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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가 될 순 없잖아요"…확진자 '0' 장흥군 조마조마(종합)

첫 확진 경계심이 주민들 자발적 방역 강화로
'청정' 부각되면 외지인 많이 올까 언론도 꺼려

(장흥=뉴스1) 박진규 기자 | 2021-01-24 12:04 송고
전남 장흥군의 대표 관광명소인 정남진장흥토요시장 입구© News1
전남 장흥군의 대표 관광명소인 정남진장흥토요시장 입구© News1

"자칫 방심해 지역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군민들 모두 스스로에 대한 경계가 확진자 제로의 최대 비결입니다."
인천 옹진군과 함께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전남 장흥군이 주목받고 있다.

섬으로 구성된 옹진군과 달리 육지인 장흥군은 인접 영암과 나주, 강진 등지서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장흥지역을 주말인 23일 찾았다.

마침 이날은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이 열린 날로, 장흥읍 천변주차장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차량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시장은 장을 보러 온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장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3일 찾은 장흥토요시장이 북적이고 있다.2021.1.23/뉴스
장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3일 찾은 장흥토요시장이 북적이고 있다.2021.1.23/뉴스

◇"여기는 청정지역 장흥군입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상인들은 "여기는 청정지역 장흥입니다"라며 열심히 손님을 끌어모았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영관씨(40)는 "주민들이 '코로나19 확진 1호가 될 수는 없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만인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통에서 만난 곽태수 전남도의원은 "인접 강진군이 확진자가 나오지 않다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이후 확진자가 쏟아져 주민들이 더욱 조심스러워 한다"며 "주말에도 외지 외출을 삼가는 등 주민들이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주고 있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김용진씨(58)는 "언론에서 청정지역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오히려 외지인이 많이 올까 걱정스럽다"며 "승객들도 택시를 타면 먼저 손 소독부터 하고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 서혜린씨(38·여)는 "그냥 주민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킬 뿐 확진자 제로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언론에서 자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나와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흥이 너무 부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놨다.

장흥군의 관문인 버스터미널 내부.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에 대해 빠짐없이 열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장흥군의 관문인 버스터미널 내부.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에 대해 빠짐없이 열체크를 하고 있다.© 뉴스1

◇마스크 안쓰면 호루라기 경고


외지인이 가장 많이 찾는 토요시장 방역을 위해 장흥군은 매일 20명이 넘는 방역단이 구석구석 소독을 하며 물샐 틈 없는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호루라기 방역단은 지역을 돌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주민에게 호루라기를 불며 경고를 준다.

군 산하 직원들로 구성된 코로나19 '자치경찰 TF팀'은 장례식장, 식당, 교회, 터미널 등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을 돌며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수시로 점검한다.

또한 관공서와 아파트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발판소독기를 비치하고 군의 관문인 버스터미널의 주요 진출입로 등에는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열체크를 실시하고 있다.

'식사중 대화 금지' 캠페인도 범군민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도 운영되는 장흥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감염이 의심되는 주민들은 스스로 찾아와 검체채취를 벌인다.

보건소 관계자는 "하루에도 10~20명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한다"며 "인접 시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나오면 더 많은 주민들이 선별진료소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병원에서 퇴원한 주민이 귀가하다 마을 입구에서 주민들에게 제지당해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후에야 집에 돌아갔다"며 "주민들이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알렸다.

정종순 장흥군수(왼쪽 두번째)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설 연휴 귀성객 방문 자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장흥군 제공)/뉴스1
정종순 장흥군수(왼쪽 두번째)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설 연휴 귀성객 방문 자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장흥군 제공)/뉴스1

◇'하루 두차례 마을방송' 정종순 군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정종순 장흥군수는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매일 하루 두 차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마을방송을 하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정 군수는 "하루하루 살얼음판 같은 긴장속에 보낸다"며 "그동안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행운도 있었지만 군민들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 여부는 다가오는 설 명절이 최대고비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청정지역을 잘 유지해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장흥군과 함께 코로나19 확진환자 '제로'를 기록하던 강진군은 지난 16일 주민 3명이 첫 확진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들은 연쇄 발생이 이뤄진 영암 관음사와 접촉한 강진군 한 사찰의 스님과 총무, 주민으로 이들의 확진판정으로 강진은 '청정' 아성이 무너져 주민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24일 현재 전남지역 확진자는 모두 711명을 기록하고 있다.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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