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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공무원이 웬 꽁지머리"…김해시청 주무관 무슨 사연?

어린 암환자에 가발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 실천

(경남=뉴스1) 김명규 기자 | 2021-01-27 10:19 송고 | 2021-01-27 20:18 최종수정
꽁지머리를 하고 있는 경남 김해시청 권오현 주무관. 권 주무관은 소아암환아를 돕기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 뉴스1
꽁지머리를 하고 있는 경남 김해시청 권오현 주무관. 권 주무관은 소아암환아를 돕기 위해 머리를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 뉴스1

경남 김해시청 도로과에 근무하는 권오현 주무관(44)은 요즘 자신의 머리 스타일을 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공무원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길러 꽁지머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게 기른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러워 머리띠에다가 뒷머리를 묶은 상태인 꽁지머리를 하고 일하다보니 "공무원이 이래도 되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권 주무관이 머리를 기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소아암환아들에게 가발을 후원하는 어머나(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주위의 시선에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어린 아이들이라 가발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선뜻 구입하기 쉽지 않아 기부된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제작해 이들에게 무료로 지원하기 위해 이 운동은 시작됐다.

권 주무관처럼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해도 되고 자연스럽게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았다가 이 운동을 주관하는 단체에 보내면 된다. 단, 머리카락 길이가 최소 25㎝ 이상 되어야 한다.

권 주무관은 "간암이 재발한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해 드리려 지난해 초 휴직을 했고 몇 달을 병원을 오가던 중 병원 내 소아암병동에서 이 운동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이 운동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 무렵 다행스럽게도 권 주무관의 아버지도 간이식 말고는 어려울 것이라던 병원의 판단과 달리 지속했던 치료가 효과가 나타나 굳이 간이식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때부터 그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권 주무관의 이러한 결심은 같은 시청 공무원인 아내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권 주무관은 "아내가 해당 운동단체에 금전으로 후원할 테니 남 보기도 그렇고 머리를 기르지 말라고 설득해왔다. 하지만 돈으로 하는 후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아내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복직한 그는 머리카락 길이가 25㎝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쯤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할 생각이다.

권 주무관은 현재 마스크 스트랩 나눔활동도 하고 있다. 휴직 상태이던 6개월 전부터 소일 삼아 고무줄 공예를 시작했고 처음에는 반지, 팔찌를 만들어 주위에 선물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좀 더 쓸모 있는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후 줄곧 마스크 스트랩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김해시의 한 관계자는 "꽁지머리 권 주무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배려와 나눔의 마음이 시 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훈훈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km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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