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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곶매 날갯짓으로 날아오르라"…'민주화·통일운동 한평생' 백기완 영결식

유가족·시민 수백명 서울광장 모여 눈물 속 작별 인사
아내는 "목도리 휘날리며 언덕 위에서 기다려라" 편지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1-02-19 15:16 송고 | 2021-02-19 15:50 최종수정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엄수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장으로 꽃상여가 들어오고 있다. 202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엄수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장으로 꽃상여가 들어오고 있다. 202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진보 진영 원로로 한평생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헌신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유족과 시민들의 애도 속에 민중의 곁을 떠났다. 
19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영결식은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추모하면서 오후 1시15분까지 계속됐다. 

영결식은 신철영·신학철 상임장례위원장의 초밝히기로 시작해 416합창단·이소선합창단·평화의나무합창단의 '임을 향한 행진곡' 합창으로 이어졌다.

이후 추모영상 상영과 약력 보고, 조사 낭독 등이 진행됐으며 한국민족춤협회 서정숙씨가 진혼무를 추고 송경동 시인이 조시를 읊었으며 정태춘씨가 조가를 부르는 순서가 뒤따랐다.

백 소장의 누이인 인순씨는 유족인사를 통해 "오라버니께서 '너도 나도 일하고~ 너도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벗나래(세상)의 꿈을 이루자'고 늘 말씀하셨다"며 "부리질이 끝났으면 이제 장산곶매의 활연한 날갯짓으로 훨훨 날아오르세요!"라고 했다. 
백 소장의 맏딸 원담씨는 어머니이자 백 소장의 부인인 김정숙씨가 전날(18일) 쓴 편지를 대독했다.

편지에 "물어볼 것이 있으면 언제나 기억하고 있던 남편 같은 사람 만나서 행복했어요"라고 적은 김씨는 "멋진 목도리를 휘날리며 바위고개 그 언덕 위에서 꼭 기다리세요"라며 "잘 잘!(잘 있어요 잘 가요) 우리 신랑 백기완씨"라고 했다. 

양규헌 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위원장은 호상인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험한 곳, 가장 낮은 곳, 가장 아픈 곳, 가장 힘든 곳에서 언제나 함께 했던 선생님"이라며 "이제 그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장산곶매로 훨훨 날아올라 그토록 그리던 어머님 아버님도 만나시고 백척간두 한민족의 앞날을 굽어 살피소서"라고 했다. 

'백 선생님을 추모하는' 민중가수들의 합창이 끝난 뒤에는 시민 헌화가 이어졌다.  

영결식에 참가한 추모객 500여명은 백 소장의 영정과 상여, 대형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백 소장의 과거 영상과 목소리 등을 접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일부는 눈물을 보였다. 

그렇게 영결식을 뒤로 하고 백 소장은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운구됐다. 오후 2시 하관식과 평토제를 마지막으로 장례절차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1월 폐렴 증세로 입원해 투병하던 중 15일 별세한 백기완 소장은 1950년대부터 사회운동에 나섰으며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운동에 참여한 이후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내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1974년 2월 긴급조치 1호의 첫 위반자로 옥고를 치렀으며 1979년과 1986년에도 'YWCA 위장결혼 사건' 과 '부천 권인숙양 성고문 폭로대회' 등을 주도해 투옥된 바 있다. 그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의 모태가 된 장편시 '묏비나리'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202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202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편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설치된 백 소장의 시민분향소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온라인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용을 제한한 서울광장에 임의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영결식을 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가받지 않고 설치된 백 소장의 분향소는 불법점유에 해당해 변상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추모객 수백 명이 모인 것도 실외행사 참여인원을 99명으로 제한한 것에 어긋나 감염병예방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장례위 또한 이를 지키기 위해 영결식장에 좌석을 99개만 배치했으며 방송으로 시민들에게 거리두기 당부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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