건물과 평화교회 뒤로는 철제 가림막이 설치돼 어수선한 분위기다.

◇높게 쌓인 연탄재·땜질식 비닐지붕…화재위험 속 영등포 쪽방촌 

추운 날씨에 오가는 행인도 적다. 주로 입주민이 쪽방촌 안쪽을 지날 뿐이다. 광야교회 등 쪽방촌을 지원하는 약 5곳의 자선단체가 곳곳에 환경미화에 신경 쓰는 흔적이 있지만, 낡은 외벽 혹은 합판과 두꺼운 비닐로 마감한 쪽방촌 곳곳의 모습에 열악한 주거환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쪽방촌 한쪽엔 연탄재가 5~6단으로 쌓여있다. 난방의 대부분을 연탄으로 사용해 화재는 물론 안전사고에 취약하다. 자원봉사자 사이로 술을 마시고 있는 쪽방주민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영등포 쪽방촌 역사는 50년 정도다. 1만㎡ 면적에 약 360명의 세입자가 살고 있다. 이곳에서 쪽방 상담소를 운영하는 광야교회 김형욱 상담소장은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은 반평에서 최대 2평 정도(1.65㎡~6.6㎡) 쪽방에서 사는데 월세를 평균 22만원 정도 부담한다"며 "도심 중심부에서 밀려난 주거취약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촌 전경 © 뉴스1

◇42명 공유한 집에 72명 세입자…"공공중재 없으면 사업불가"

하지만 그는 지난 1년간 상담소 등에서 느껴지는 '동네' 분위기가 부쩍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집에 대한 희망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형욱 소장은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 소식을 가장 먼저 알고 알려주는 게, 쪽방촌 세입자들"이라며 "체념하고 살았던 '반평쪽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고 세입자들은 99%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슬럼화됐던 쪽방촌이 정비사업 기대감으로 들뜨자 입주민의 자체적인 환경미화도 눈에 띄게 달라졌고, 행여 입주 시 문제가 생길까 불필요한 소란도 자제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의 영향이 컸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부터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핵심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10여곳의 쪽방촌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 1호 사업이 바로 이곳 영등포 쪽방촌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택지로 정비해 공공임대주택과 분양주택 1200가구 어우러진 주거와 상업, 복지타운으로 만들 예정이다. 특히 쪽방촌 주민들에겐 가구당 16㎡(4.84평), 임대료 월 3만2000원 수준의 영구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한다. 인근 이주단지에서 임시 거주하도록 한 후 공사가 완료하면 현재 지역으로 재입주하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도 최초 도입한다.

물론 영등포 쪽방촌 개발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영등포구청에서 만난 김창호 도시계획과장은 "영등포 쪽방촌은 다른 쪽방촌과 같이 소유관계가 복잡하고, 재개발 등 민간정비사업으로 수익이 쉽게 나올 수 있었던 부분은 아니다"며 "그리고 입주민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서울시에서 허가해주니, 민간의 역량으론 그동안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영등포 쪽방촌 주택 중 면적이 약 550㎡에 달하는 연접한 2가구의 소유자는 지분형태로 쪼개져 있는데, 무려 42명에 달한다. 이들과 이주를 협의해야 할 세입자는 79명이다. 공공이 개입하지 않으면 협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 뉴스1

◇"동자동과 같은급 아냐"…기약없는 민간 대신 공공 선택한 소유자들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 붐을 타고 몇 차례 진행했던 민간사업이 무산되면서 토지주와 집주인도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여기엔 50년 낙후지역을 이번엔 꼭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자체의 의지도 있었다.

김창호 과장은 "토지주와 집주인 70~80%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있는데 최근 회의에선 되레 영등포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서울역(동자동) 쪽방촌 토지·집주인의 반발 여론을 보면서, 영등포도 같은 시각으로 볼까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국토부와 서울시, 영등포구청은 현재 이들 협의체와 함께 부동산 보상문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중단없는 사업 추진이란 큰 틀의 합의가 있어 올해 협상 완료를 예상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영등포 정비사업은 인근 영중로 노점정비(2019년), 대선제분 복합문화공간 조성(2020년), 영등포로터리 고가 철거(2021년), 신안산선(2024년 개통) 사업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어 진행 중인 협상도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재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차장은 "영등포 쪽방촌사업에 드는 재원은 현재 추정으로 약 3000억원 안팎"이라며 "올해 보상협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기존 원주민을 이주시키면 내년 이맘때엔 새로운 이주공간에서, 공사가 마무리된 후엔 이곳에 돌아와 깨끗한 주거환경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