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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이준우 "'스위트홈 선크림남'…욕 많이 먹었지만, 연기 '희열' 느껴"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1-01-11 14:30 송고 | 2021-01-11 14:56 최종수정
배우 이준우/넷플릭스 '스위트홈' 제공 © 뉴스1
배우 이준우/넷플릭스 '스위트홈' 제공 © 뉴스1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스위트홈'. 지난해 12월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국내 및 해외 플랫폼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괴물과의 맞대결만큼 재미난 점은 이 괴물을 대하는 인간들의 저마다 다른 모습과 변화다. 누군가의 선한 마음이 약점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악한 마음은 생존전략이 되기도 한다. 대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공포의 세계에서 밑바닥을 드러 내고야 마는 인간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씁쓸함을 남긴다.

'스위트홈'에서 그린홈 주민 중 한 명인 류재환 역은 대표적인 분노유발 캐릭터다. 짜증 가득한 말투는 그나마 애교다. 생필품을 가지러 사지로 떠나는 현수(송강 분)에게 무려 '선크림'을 가져다 달라고 하거나, 이들이 숨어있던 장소를 발각되게 하는 등 아주 중요한 민폐 설정을 끌어 안고 있다.

신예 이준우(29)가 맡아 연기했다. 드라마 '상속자들' '학교2017' '독고리와인드'를 거쳐 '스위트홈'을 만났다. 이응복 감독과 함께 류재환 캐릭터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만들면서, 연기하는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 프로들이 모인 현실의 연기 현장에서는 동료들에 '민폐'를 끼치면 안 되는 생각으로 '스위트홈'의 역대급 '민폐캐' 류재환을 탄생시켰다.  

어찌나 가볍고, 얄밉게 연기를 잘 했던지 '스위트홈'이 공개된 후 '스위트홈 선크림남'이라면서 시청자들의 온갖 분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준우는 그것조차도 희열이고 재미있었다면서도, 언젠가는 선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다음은 이준우와 일문일답.

-자기소개를 해달라.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부산 출신이다. 18세에 서울에 올라왔다. 부모님이 공부를 하라고 서울에 전학을 보낸 건데,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실 게 뻔해서 말씀을 못 드렸다. 공부하시는 줄 알고 있다가 내가 연기를 한다고 하니까 많이 놀라셨을 거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찾는 중, 연기가 너무 나와 맞고 재미있는 거다. 그래서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내가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는 뜻을 전하니까 그제야 좀 이해해주셨다.
배우 이준우/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배우 이준우/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그 뒤로 어떻게 연기활동을 했나.

▶대학에 가서 연기를 전공하고 여러 작품 오디션을 봤다. 드라마 '상속자들'에도 단역 학생으로 나온다. 잘 보면 내가 곳곳에 나온다. 주인공들 싸울 때 옆에서 말리거나 그런 역할을 했다.(웃음) 단역이긴 했지만, 집안 가족들이 봤을 때는 우리 가족이 TV에 나오니까 신기하고 대견한 거다. 그 뒤로는 가족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그 뒤로 오디션을 계속 봤고 '학교2017' 등으로 조금씩 작품에 나왔다. 오디션을 보는 기간이 길었는데 힘들지는 않았는지.

▶배우만 그런 것도 아니고, 직장인도 자격증을 따고 공부도 하지 않나. 우리(배우)도 뭔가를 배우고 그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이 좋은 배우로서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운동하면서 몸도 관리하고 연기 공부도 열심히 했다.

-무명시절이 길었는데.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진 않았나.

▶후회한 적은 없다. 현장이 너무 즐겁고 연기가 좋았다. 내가 이걸 안 하면 뭘 했을까 싶다. 연기는 내 삶의 원동력이다. 연기하는 게 마냥 좋아서 '이걸로 지금 돈 못 벌어도 어때' 싶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 지금 내가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훨씬 컸다.
배우 이준우/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1
배우 이준우/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1
-'스위트홈'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독고 리와인드'라는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응복) 감독님이 그걸 보셔서 오디션으로 이어졌다. 작품에 합류한 후에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 많은 걸 물어보시더라.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너는 이 사건이 터지면 뭘 먼저 가지고 나올 것 같냐'고 하셔서 '제가 피부가 많이 건조해서 화장품을 가지고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었다. 어느 정도 잡힌 캐릭터 가이드라인이 있었고,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그 위에 살을 붙였다. 조금 '날티'나는 인물일 것 같고, 위층에 사는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남자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부터 캐릭터 방향성이 더 가벼운 사람으로 잡혔다. 나로서는 영광이었다. 이응복 감독님과 내가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서사가 있는 인물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했던 역할보다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다.

