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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송전탑 오른 유다인 "사회문제 잘 모르지만 위로·용기 되길"(종합)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1-01-20 14:47 송고
유다인/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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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다인이 부당 파견과 현대사회의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로 돌아왔다. 그는 "사회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도 "제가 영향력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중을 상대하는 배우니까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털어놨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유다인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20일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주연 유다인의 화상 인터뷰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파견 명령을 받아 하청업체로 가게 된 정은(유다인 분)이 1년의 시간을 버티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영화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유다인은 극 중 회사에서 인정받는 우수 사원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받게 된 정은 역을 맡았다. 정은은 꿋꿋하게 버티던 중 1년동안 하청으로 파견을 가면 이후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수락하지만 하청의 현실은 예상과는 다르고, 그는 낯선 도전에 직면한다.

유다인/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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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다인은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매 작품 아쉬운 점이 크다"며 "'저때 조금만 더 집중했다면' 싶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 그로 인해서 조금 집중 못했던 건 아닌가 후회도 들고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했다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며 "출연하기 전에 '내가 이 작품에 잘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역할을 하면 잘 쓰일 것 같다,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유다인은 이 영화 출연 계기가 KTX 승무원 복직 다큐멘터리였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도 말씀드렸는데 이 작품을 하게 된 가장 크게 된 이유가 KTX 승무원 분들이 복직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작품에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며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전 사실 잘 모르지만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작품이 조금 다르게 와닿았다.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이라면 이렇게까지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가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다인은 "사회 문제, 정책적인 문제들 저는 사실 잘 모흐고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며 "저는 그걸 배우니까 연기로서 표현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를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연기로서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유다인은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나 그분들의 인터뷰에서 느낀 그분들의 절박함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상업성과 작품성 두 가지 다 중요하다"며 "어쨌든 제가 영향력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중을 상대하는 배우니까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다인/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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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유다인과 오정세가 직접 송전탑을 오르는 장면으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이에 대해 유다인은 "송전탑은 극 중 정은의 절박함, 정은의 감정을 잘 극대화시켜 표현한다고 생각했다"며 "송전탑이 정은의 어떤 감정이나 영화를 표현하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생각해서 좋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전탑 촬영을 하며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한달 정도 촬영을 했고 짧고 굵게 촬영을 했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힘들었는데 무엇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게 많았다"며 "틈틈이 마사지 받고 병원도 많이 갔다. 촬영하며 가장 병원을 많이 다닌 작품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마지막 날은 장례식장이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음식을 잘못 먹고 식중독에 걸려서 스태프분들 몇분과 몇몇 배우들 포함해 응급실도 가고 그랬다"며 "군산에서 촬영 끝내고 서울로 갔어야 했는데 너무 몸이 아파서 숙소에서 반나절 가량 끙끙 앓다가 서울로 왔었다"고 회상했다.

송전탑에 올라가는 장면을 직접 연기한 과정에 대해서는 "중간중간 현장에서 스태프 분들이 장비를 내려놓으실 수 있게 하셨지만 하나하나 매달아야 하는 점에서 쉽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 줄에 거꾸로 매달리면서 허리를 살짝 삐끗해서 치료도 받았다"고 말했다.

유다인/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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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은 정은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자신은 정은과는 많이 다르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성향이나 성격은 비슷한 게 없다. 저는 정은이처럼 못했을 것 같고 하청업체도 못 갔을 것 같다"며 "무기력해졌을 것 같고 어떻게든 버텨내려고 하는데 무너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끝난 이후 정은의 삶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는 원칙, 소신대로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살고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또 유다인은 "10년 넘게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가 어떤 배우라는 걸 조금은 알겠더라. 어떤 걸 했을 때 잘 드러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잘 알 것 같고,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 잘 쓰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면 TV에서 드라마를 했을 때의 제 모습과 영화의 제 모습은 다르다 생각한다. 저라는 배우의 성격은 영화가 더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큰 화면에서 봤을 때 더 감정이 전달이 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런 게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장점인 것 같고 그걸 잘 하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다인은 클로즈업된 화면에서 정은의 좌절감 등의 감정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영화 속 정은의 감정에 더욱 이입하게 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유다인은 "저는 클로즈업 이런 건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담스럽다 생각하진 않게 되더라"며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장점이라 생각하는데 클로즈업 했을 때 감정이 더 잘 표현되는 배우라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자신 있었다. '이런 캐릭터라면 잘 표현할 수 있겠다, 클로즈업으로 감정 표현을 잘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다인/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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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이 배우로서 이 영화에 공감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초반에 촬영했던 신이었는데 시나리오 상에서 봤을 땐 사실 잘 못 느꼈는데 슛이 들어가고 대사를 했는데 '아, 이거구나' 했던 신이 있었다"며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는 대사에서 '이런 거구나' 하는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정은의 마음과 심정을 조금 느낀 것 같다. 배우도 일이 없으면 쉬어야 한다. 1~2년 일이 없어서 쉬었던 경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는 그런 대사가 와닿았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직업을 생존과 연결시킨다. 유다인에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의미를 물었다. 그는 "예전엔 '배우가 아니면 난 아무 것도 아니야' '배우가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은 모두가 오래 산다. 100세 시대이기도 하고 요즘 시대에 '이거 아니면 안 돼'는 아닌 것 같다. 못하게 되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지금은 예전보다 직업에 대한 생각들이 달라진 것 같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유다인은 소신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저는 기본적으로 소신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요즘에는 예전보다 안정적이고 편해졌다고 느낀다"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큰 바람이나 목표가 있지 않고 이 상태로 편안했으면 좋겠다 싶다. 기본적으로 편안할 때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스릴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유다인/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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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유다인은 "영화는 어두웠지만 밝게 촬영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건 오정세 선배 덕분이었다"며 "제가 무거운 캐릭터라서 진지했었는데 오빠 덕분에 재밌게 촬영했다"면서 "오정세 선배는 장점이 너무 많다.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디어 많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정말 유쾌하게 해준다. 상대 배우가 편하게 연기하게 해주니까 너무 고마웠다"며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는데 모든 촬영장에 오정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유다인은 "요즘 만나서는 '주로 어떻게 살고 있냐'는 얘기를 나눴다"며 "정세 오빠가 이 영화를 한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홍보 활동할 때 참석해줘서 고마웠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유다인/프레인TPC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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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두운 소재의 영화로 찾아온다는 점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유다인은 "이 영화는 사실 개봉한다는 게 감사한 작품"이라며 "개봉 이후에 극장에서 내려가더라도, 관객 분들과 만나서 이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감정이나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봉 시기를 떠나서 개봉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영화 전체적으로 힘든 얘길 하고 있고 무거운 얘길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극장을 나갈 때는 힘을 받고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는 발걸음이 힘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저에게도 용기를 갖게 해준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 분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바랐다. 

끝으로 유다인은 개인적인 관심사도 공개했다. 그는 "잘하는 것도 관심 있는 것도 없었는데 관심 있는 게 생겼다. 연기하다 보니가 촬영 편집 이런 것들 관심 생기고 했었는데 요즘 유튜브를 많이 하시니까 뭔가 찍어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정우와 호흡하는 '야행' 촬영에 대해 "오는 2월부터 촬영이 들어가는데,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고도 귀띔했다.

한편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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