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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원님, 공무원이 당신의 머슴은 아니잖아요”

(예산=뉴스1) 최현구 기자 | 2021-01-17 07:00 송고 | 2021-01-17 07:58 최종수정
최현구 기자 © 뉴스1

"내 몸이 귀하다고 하여 남을 천히 하지 말고, 자기가 크다고 하여 남의 작은 것을 업신여기지 말고, 자기의 용기를 믿고서 적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명심보감에 나오는 얘기다.

정치인들의 신년사를 보면 대부분이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 상생 관계가 잘 되도록 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출마자들은 국민을 떠받들고 소중한 의견을 귀담아 듣겠다고 유권자들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당선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같은 초심을 잃는 정치인들을 다반사로 봐 왔기 때문이다.

최근 예산군의회에서 일어난 사례는 이런 측면에서 안타까움을 더 한다. 군의회에서는 12일부터 19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제267회 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의원들은 이 기간동안 각 과, 사업소별로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 받았다.
하지만 업무보고 자리가 행정사무감사인지, 군정질문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실제로 15일 산림축산과의 업무보고 때 K의원의 언행이 논란이 됐다. 

K의원은 질문요지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의 질문을 해 해당 과장을 어리둥절케했다.

도시재생과나 환경과와의 연계된 사업이 산림축산과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K의원에겐 업무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해 보였다.

당연히 과장의 답변도 횡설수설 할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한 의원 자신도 화가 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행정의 복잡화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최종 업무에 대해 단일화시켜달라는 취지로 해당과에 대한 업무보고는 끝이 났다.

물론 의원 질의에 집행부는 성실히 답해야 한다. 지금껏 의원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나 의견 충돌시 사전에 의원실에서 조율을 하거나 미리 자료제출로 상당부분 업무파악이 이루어진다.

당연히 의회가 민의를 대신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집행부를 피고인 대하듯 취조하는 분위기는 배척해야할 사안이다.
  
본회의장에서의 의원 발의나 집행부의 답변은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본인의 화를 추스르지 못하고 고성과 반말을 섞어가며 집행부를 몰아붙이는 식의 질문은 지양해야할 것이다. 지역구 재선을 할 정도라면 의원 자신의 품위나 인격에도 마이너스가 될 부분이다.

당시 본회의장에 있던 어느 누구도 과연 K의원이 저렇게까지 화를 낼 정도의 사안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본회의 산회 직전 의장은 의원들에게 질의할 때 공무원들을 존중하고 과격한 발언은 삼가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자신에 대한 저격이라고 판단한 K의원은 의장에게 항의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예산군의회 전경. © 뉴스1

지난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막말 등으로 B도의원이 중징계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결국 B도의원은 행감 도중 공무원에게 과도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며 공개사과를 해야 했다.
  
옛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벼가 익는다는 것은 사람의 인격이나 지식의 정도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더 겸손해지라는 말이다.

내년 6월에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또다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공무원도 또 그들의 가족들도 유권자 일 수 있다. 집행부와 의회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소통과 협력 관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비판을 통해 지역 발전을 돕고 집행부를 관리, 감독하는 의회 본연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린아이 나무라듯 윽박지르고 고성을 가하는 모습이 과연 군민들에겐 어떻게 비쳐질지 불보듯 훤한 결과다. 

시간배분은 아랑곳 없이 각 지역을 대표해서 선출된 동료의원들의 질의시간은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 독불장군식의 의정활동은 동료의원들에게조차 신임 받지 못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K의원이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 그 초심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chg56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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