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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코앞 의·정 갈등 폭발…"의사 사기 저하" vs "국민 생각해야"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2021-02-22 13:26 송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2021.2.21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2021.2.21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중범죄 의사 면허 취소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충돌 양상을 보이는 의·정 갈등이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양측의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불편하기만 하다.
AZ(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나흘 뒤로 다가오는 등 접종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에게 면허 취소 조치를 내리는 의료법 개정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총파업'까지 언급하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22일 정치권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현행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면허 대여 등에서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은 자로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에 의협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이 20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된다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자, 정부도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의·정 갈등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막대한 대구에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한 백신 접종을 앞두고 불거진 의·정 갈등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시선은 불편하다.
특히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대구시의사회 한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안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개정안을 꺼낸 시점이 하필 백신 접종을 목전에 둔 지금이라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백신 접종을 하려면 그 전에 의사의 예진이 선행돼야 하는데, 예진 지원 등 의사 개인별 손해를 감내하고 백신 접종을 도우려는 상황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이야기하니 의사들 입장에선 당연히 기분 나쁘고 입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개원의 A씨도 "의료법 개정안이 설사 백번 맞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어느 정도선까지 진행하고 나서 논의해도 되지 않느냐"며 "지금에 이야기하는 것은 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료계 반발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은 "대구의 경우 많은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대다수 서민들이 코로나19로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견디다 이제야서야 기다리던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고통 받는 국민들의 희망을 꺾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이어 "백신 접종 지원 거부 등은 국민 건강권을 생각해서는 절대로 발생해선 안될 일"이라며 "1년 넘게 지금까지도 고통을 감내하는 국민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구의 한 개원의도 "의협의 폐쇄적인 조직 구조가 의사들의 전체 대표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모든 의사가 의협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데, 중대 국면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의협 지도부 탓에 국민들 보기 낯부끄럽다"고 했다.

의·정 갈등을 바라보는 시민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 신모씨(36·여)는 "지난해에도 의사 정원 수를 놓고 일부 전공의 등이 파업을 강행해 국민들이 고통 받았는데, 백신 접종을 코 앞에 두고서도 이런 갈등이 다시 불거져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정치권과 의료계가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수가 300명대까지 줄었다"며 "이번주는 기다리던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의미 있는 한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1.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대구시 관계자는 "접종이 차질 없이 이뤄지려면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의료법 개정을 둘러싸고 갈등 조짐이 보여 난감하다"며 "(이 사태와 관련해)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대구시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한편 의료법은 개정안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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