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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학급에 기간제 2000명 투입?…강남·목동 지원책 '논란'

교육부 초등 저학년 과밀학급에 인력 지원해 분반수업 유도
"여건 열악한 지역·학교 선별해 지원하는 세심한 대책 필요"

(세종=뉴스1) 장지훈 기자 | 2021-01-26 13:26 송고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2020년 12월14일 2학기 마지막 등교를 하고 있다. 2020.12.1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2020년 12월14일 2학기 마지막 등교를 하고 있다. 2020.12.1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교육부가 초등학교 저학년 과밀학급의 밀집도 완화를 위해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교실을 대상으로 기간제 교사 2000여명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밀학급이 서울 강남구·양천구,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 등 이른바 '우수 학군' 지역에 밀집된 상황에서 교육 인력까지 집중 투입하면 교육 여건이 우수한 지역의 학교 환경이 더 좋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26일 2021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과밀학급에 2000여명의 기간제 교사를 한시 투입해 분반 수업, 소그룹 교육 활동, 기초학력 향상 교육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국 초등학교 1~3학년 학급 가운데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경우가 1학년은 620곳, 2학년은 794곳, 3학년은 882곳 등 총 2296곳에 달하는데 이들 학급을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등교수업 확대를 추진하면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지만, 학생 수 30명 이상 과밀학급에 국한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은 "과밀학급이 대도시 지역, 그중에서도 강남이나 목동 같은 교육열이 높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지역에 밀집돼 있는데 이런 지역을 더 지원하는 것은 학습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실장은 "강남 등 지역은 과밀학급 문제로 등교 일수는 적었지만 부모의 조력과 사교육 등으로 보완이 이뤄졌다"며 "학급당 학생 수 30명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이며 지역이나 학교별 여건을 따져 지원하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국에서 학급당 학생 수 평균이 30명 이상인 초등학교는 73곳이다.

서울이 22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3곳, 대구 11곳, 부산 10곳 등 순으로 이어졌다. 인천·광주·경남은 각 3곳, 대전·충남·충북은 각 2곳, 강원·경북은 각 1곳에 불과했다.

학급당 학생 수 상위 10개 초등학교만 놓고 보면 강남구 2곳, 양천구 2곳, 수성구 3곳, 해운대구 1곳 등 우수 학군에 8곳이 몰렸다.

여기에 학급당 학생 수가 25~29명인 '준과밀학급'은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11만7394개 교실 가운데 4만8640개(41.4%)가 학생 수가 25명 이상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경기는 2만9772개 교실 가운데 1만9922개(66.9%), 인천은 6548개 교실 가운데 2564개(39.2%), 서울은 1만7800개 교실 가운데 4581개(25.7%)가 학생 수가 25명 이상이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학생 수가 25명이 넘어가면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수업하기 쉽지 않다"며 "예산의 한계 때문에 30명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학생 수가 25~29명인 '끼인 학급'은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이어 "학교별로 특별실을 최대한 동원해도 공간 부족으로 교실을 늘리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새학기 시작 전 운동장에 컨테이너 간이 교실이라도 설치해서 분반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더라도 학교 전체의 밀집도는 낮아지지 않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교실당 수업받는 학생을 20명 수준으로 줄여도 화장실이나 복도, 급식실 같은 공용공간에서 모이면 감염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과밀학급인 학교에 대해 방역 인력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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