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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비트코인이 달러 대체한다고? 소도 웃을 일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1-02-17 14:32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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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암호화폐(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5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등하자 비트코인이 결국은 달러를 대체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의 강세는 달러 약세가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것이란 기대는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당초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5일 최근의 비트코인 급등은 미국의 달러가 흔들리기 때문이며, 달러가 흔들리는 것은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우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인기가 미국의 장기간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투기적 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미국과 달러의 역할이 덜 중요해진다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초기 신호"라며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에 대한 신뢰는 약화됐다. 달러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흔들렸다.

특히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전례 없는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부양책도 더해졌다. 미국의 빚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더 발행해 빚을 더 늘린다면 달러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형성되면서 최근 비트코인이 랠리하고 있는 것이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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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집하는 등 미국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는 것 역시 달러 약세를 헤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테슬라는 최근 15억 달러(1조662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테슬라가 암호화폐의 미래를 믿어서가 아니라 가치가 떨어지는 달러 대신 앞으로 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비트코인을 보유키로 한 것이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기존의 금융사들이 잇따라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15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이 폭등했다.  2021.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지난 9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15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이 폭등했다.  2021.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에 따라 당분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랠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각국의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공식 채택하는 순간, 암호화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미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실험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기존의 화폐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가치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민간이 제도권 밖에서 발행한 암호화폐와 차원이 다르다.

중국은 최근 디지털 형식의 위안화도 법정 화폐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민은행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뒤 디지털 위안을 실험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홈피 갈무리
중국 인민은행 홈피 갈무리

인민은행은 지난 9일 춘제(음력 설)를 맞아 150만 달러(약 17억원)의 암호화폐를 발행해 베이징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이는 벌써 세 번째다. 앞서 인민은행은 선전과 쑤저우시 등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중국은 연내에 공식적으로 ‘디지털 위안’을 출범할 전망이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을 공식 출범시키면 미국도 따라올 것이다. 미국은 디지털 위안이 세계의 표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달러’ 출범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서두르면 유럽연합(EU)도 추종하게 돼 있다.

혹자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 해도 국제적으로는 통용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비트코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전세계에 통용되는 디지털 화폐는 사실 필요도 없다. 현재의 환율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면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디지털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면 각국의 디지털 화폐는 달러를 기준으로 환율을 정해 거래하면 된다.

결국 세계는 미국 중심의 ‘디지털 달러’ 권역, 중국 중심의 ‘디지털 위안’ 권역, EU 중심의 ‘디지털 유로’ 권역으로 삼분될 것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존립기반이 사라지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미국은 물론 중국의 경제권에도 들지 못하고, 심지어 유로 경제권에도 들지 못하는 북한 등 제3세계 국가가 음성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에나 쓰일 전망이다.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신해 기축 통화가 될 것이라고? 소도 웃을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미국 연준이 디지털 화폐를 공식 채택하기 전까진 암호화폐가 랠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때까지는 즐기시라…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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