▶너무 부담돼서 정말 많이 준비했다. 감독님의 디테일한 점을 따라가려고 했다. 선배님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더 편하게 캐릭터에 녹아드려고 했다. 작품을 깊고 넓게 바라봐야 하는 것들을 배웠다.

-작품이 공개되고 이렇게 욕을 많이 먹을 줄 알았나.

▶페이스북을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는데 내 사진이 있더라. '스위트홈 보면서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캐릭터'로 뽑혔다. 이 상황에 선크림만 찾고 있는데 그래도 살아있으니까 얄밉지 않나. 그런 점에서 욕을 많이 먹더라. 댓글을 보는데 욕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희열도 느껴졌다. 나를 욕하면 싫겠지만 내가 연기한 재환을 욕하는 거니까.

-주변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SNS를 활발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스위트홈'이 공개되자마자 연락을 많이 받았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초등학교 때 동창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지금 연예 매니지먼트 쪽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 작품을 보고 '고생 많았겠다'하면서 연락을 줬다. 울컥했다. 응원한다는 연락도 많이 왔다. 부모님은 넷플릭스가 뭔지도 모르셨다. 지금은 너무 자랑스러워 하시고, 친척들에게 '우리 아들 넷플릭스 드라마 나왔다'고 하신다.
배우 이준우/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배우 이준우/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스위트홈'에서 특히 이준우씨는 긴장을 하지 않는 것 같더라. 신인인데 대범하다는 인상이었다.

▶사실 정말 많이 긴장했다. 현장은 장난치는 곳이 아니지 않나. 수년을 연기한 선배님들 감독님들이 있는데 내가 긴장해서 작품에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사 진지하게 임했다.

-자신이 보면서도 너무하다 싶었던 재환의 모습이 있다면.

▶버튼을 누르는 게 너무 이기적인 거다. 자기 혼자 살겠다고 그걸 누르는 걸 보는데, 내가 원래 민폐끼치는 걸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개인적으로 더 이해가 안 되고 싫었다.

-'스위트홈 선크림남'으로 알려지고 있더라. 어떤가.

▶그럼 광고라도….(웃음)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스위트홈'이 완성된 걸 보면서 감독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게 잘 만들어주셨구나 싶고 소통했던 내용이 작품에 다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즐기면서 보지 못 했지만, 시청자로서는 너무 재미있고 놀라운 작품이었다.

-아쉬움이 있었나보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얼마나 갈길이 먼지, 나 스스로 반성해야 할 점이 보였다. 왜 저기서 저렇게 연기했을까. 앞에 괴물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 괴물의 존재감은 이를 보는 사람들의 리액션에서 드러나지 않나.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나타내야 하는 내 리액션이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이준우/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배우 이준우/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칭찬은.

▶난 신인이고 감독님이 너무 어렵지 않나. 성격상 말도 잘 못 거는 편이다. 끝날 때 감독님이 '재환아 수고했다'라고 툭 치시더라. 이름을 불러주면서 한 마디 하시는데 너무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다.

-본인 성격과 다르게 '민폐캐'로 살아보니 어떤가.

▶연기를 하는 거니까 재미있더라. 그게 연기의 매력이 아닌가. 내가 언제 '양아치'가 되고 이런 연기도 해보나 싶다. 연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잘 해내고 싶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독고 리와인드' '학교2017'에서도 괴롭히는 역할이었고 '스위트홈'도 착한 친구가 이니어서, 언젠가는 착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배우로서 목표는.

▶ 내가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예술을 보고 감명을 받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한 장면만으로도 어떤 미세한 감정을 느끼지 않나. 그게 좋은데, 나도 그렇게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이고 싶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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