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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월요묵상] 자기 마음 검사용 선별진료소가 있습니까

(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2021-01-25 06:30 송고 | 2021-01-25 17:07 최종수정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5인 이상 사적모임 집합금지' 명령을 다시 연장했다. 오는 31일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그 추이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이번 명령 기간 연장은 우리 방역 능력으로 코로나19를 조절하기 위한 현명한 조치이다. 모든 국민이 희망을 품고 이번 한 주를 잘 견뎌야 한다.
'5인 이상 사적모임 집합금지' 명령이 정부라는 타자를 통한 강압적인 조치라면, '선별진료소'는 우리 자신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선택적인 조치이다. 질병관리청이라는 '타자'가 우리를 위해 진료소를 만들었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그 감염경로가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 비율이 30%에서 50%에 이른다. 확진자의 상당수는 자신이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됐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체질적으로 건강하고 혹은 운이 좋아 설령 감염돼도 증상으로 드러나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 유지 등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도 알 수 없는 경로로 감염된다.

자신이 무증상 환자를 통해 감염됐고, 잠복기간을 거쳐 확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때는 낭패다. 가족과 직장동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우연히 지나칠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파를 막기 위한 최선의 자발적인 조치가 있다. 바로 스스로 주위의 선별진료소를 찾는 수고다. 만일 내가 미세한 증상으로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의심이 된다면 진료소에 가는 행위는 나와 타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작은 증상이 있어도 선별진료소로 가서 검사를 받는 행위는 '5인 이상 사적모임 집합금지'만큼이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다. 선별진료소로 가기 위한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자신의 건강 상태를 유심히 살피는 '자기진단'이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상 신호를 가장 먼저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자신'이다. 만일 내가 몸의 이상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큰 사고가 터질 수 있다. '자기진단'이란 자신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 용기다.
사람들은 자신의 쾌락을 자극하는 외부에 경도돼 있다. 시각적으로 현란하고 청각적으로 감미롭고 미각적으로 군침이 돌고, 후각적으로 향기로우며 촉각적으로 부드러운, 그런 타자의 자극에 중독된 현대인은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한다. 자기진단은 그런 외부의 무차별적인 유혹으로부터 자신의 시선을 내면에 가만히 두려는 침착이다. 어리석은 자는 외부의 평가와 부름에 일희일비하지만, 지혜로운 자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에게 정중하게 요청하는 부탁에 조용히 몰입한다.

덴마크 상징주의 화가 로리츠 안데르센 링 '봄과 노인', 개인소장.© 뉴스1
덴마크 상징주의 화가 로리츠 안데르센 링 '봄과 노인', 개인소장.© 뉴스1

둘째, 자기 점검을 통해 자신의 몸에 감염증이 될 만한 이상 신호를 발견한 다음 취해야 할 행위가 있다. 그것은 '선별진료소 가기'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전자기기를 통해 알아내고, 그곳으로 내 몸을 이동시키는 수고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정교하게 평가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기는 힘들다. 오랜 수련을 거친 성인만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5000여년 전에 문명의 공간인 도시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거주하는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문자를 창제했다. 초기 문명인들은 가장 먼저 도시 안에 두 종류의 건물을 세웠다. 하나는 신전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다.

신전은 인간들이 예상하지 못한 지진,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나 전쟁, 역병과 같은 재앙이 자신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깊이 숙고하는 공간이다. 자연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는 척하지만, 인간의 노력은 항상 사후처방이다. 신전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아쉬움을 달래고 겸손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깨달음의 공간이다.

다른 건물은 학교다. 도시가 번창하고 시민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실질적인 기술과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자비심을 연마하고 배우기 위한 터전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살다 보니, 전염병과 같은 재앙에 특히 취약하다. 촘촘하게 연결돼 일상을 영위하는 시민들이 전염병을 전파하는 바이러스를 지닌 숙주들이다.

선별진료소에는 내 건강 상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정교한 기계와 기술이 있다. 그런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에 헌신한다. 나는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으로부터 감염 여부를 판별받는다. 일상 공간에서는 어떤 사람의 감염 여부를 가려내는 그런 정확하고 탁월한 선별이 불가능하다. 그 선별의 공간은 내가 갈 수 없는 머나먼 예루살렘이나 메카 혹은 북경의 천단이 아니다. 그곳은 내가 거주하는 동네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이다.

고대 히브리인들은 바로 이 선별을 거룩이란 의미를 지닌 '코데쉬'(qōdeš)란 단어로 표시했다. 거룩이란 스스로 성스러운 체하는 거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진행되는 일상의 공간과 시간을 가만히 응시하고 진단해 자신을 점검하기 위해 스스로 구축한 일상의 시간과 공간이다. 요즘은 동네 선별진료소에 가서 자신도 모르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아볼 시기다.

코로나19 시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취약한 우리의 마음에 침투해 자리를 잡는다. 이기심, 시기, 미움, 분노, 분열과 같은 바이러스다. 지금은 가만히 자신을 진단해야 하는 절호의 시간이다. 나는 나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전염력이 강한 악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살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자기 점검을 위한 선별진료소를 일상에 마련하여 자주 드나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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