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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① '런온' 최수영 "나도 울면서 본 드라마…믿음·위로 받았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1-02-08 10:58 송고 | 2021-02-08 11:50 최종수정
배우 최수영/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1
배우 최수영/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1


배우 최수영/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배우 최수영/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JTBC 수목드라마 '런온' (극본 박시현/연출 이재훈/제작 메이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지음)에서 서단아 역할로 열연한 최수영은 8일 오전 화상 인터뷰를 갖고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런온'은 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저마다 다른 언어로, 저마다 다른 속도로, 서로를 향하는 완주 로맨스 드라마다.

수영이 맡은 서단아는 '못 하는 건 안 했을 때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다.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이자 대기업 상무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단아는 타고난 풍족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해 나가려는 진취적인 인물이다.

수영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커리어우먼인 서단아 역할로 변신하면서, 이영화(강태오 분)와의 로맨스, 오미주(신세경 분)와의 워맨스 등 다양한 인물과의 케미스트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캐스팅 에피소드는.
▶나도 대본을 봤을 때 이 캐릭터는 나보다 차가운 인상의 배우나 나보다 조금 나이가 있는 배우가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나의 어떤 면이 이 캐릭터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셨을까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이미지의 캐릭터를 제안해주신 것 자체가 신이 났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제작진이 봐준 것 아닌가. 작가님이 제 팬이라고 해주셨는데 인삿말일 수도 있으니까 다 믿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 전작을
다 보셨더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는지도 아시는 것 같았다. 배우 수영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생각에 더 감동을 받았다. 서단아 역할에는 수영씨밖에 없다는 말을 하셨을 때 대본에서 딱 떠오르는 배우가 아닌 색다른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출연을 결정했다.

-'런온'의 인기 비결은.

▶드라마에서 일 잘 하는 여성, 젊은이들의 청춘과 사랑을 다룰 때 '요즘 젊은이는 이렇겠지'라고 가늠하고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런온'은 어른들이 '정말 요즘 애들 저래?'라고 생각하실 정도로 그 세대의 고민, 생각을 잘 녹인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먼 발치에서 그들의 삶을 가늠해서 쓴 드라마가 아닌, 작가님도 저와 같은 세대이고 우리와 같은 시대에 청춘을 보냈기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도 그런 지점을 잘 파악하고 연기한 것 같고 케미스트리도 좋았던 것 같다.

-'런온'의 말맛 나는 대사가 화제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재미있는 대사가 많았다. '네 뚝배기는 장식이냐'부터 미주가 '염병'이라고 뱉는 대사도 좋았다. 우리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이 재미있으면서도 사람을 애틋하게 만드는 것이다. '네가 믿어주면 내가 한 번 믿어볼게'라는 대사가 있는데 엔딩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이 드라마가 나에게 그런 존재 같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쏟는 열정을 때로는 사람들이 일처럼 냉정하게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피드백이 여실히 느껴진 작품이었다. 결핍이 있던 캐릭터였지만 온전히 믿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단아의 서사를 풀어줄 거라는 작가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돼볼게, 네가 믿어주면 해내는 사람'이라는 걸 '런온'으로 보여주는 게 나와 비슷했다. 인간으로서 배역으로서 너무 위로를 받은 작품이다. 그 한마디가 '런온'을 다 설명해주는 대사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서단아와 닮은 점, 달랐던 점은.

▶단아와 공통점은 단아도 저도 일을 좀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어하는? 잘 하려고 노력하는 점에서 70% 정도 맞는 것 같다. 단아는 일 처리가 잘 안 되면 분노조절이 잘 안 되는데 나는 잘 인내하는 편이다. 그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나도 서단아처럼 떠오르는 대로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번 드라마로 단아를 연기하면서 그 마음이 해소가 된 것 같아서 후련했다. (단아가) '소녀시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사랑받은 사람같고 다 주어지고 다 완벽해보이지만 사실 완벽하게 준비하느라고 쫓기듯이 산다.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에는 자기 관리에 힘 쓴다. 사실은 남들이 보는 만족할 만한 기준에 들어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면서 사는 게 한창 활동할 때의 멤버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단아를 이해했다.

-서단아와 이영화의 현실적이지 않은 관계에서 엔딩은 너무 현실적이었다. 이영화와의 관계에서 서단아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승진이 눈 앞에 오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눈 앞에 들어오니까 영화와의 사랑이 사실 별 거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고 치부해버린 것 같다. 장례를 치루면서 영화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못 한다. '(영화를)한여름 밤의 꿈 같은 존재'로 대하는 게 넋이 나간 사람의 대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뒷전에 두고 막 앞에 나아가는데, 영화가 갑자기 찾아와서 '이건 온전히 당신만을 위한 결정이다. 당신을 사랑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마음으로 대사를 말한다. 대본에는 '영화를 안고 아이처럼 우는 단아'라고 쓰여 있는데, 이 사람 앞에서만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었다는 걸 단아도 알고 있었는데 손쉬운 이별을 하기 위해서 별 거 아닌 사랑으로 대한 죄책감, 내가 못나도 나를 사랑해주는 어른스러운 존재? 무한대의 사랑을 보면서 나와 대비되는 모습에 아이처럼 무장해제된 감정이었던 것 같다.

<【N인터뷰】②에서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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