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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둥이'가 어느덧 스물… 특별한 세대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박지성·이영표 K리그서, 김병지·이천수 KFA서 행정가로 변신
홍명보·김남일·설기현·이민성 등 감독들까지 흥미진진 새바람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1-01-28 16:53 송고
박지성이 21일 오전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전북현대 클럽 어드바이저 위촉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북 현대 제공) 2021.1.21/뉴스1

한반도를 붉게 물들였던,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2002 한일월드컵도 꽤 과거의 일이 됐다. 그해 태어난 이들이 어느새 스물이 됐으니 시간 참 빠르다. 모두의 기억이라 생각했던 일이지만 이제 대한민국에서 펼쳐진 '4강 신화'를 보지 못한 이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축구팬을 넘어 전 국민을 열광케 만들었던 당시의 주역들도 청년에서 중년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어느덧 23명 참가 선수 전원이 불혹을 넘긴 그때 그 신화 멤버들이 하나둘 축구계 전면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형태도 다양해 더 흥미롭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7일 '정몽규 회장 3기'를 이끌어갈 집행부를 발표했다. 국제심판 출신의 홍은아 교수가 KFA 최초의 여자 부회장이 된 것이 큰 이슈가 된 가운데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 있으니 바로 김병지 부회장(생활축구&저변확대)과 이천수 분과위원장(사회공헌)이다.

여성 방송인 신아영 아나운서를 이사진에 포함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KFA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김병지 부회장과 이천수 위원장이 협회의 행정 업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정몽규 회장이 마지막 임기의 중점 방향으로 잡은 '저변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두 사람 모두 개인 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젊은 세대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홍명보 울산현대 신임 감독이 7일 오후 울산시 동구 울산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21.1.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과거에는 '행정은 전문 행정가'에게 맡겨야한다는 시선이 꽤 많았다. 적어도 '경기인은 어렵다'는 색안경이 있었다. 그러나 2기 집행부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홍명보 전 전무이사(현 울산현대 감독)가 '경기인 출신 행정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 놓았다.

한 축구 관계자는 "사실 이전까지 축구인 출신들은, 정확히 말해 경기인 출신들은 행정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현장의 경험은 많겠지만 사무적인 측면은 떨어진다는 생각이 있었고 어느 정도 그랬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 뒤 "하지만 홍명보 전무가 그런 인식을 바꿔 놓았다"고 전했다.

이어 "축구도 잘했지만 행정 업무도 뛰어났다. 명석했고 판단력도 추진력도 훌륭했다"고 박수를 보낸 뒤 "협회 일반 사원들에게도 권위의식 없이 다가섰다. 현장 축구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정몽규 회장도 홍명보 전무를 통해 '경기인 행정가'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고 귀띔했다.

맞물려 협회 고위 관계자는 "홍명보 전무가 감독으로 떠난다 했을 때 잡을 수 없어서 보낸 것이지 (정몽규 회장도)아쉬움을 갖고 있었다"면서 "좋은 인상을 받아서인지 홍 전무 후임도 일찌감치 경기인 출신(박경훈 전무이사 선임)으로 마음먹고 있었다. 이번 신규 임원에 김병지 부회장과 이천수 위원장이 합류한 것도 경기인 행정가의 장점을 계속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선택"이라고 의중을 전했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신임 부회장  © News1 이동해 기자

이로써 2021년 축구판에는 2002 월드컵 4강 주역들이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미 이영표와 박지성이 각각 강원FC 대표이사와 전북현대 어드바이저로 부임, K리그에서 행정가로 활동하게 된다. 이영표 대표는 K리그 역사상 최연소 대표이사라는 새 이정표를 썼고 현역 시절 단 한 번도 K리그 무대를 밟은 적 없던 박지성 어드바이저도 색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찾아가게 됐다.

생각지 못했던 인물들의 현장 복귀에 이미 팬들은 환영일색이다. 사상 처음으로 K리그 지휘봉을 잡게 된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을 비롯해 김남일 성남FC 감독, 설기현 경남FC 감독,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등 지도자들까지 흥미진진한 새 바람이 기대되고 있다.

박지성은 전북현대 어드바이저로 취임하면서 "우리는 2002월드컵이라는 특별한 시기를 보낸 특별한 세대"라고 소개한 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지 각자가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모습으로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도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과거에는 은퇴한 이후로는 대개 지도자만 생각했는데 다른 모습으로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각자 판단에 따라 준비의 시간을 가진 2002세대다. 차두리가 프로팀이 아닌 고등학교(오산고)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것도 다른 형태의 일환이다.

박 어드바이저의 말처럼 2002 월드컵 멤버들은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이들이면서 동시에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이들이기도 하다. 20년 전에 선수로서 한국 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것처럼, 20년이 지난 2021년 다른 형태로 공헌해주길 기대하는 이들이 적잖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