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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협업하려면 RE100은 필수?…신재생에너지 전환 기업이 앞장선다

[그린경쟁시대 딥체인지⑧]신재생에너지 100% 사용 RE100 캠페인, 국내서도 본격 시행
지난해 신규 가입 42%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 신재생에너지 전환 촉매 역할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21-01-26 12:02 송고 | 2021-01-26 14:22 최종수정
편집자주 바야흐로 그린시대다. 환경은 이제 기업에게 '보호'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됐다. 환경(E)과 함께 사회(S)·지배구조(G)는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착한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뉴스1은 'ESG' 사례를 살펴보고 기업이 왜 필수 경영 요소로 선택해야 하는지 조명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근 재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사용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RE100 캠페인에도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RE100 회원사인 애플은 2019년 이미 신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고, 협력사에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등  RE100 캠페인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의 애플 매장./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근 재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사용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RE100 캠페인에도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RE100 회원사인 애플은 2019년 이미 신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고, 협력사에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등  RE100 캠페인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의 애플 매장./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앞으로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기업들이 앞장서는 RE100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좋은 이행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안순종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연구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RE100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RE100(Renewable100)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고 선언하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민간 이니셔티브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캠페인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SK그룹 6개 관계사가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하며 물꼬를 튼 가운데, 올해부터 '한국형 RE100'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애플·구글·BMW 등 284개 기업 가입…지난해 가입 42%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RE100은 2014년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TCG(The Climate Group)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와 파트너십을 맺고 시작한 캠페인이다. CDP 역시 런던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로 기업의 이산화탄소 감축 대응을 평가하는 협의회다.

RE100 위원회는 연간 전기사용량이 100GWh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참여를 권고한다. 26일 현재 애플, 구글, BMW, 3M, 이케아 등 284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해 있다. 제조, 서비스, 소매, 의류, 소재, 금융, 식음료, 건설 등 참여기업의 업종도 다양하다. 참여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이다.

RE100 가입을 선언하는 기업들은 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1년 안에 이행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계획 제출 이후에는 이행 상황을 RE100 위원회에 보고하고, 위원회는 이를 대외에 공표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한다.

출범 첫해인 2014년 영·미권을 중심으로 15개 기업에서 출발한 RE100에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RE100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연도 비율.(출처 2020 RE100 Annual Report)© 뉴스1
RE100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연도 비율.(출처 2020 RE100 Annual Report)© 뉴스1

RE100 위원회가 발간한 2020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60개 기업이 RE100에 새로 가입했으며, 그중 42%인 25개 기업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은 전세계 전기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인 데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어 RE100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위원회는 기대한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100% 달성 시점은 평균 2028년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53개 기업은 이미 2019년에 신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다.

회원의 75%는 2030년까지는 신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제조업도 적극적으로, 독일의 완성차 업체인 BMW의 경우 2019년 기준 72%, GM은 22%를 각각 달성했다.

RE100 회원사가 사용한 신재생에너지 전기 사용량은 2019년 기준, 전체 전기사용량의 42%인 113TWh에 달했다. 이는 2018년 87TWh보다 30%, 2015년 대비로는 100% 가까이 증가한 숫자다. RE100 위원회는 이같은 기업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각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니콜렛 바렛(Nicolette Ballett) CDP 이사는 "RE100게 가입한 기업들이 리더로서 '스노우볼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고, 샘 키민스(Sam Kimmins) RE100 대표는 "RE100의 리더십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RE100 참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량 및 비율 변화. (출처 2020 RE100 Annual Report) © 뉴스1
RE100 참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량 및 비율 변화. (출처 2020 RE100 Annual Report) © 뉴스1

◇SK그룹 韓 첫 가입, K-RE100 시행 등 '변화의 시점'…"신재생에너지 전환, 반드시 가야할 길"


한국 기업 중에서는 지난해 12월 SK주식회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 SK그룹 6개 관계사가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하며 물꼬를 텄다.

한국은 RE100의 2020년 연차보고서만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 사용을 증명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RE100 가입에 장벽이 있는 지역'이라고 소개돼 왔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사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했고, 2019년 말 기준 92%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과 확대를 지원하는 단체인 BRC(Business Renewable Center)와 REBP(Renewable Energy Buyers’ Principle)에도 가입했지만, RE100은 국내 제도 미비로 가입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사단법인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를 통해 RE100위원회가 출범했고, 정부가 올해부터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5일 발표한 한국형 RE100 제도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들은 △제3자 PPA(Power Purchase Agreement) △녹색프리미엄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자가발전 등 크게 4가지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한국전력공사, 전기소비자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허용하는 제3자 PPA의 경우 고시 제정, 한전의 약관 개정 등의 후속 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제3자 PPA는 한전이 국내 유일의 전기 판매사업자인 동시에 중개사업자라는 독점적 지위로 인해 발전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가격협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직접PPA' 도입을 주장한다. 이와 관련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신재생발전사업 시장을 개방해 사업자와 소비자 간 직접 PPA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산자위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News1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News1

녹색프리미엄은 전기소비자가 한전으로부터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제도로, 한전 및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를 통해 2월 5일까지 올해 판매분 입찰을 진행한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만 구매가 가능했던 REC도 올해부터는 기업 등 전기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에너지공단에서 RPS 시장과 별도로 RE100 이행을 위한 전용 REC 거래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올해 1분기 시범사업 실시 후에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조달방법을 활용, RE100 한국위원회를 통해 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 최근 ESG 경영이 중시되고 있고, 애플, BMW 등 해외 기업들이 파트너사에도 신재생에너지 사용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RE100에 대한 관심도도 매우 높아져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현대기아차, LG전자 등이 앞으로 애플과 함께 자율주행차인 소위 '애플카'를 생산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자동차 생산을 맡은 협력사에 RE100 가입을 필수요건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로 RE100 가입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고,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전력 구매 비용이 더 들긴 하겠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순종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RE100 위원회 위원은 "한국은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고 이를 통해 생산하는 전기사용료가 저렴하다 보니 보다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며 "비용 문제가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앞으로 반드시 가야 할 길로, RE100 가입이 준비된 기업들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RE100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출처 2020 RE100 Annual Report) © 뉴스1
RE100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출처 2020 RE100 Annual Report) © 뉴스1



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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