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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못 살린 양천경찰서만 그럴까?…"경찰과 협조 안돼"

'정인이' 사건 당시 APO, 컨트롤타워 역할 못 해
1년 못 채우는 경우 다수…"전문수사관 필요"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2021-01-06 06:08 송고 | 2021-01-06 08:31 최종수정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는 글이 적혀 있다./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는 글이 적혀 있다./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생후 16개월 영아 정인(입양전 이름)양이 3번의 학대 의심 신고에도 결국 숨지면서 사실상 아동학대 사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양천경찰서 학대예방경찰관(APO)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은 정인양 몸에 난 상처 등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같은 미흡한 수사 사례는 다른 경찰서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기에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APO를 두는 선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전문 수사관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숨진 정인양을 추모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연예인들에 이어 정치권까지 동참한 가운데, 정인양에게 가해진 학대를 파악하지 못했던 경찰들의 문제점이 6일 재조명되고 있다.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 5~9월 세 차례 경찰에 접수됐다. 5월에는 어린이집 교사, 6월에는 가해자의 지인, 9월에는 소아과 의사가 정인양의 체중 감소와 상처 등의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양부모 측 주장을 토대로 아동학대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아이를 학대한 양부모는 "아이에게 안마하는 과정에서 멍이 생겼다"는 식으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APO를 포함한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은 결국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지만, 경찰의 미흡한 수사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양천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사실상 경찰이 아동학대 의심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자체 종결하는 사례가 많다는 증언이 나온다.

양천구가 아닌 다른 자치구의 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아동학대 의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나더라도 학대가 의심되면 해당 가정에 방문해 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수사관들은 이미 한 번 수사했으니 개입할 게 없다는 식"이라며 "경찰과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동학대 사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APO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생후 16개월 영아인 정인양을 학대해 사망하게 만든 혐의를 받는 엄마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생후 16개월 영아인 정인양을 학대해 사망하게 만든 혐의를 받는 엄마가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APO는 경찰서에 배치돼 가정폭력, 노인·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주기적으로 피해자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 필요하다면, 보호기관 전문가나 타 부서 경찰관과의 협조를 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APO는 결국 학대 피해자인 정인양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APO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된다. 이들은 아동학대를 포함한 다양한 학대 사건들을 모두 다루기 때문에 관심이 분산되는 데다 재직기간이 적어 아동학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편이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남·북부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APO 근무자 수 및 재직기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경기남·북부청 143명의 APO 중 73명이 재직기간 1년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절반가량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APO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양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학대예방경찰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1년 미만의 재직기간을 개선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는 학대를 막기 위해 APO를 배치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일선 수사관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아동학대 전담 수사관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동학대 수사에 뜻이 있는 경찰관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사에 나설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찰관들이 다루는 사건들이 무지막지하다 보니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며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은 굉장히 심한 학대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우연히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APO는 학대 예방이 주요 업무고 실제 수사는 일선 경찰관이 담당한다"며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해 수사하는 전문 경찰관을 두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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