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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마-시진핑 갈등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 中기업의 미래

마윈, 정부의 기업 규제 작심 비난했다가 궁지에 몰려
中 정부의 기업에 대한 최우선 가치는 '공산당에 순응'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2021-01-13 15:05 송고 | 2021-01-13 15:08 최종수정
마윈(잭마) 알리바바 창업자(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마윈(잭마) 알리바바 창업자(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마윈(잭마)이 창업한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제력 강화는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개인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이정표라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마윈을 비롯한 어느 기업가라도 정부 정책에 대해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어 개인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기업이 시 주석과 당이 추구하는 노선에 충성심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사업을 번창시키고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지만, 국가 시책을 비판하거나 따르지 않을 경우 아무리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가 크더라도 가차 없이 단속한다는 것이다.

마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일련의 통제와 압박은 중국 내 개인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본보기인 셈이다.    

앤트그룹. © 뉴스1
앤트그룹. © 뉴스1

◇ 상장 무산되고 해체 위기에 몰린 앤트그룹 : 지난 2017년 앤트그룹의 프리미어 자금 시장 펀드(MMF)가 관리 중인 자산이 2600억달러(약 284조 5700억 원)를 웃돌며 최고조에 달하자 중국의 많은 국영 은행과 규제 기관은 동요했다.

정부 당국과 국영 은행들은 앤트그룹이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 앤트그룹에 대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결국 마윈은 굴복했고, 그의 알리바바가 출시한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Yu’E Bao, 계정잔고 보물)는 예금 한도를 설정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9월 1830억달러로 축소됐다. 약 30%가 줄어든 것이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작심한 듯 금융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과도한 규제를 비난했다.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포함해 중국의 고위급 경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공산당은 즉각 보복에 나서 앤트그룹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와 미흡한 준법의식을 지적했다. 시 주석은 37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가 예상됐던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막았고 그룹 해체 위기에 몰렸다.

모기업인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 이후 주가가 30% 폭락했다. 이어서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의 반독점 수사 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언론보도까지 통제당하고 있다.

마윈은 재산이 620억달러에서 490억달러로 감소했고, 지난해 10월 발언 이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가 꿈꾸던 '금융 제국'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제공)© 뉴스1
(중국 알리바바그룹 제공)© 뉴스1

◇ 시진핑에 밉보여 궁지에 몰린 마윈 : 국영 은행들에 대해 안정을 위해 혁신을 희생한다고 말한 마윈의 상하이 발언은 시 주석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렸다.

마윈은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였다. 그는 중국 경제를 변화시키고 온라인 서비스 분야를 세계적인 리더로 만들었다.

그는 중국 인민들은 물론 주요 금융 감독 당국뿐만 아니라 국무원 각 부처의 관리들로부터 오랫동안 지지를 받아왔다.

불과 2년 전 그의 공산당원 신분이 처음 확인됐을 때만 해도 당 중앙위원회는 "마윈이 중국을 국제 전자상거래 산업, 인터넷 금융,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선두주자로 만들었다"며 포상했다.

알리바바와 앤트의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결제 서비스는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전투가 한창일 때 봉쇄로 고생하는 수억명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마윈의 몰락은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와 공산당의 비위를 거스르면 아무리 뛰어난 개인 기업가라도 언제든 수사와 단속의 표적이 된다는 점이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개막연설을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AFP=뉴스1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개막연설을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AFP=뉴스1

◇ 기업 활동이 기득권층에 피해 주면 안 돼 : 마윈은 사실 상하이에서 기업가로서 해야 할 말을 한 것이었다.

그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여전히 앤트그룹이 중국의 금융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사명감을 열정적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위어바오는 2013년에 서비스를 시작됐고, 식당 직원에서 도시 여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1위안의 푼돈을 금융시장 펀드에 예금해 예금 계좌보다 더 많은 이자를 벌어갈 수 있도록 허락했다.

불과 4년 후, 위어바오는 JP모건의 미국 정부 자금 시장 펀드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자금 시장 펀드가 됐다. 

앤트그룹의 신용사업은 크게 성장해 현재 중국의 모든 비모기지 소비자 대출의 약 1/10을 차지하고 있다.

이 펀드의 성공은 앤트그룹의 잠재력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가장 강력한 기득권 집단 중 하나인 국영 은행들과 그들을 규제하는 관리들에게는 큰 위협이 됐다.

중국 정부의 한 고문은 "금융 감독관들은 앤트그룹의 증가하는 힘과 그것을 통제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밀어 붙일 수 있는 능력을 매우 우려해왔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의 고층 건물. © AFP=뉴스1
중국 베이징의 고층 건물. © AFP=뉴스1

◇ 마윈 길들여 정부에 순응하는 기업 모델 정립 : 중국 정부는 마윈의 앤트그룹과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를 통해 정부에 순응하는 개인기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규제 당국은 앤트그룹에 대해 결제, 대출, 보험 및 자산관리 등 많은 사업을 보다 엄격하게 규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앤트그룹에 대한 자기 자본 비율의 요구 수준을 높이고 기업 전체의 가치를 낮출 것이다.

당국은 이 같은 지주회사 모델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기업을 옥죄는 좋은 방법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한 기업이 확보한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공유하기를 원한다. 앤트그룹이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일이다.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상인들이 알리바바 외 경쟁사의 플랫폼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관행'을 중단시키는 것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플레넘 컨설팅의 천롱 컨설턴트는 "시 주석은 마윈의 연설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자 국가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집단이 득세했다"며 "만약 그의 연설이 없었다면 모든 일이 순조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 주석이 원하는 것은 정부 방침에 길들여진 개인기업이다. 이것이 중국 내 개인기업의 미래라는 점을 FT는 시사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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