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갈 길 먼 '코로나發 학습격차' 해소…"실태조사 한 번 없어"

[코로나 1년] "일회성 시도에 예산 끝나면 폭파"
사는 방식 달라져…학생 키우는 방식도 달라져야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2021-01-20 15:32 송고 | 2021-01-20 22:07 최종수정
지난해 15일 인천 남동구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지난해 15일 인천 남동구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이 된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학습격차 문제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효성 있는 보완책과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학사운영을 이끌어왔던 교사들은 체감상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필시험에서 상하위권 격차가 벌어지는 등 학습격차 확대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가정환경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도 이전보다 커졌다. 교실이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온라인 학습을 하면서 가정환경이 중요한 변수가 된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약계층의 교육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가급적 코로나19 상황을 조기에 끝내서 빨리 대면수업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교육부는 원격수업 내실화를 통해 학습격차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시에 인공지능(AI) 활용 맞춤형 학습과 에듀테크 멘토링 사업 등 교육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도 따로 마련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올해 기초학력 보장 체계 강화를 위해 공립초등학교에 1·2학년과 중학교 1학년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협력강사를 신규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일회성 대비책만으로는 학습격차에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습격차 해소는 코로나19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한데 단기 대응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학습격차 대책끼리도 서로 연계성 없이 일회성으로 시도되고 예산이 끝나면 폭파되는 방식으로 지속됐다"라고 밝혔다.

기초학습부진 학생을 대상으로 꾸준한 학습지원이 필요한데 기한이 반년도 되지 않는 지원들도 있어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책임있게 지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협력교사 지원도 지속성, 충분한 예산, 전문인력 확보 등이 중요하다"면서 "기간제 대신 전문교원을 충원하거나 기존 교원이 그 역할을 계속 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학습취약 학생 같은 경우 대부분 학습동기를 갖추게 하는 것부터가 과제다. AI 학습 프로그램을 제작해 지급한다고 해도 학생이 활용하지 않으면 학습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박 교수는 "학습취약 학생은 학습동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AI 프로그램을 도입하더라도 옆에서 도와줄 인간 학습 도우미는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대신 박 교수는 학습취약계층 학생 대다수가 가정에서 부모 도움을 받기 힘든 점을 고려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선에서 지역아동센터 등에 학생들을 불러모아 학습을 도와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복지연구실장도 "저소득층 학생은 공부에 몰두할 환경이 가정에 없는 비율이 높다"면서 "주민센터나 공공기관에 스마트학습터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학업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민사업이) 성인을 중심으로 생각해온 경향이 있는데 학생과 청소년도 주민"이라며 "코로나19로 사는 방식이 달라진 것처럼 학습과 학생들을 키우는 방식도 전환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현상진단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학습격차가 교육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 한 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들이 학습격차 관련 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대다수가 설문조사 등을 통한 인식조사에 그쳤다. 부산시교육청 등에서 중간고사 채점결과를 비교하는 등 제한적으로 실태조사가 이뤄진 정도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확하게 (학습격차) 데이터를 내고 지난해 실시한 정책에 효과가 있었는지 봐야 한다"면서 "실태조사가 아직도 없다는 건 정책 추진에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제고사에 거부감이 없다면 일제고사를 통해 학습격차를 파악하거나 아니면 교육청별로 학교시험 결과를 분석해봐야 한다"면서 "기초학력 대책을 말로만 때워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kingkong@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