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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계란 파편으로 얼룩진 '주 예수를 믿으라'

교회, 언제까지 세상의 걱정거리 될 건가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21-01-28 06:20 송고 | 2021-01-28 09:33 최종수정
광주 TCS국제학교에서 100여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TCS국제학교 건물 외벽이 깨진 계란으로 범벅이 돼 있다./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 TCS국제학교에서 100여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TCS국제학교 건물 외벽이 깨진 계란으로 범벅이 돼 있다./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이 훌쩍 넘은 27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광주 TCS 국제학교 건물 외벽에 적힌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성경 구절은 계란 파편으로 얼룩졌다.
계란을 던진 건 자영업자 A씨. 그는 "모든 국민이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지난 1년간 사회 곳곳을 무너뜨렸다. 이 가운데 국민의 지탄을 받는 집단 중 하나가 교회로 대표되는 개신교계다.

돌아보면 코로나19 변곡점마다 교회가 있었다. 스치는 기억이 한둘이 아니다.

계속된 교회발 집단감염에 이제 시민들은 피로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한 맺힌 호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교회부터 막아라', '교회부터 폐쇄하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개신교계도 극단적인 신앙을 추구하는 '일부' 교회로 인해 한국 교회 전체에 대한 대국민 인식이 치명적인 수준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수차례 사과와 함께 방역대책에 힘을 써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유독 한국 교회 근간을 파고들었다. 큰 틀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예배 자체는 물론, 한국 교회 특유의 사적 모임과 예배 행태마저 문제가 됐다.

지난해 봄~여름, 1차 대유행 속 전국 각지 교회의 식사 모임, 성가대로 대표되는 찬양 모임, 큐티, 수련회 등 갖가지 사적 모임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큰 목소리를 내며 기도하는 행위인 '통성 기도'로 대표되는 한국식 기도 문화도 주목을 받았다.

2차 대유행의 시작인 8·15집회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가 정치적인 행보를 잇따라 보이며 교회의 의미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었다.

3차 대유행인 현재는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 대전 IM선교회 등 교회가 운영하는 교육 시설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교회가 하는 일의 끝이 어딘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개신교계는 '특수성'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한다.

천주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와 달리 개신교계는 피라미드식, 중앙집권적 상하 구조가 아니기에 연합회나 총회 차원에서 아무리 '방역을 최우선으로 해달라' 하소연해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하지만 최근 전국 각지에서 교회 관련 시설과 모임, 국제학교 등 끝을 모르는 범위에서 가리지 않고 집단감염이 확산하자 같은 교인마저도 '그들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집단감염을 일으킨 문제의 교회를 두고 '비정상적인 단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예외', '비정상적인 단체'라고 하기에도 그들은 한국 교회 일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집단일 뿐, 교회가 아닌 특수한 어떤 곳이 아니다.

단순한 사과와 자성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인 수준이다.

마태복음 5장엔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구절이 있다.

지탄의 대상이 된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단순히 기도와 사랑을 넘어 행동을 보일 때가 아닐까. 행동이 없다면, 그들이 믿는 구절에 새겨진 계란 세례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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