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지방 > 광주ㆍ전남

긴가민가 스쿨존…노면표시 있는데 지자체 관리카드엔 미등재

관리 부실…광주시 보행자중심 시설개선 '헛구호'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2021-01-14 13:53 송고 | 2021-01-14 14:45 최종수정
지난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노면에 어린이보호구역이 표시돼 있다. 지난 5일 해당 교차로에서 이륜차를 추격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경위가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학교 5학년생을 들이받았다.2021.1.11/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시의 어린이보호구역 관리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무 중인 경찰차에 초등학생이 치인 횡단보도 인근 도로에는 버젓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노면표시가 있지만, 시는 사고 발생 9일이 지나도록 어린이보호구역 여부와 함께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록불에 횡단보도 건너던 초등생, 경찰차에 치여

지난 5일 오후 2시쯤 광산구 교통안전계 소속 A경위는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 인근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순찰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교 5학년 B군을 들이받았다.

사고 발생 1분 전, A경위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주행 중인 이륜차를 발견, 단속에 나서던 순간이었다.

음식 배달부인 40대 이륜차 운전자가 교차로 신호를 위반하며 지나쳤고, A경위 역시 신호등이 빨간불인 것을 확인했지만, 단속을 위해 감속을 하지 않은 채 교차로에 그대로 진입했다.

그사이 신호등 초록불을 보고 초교생 B군이 횡단보도를 건넜고, 편도 3차로 중 2차로 위 횡단보도에서 A경위의 순찰차에 치였다.

A경위는 사고 직후 허벅지 등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은 B군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산서는 사고 당일 A경위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입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난 도로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어린이보호구역 여부에 따라 A경위에 적용되는 혐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일 경우 A경위에 대해 '민식이법'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입건할 수 있다.

◇관할 주체도 모르는 '어린이보호구역'

하지만 사고 발생 9일이 지났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의 관할 주체인 광주시는 물론 광산구와 경찰청 모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광산구 신가동 선창초등학교에서 170m가량 떨어진 횡단보도로,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30m 전 제한속도 50㎞와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글씨가 노면에 표시돼 있다.

그러나 노면 표기와는 다르게 광주시와 광산구, 광주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관할 내 어린이보호구역 리스트인 관리카드에는 해당 교차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등재돼 있지 않다.

이 구역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 해제된 것인지, 지정은 됐지만 관리카드에서 누락된 것인지, 애초에 지정되지 않은 곳에 노면 표기를 잘못한 것인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광주시와 광산구의 공식 입장이다.

다만 포털사이트 로드뷰를 통해 지난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해당 구역에 어린이보호구역 노면표시가 생겼다는 것만 파악했다. 해당 구역이 최장 13년동안 방치된 셈이다.

광산구는 어린이보호구역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광산서의 요청에 '관리카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등재돼 있지 않다. 어린이보호구역인지는 알 수 없다'는 답변을 전달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선창초등학교 일대 지역이 지난 2005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기록만 확인할 수 있다"며 "이 사실만으로는 사고 발생 구역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현재까지는 지정되지 않은 곳에 단순 노면 표기를 실수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동 스쿨존 교통사고 현장에서 오토바이와 트럭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2020.12.15/뉴스1 © News1

◇어린이보호구역 지정·해제·관리는 어떻게?

광주시의 경우 현행 도로교통법상 어린이보호구역의 최종 지정·해제 결정권자는 광역시장이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등의 시설장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을 신청할 경우 시는 관할 자치구·경찰청과 논의를 거친 뒤 지정 구역의 범위와 제한속도 등을 결정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경찰청은 도로 여건을 고려한 무인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치구는 노면표시와 안내표지판 등 부속 시설물을 설치한다.

광주시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 지정과 해제에 대한 별도의 고시는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특정 도로에 대한 어린이보호구역 여부를 도로 위 노면표시나 안내표지판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3월 25일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광주시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본격적인 시설 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5개 자치구내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실태·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교통안전시설과 무인단속 카메라 등 시설 현황을 파악해 어린이들의 안전과 사고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1곳이 시설 폐쇄에 따라 지정 해제됐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광주지역 어린이보호구역은 모두 588곳으로 공식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53곳, 서구 103곳, 남구 75곳, 북구 170곳, 광산구 187곳이다.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관리는 관할 자치구에서 담당한다. 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그 이후부터 관리 주체는 관할 자치구가 되는 셈이다.

관할 자치구는 특정 구간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해제되면 노면 표시를 지우고, 관련 부속 시설물을 해체·철거할 의무가 뒤따른다.

◇잇단 사고, 광주시 재발방지 약속 무색

지난해 11월17일 북구 운암동 한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8.5톤 화물차가 일가족 4명을 들이받아 3살 여아가 숨졌다.

해당 횡단보도에는 보행자용 신호등을 비롯한 횡단보도 전후에 별도의 차량 정지선도 마련돼 있지 않아 일각에서는 광주시의 어린이보호구역 관리부실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사고 발생 이틀 뒤, 현장을 찾아 안전실태를 점검한 뒤 주민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광주시내 어린이보호구역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위험요소를 찾고, 보행자 안전위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추진 중인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하향에 따른 노면표시와 표지판 정비, 과속·불법주정차 CCTV, 교통신호기 등 설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고속도로는 차량 중심일 수밖에 없지만 시내교통만은 사람안전·보행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도로교통시스템을 사람안전·보행자 중심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재발방지를 약속한 지 50일만에 재차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가 발생, 관리 부실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광산구 주민 이모씨(40·여)는 "어린이보호구역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 보강을 하겠다는 거냐"며 "말뿐인 정책말고 이번에는 행동으로 옮기는 정책을 보여달라"고 지적했다.


ddaum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