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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꿈 이룬 현역 축구선수 오태환 "선수·선생님 투잡러 될 것"

전주시민축구단 소속, 프로-실업 최초 임용시험 합격
"공부하는 운동선수들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고무적"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2021-02-17 15:38 송고 | 2021-02-17 16:24 최종수정
전주시민축구단 오태환 선수© 뉴스1
전주시민축구단 오태환 선수© 뉴스1

“공부하는 운동선수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졌으면 합니다.”

양토실실(兩兎悉失)이라는 말이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친다’는 뜻을 가진 한자성어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추진해 모두 성공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주시민축구단 오태환 선수(27)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오 선수는 최근 전북교육청에서 발표한 ‘2021학년도 전북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프로와 실업에서 뛰는 현역 선수가 임용시험에 합격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오태환 선수가 처음이다.

제주오현고와 전주대학교를 거쳐 지난 2017년 전주시민축구단에 입단 한 오 선수는 첫 해부터 주전으로 맹활약했다. 실제 지난 시즌까지 리그와 전국체육대회, FA컵 등 74경기에 출전해 32골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어왔다. 제98회, 99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팀에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처럼 뛰어난 활약을 펼쳐온 오태환 선수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었다. 바로 교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전주시민축구단 입단과 함께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이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던 오태환 선수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결국 임용시험 합격증을 손에 쥐게 됐다.

오태환 선수는 “교사의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 교사와 축구선수를 병행할 생각이다. 지난해 K4리그로 강등된 팀을 승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가 아닌 경우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공부하는 선수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시민축구단 오태환 선수(가운데) 경기모습© 뉴스1
전주시민축구단 오태환 선수(가운데) 경기모습© 뉴스1

다음은 서면인터뷰를 통해 진행된 오태환 선수와의 일문일답.

-임용시험 준비를 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전주시민축구단(당시 K3팀)에 입단할 때만 해도 환경이 많이 좋지 않았다. 이에 축구선수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대학원에서 교육자격증을 받게 됐고, 이를 계기로 임용고시에 도전하게 됐다. 교사는 어린 시절 꿈이었다. 또 좋아하는 축구를 계속하면서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공부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임용시험 공부는 어떻게 했나.

▶운동선수인 만큼, 체력은 자신 있었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서 공부에 매진했다. 작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남는 시간도 최대한 활용했다. 2019년에 임용고시에 합격한 조성문 선배(현 강경상고 체육교사)의 도움도 큰 힘이됐다.

초등학생때부터 축구를 했기 때문에 다른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 보다는 많이 힘들었다.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저를 지금까지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감독님과 구단 관계자, 전주시청 스마트시티과를 비롯해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특히 선수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한 것 같다.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 전주시민축구단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반대는 없었다. 오히려 구단에서 적극 도와줬다. 제가 공부에 열중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와 정보를 제공해줬다. 감독님과 지도자를 비롯해 구단 관계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전주시민축구단은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팀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 대학 진학부터 대학원, 지도자, 심판 등 전반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같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선수 본인이 노력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팀이 전주시민축구단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교사를 하면서 전주시민축구단에서 계속 축구선수를 이어가고 싶다. 임용시험을 준비한 것도 좋아하는 축구를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는 초·중·고등학교 팀들이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 하는 선수들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후배들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선배이자 교사가 되고 싶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지만 공부하는 운동선수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최근 공부하는 운동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어린 선수들이 지금부터 노력한다면 저 보다 더 좋은 미래를 열수 있다고 생각한다.


94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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