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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입맛대로 다 바꿔라"…유통 수장들, 새해부터 '혁신' 외쳤다

신동빈 "그룹 차원 시너지 만들어야"…정용진 "과거 관성은 버려라"
정지선 "고객 본원적 가치 찾자"…손경식 "패러다임 시프트 이룰 것"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1-01-04 16:41 송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일 온라인 영상으로 2021년 신세계그룹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신세계그룹 제공)2021.1.4/뉴스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일 온라인 영상으로 2021년 신세계그룹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신세계그룹 제공)2021.1.4/뉴스1

#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성공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 관성을 버려야 한다.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달라."(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고객의 본원적 가치 찾아야 한다. 군더더기를 뺀 '의미 있는 단순화'를 구현하자"(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 수장(首長)들이 신축년을 맞아 한목소리로 '변화'와 '혁신'을 외쳤다.

코로나19 이후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쇼핑 패턴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업도 새로운 시장환경에 따라 비전과 조직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경종을 울렸다.
◇'위기' 5번 강조한 신동빈…"그룹 차원 시너지 만들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일 신년사를 통해 "유례없는 상황에 우리의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껏 간과했던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면 롯데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집약해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가 매년 강조하던 '초변화', '뉴롯데', '게임체인저'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전 화두들은 '성장'에 방점이 찍혔다면, 올해 메시지는 '위기'와 '극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 회장은 이날 '위기'라는 단어를 5차례, '극복'은 3차례 언급하며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모든 임직원의 자율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라는 구절을 인용해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뉴스1
신동빈 롯데 회장© 뉴스1

특히 "각 회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고, 강력한 실행력으로 시너지 창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하나하나 제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단순히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연기됐던 사업들을 꺼내 반복해서는 성공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까지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된 자세와 경기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우리 스스로가 5년 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적극적이면서도 책임감 있게 업무에 임해달라"고 거듭 강조하며 "인재들이 베스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정용진 "온라인 전이 더 빨라졌다…과거 관성은 버려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리테일시장의 온라인 전이가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졌다"고 진단하면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장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대형마트 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앞다퉈 점포를 매각하는 '긴축 경영'에 나섰지만, 정 부회장은 거꾸로 이마트를 신규 출점하고 매장을 전면 리뉴얼하는 등 '확장 경영'을 펼쳤다. 올해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발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주문하며 △고객을 향한 불요불굴(不撓不屈) △구성원간의 원활한 협업과 소통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 등 세 가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결코 흔들리지도 굽히지도 않고 목표를 향해 굳건하게 나아간다'는 뜻의 사자성어 '불요불굴'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불요불굴의 유일한 대상은 고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일들조차 자신이 속한 사업만 바라보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면, 그룹 내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자산을 발견할 수 있다"며 "지금은 망원경이 아닌 만화경으로 미래를 봐야 할 시기다. 성장 가능성 있는 내부 인재는 적극 중용하고, 그룹에 부족한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인재도 영입해야 '새로운 신세계'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백화점 제공)© 뉴스1

◇정지선 "고객 본원적 가치 찾고, 사업 군더더기 빼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잠재적인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올해 경영 화두로 '고객의 본원적 가치'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 달라진 고객을 이해하고, 소비 패턴에 따라 유연하고 과감한 경영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다. 고객의 불만과 욕구를 파악하고, 사업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낸 '의미있는 단순화'를 구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유례없는 코로나19와 수년째 지속되는 경기 침체, 디지털 전환을 축으로 한 산업의 패러다임 급변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이 예상된다"면서 "고객의 본원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빠르게 변화를 실천하면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우리의 사고와 행동 기준으로 삼고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입장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g·불편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와 가장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고객의 본원적 욕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고객의 본원적 가치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중심 사업 변화'과 '조직문화 혁신'도 예고했다. 정 회장은 "이제 업계의 경쟁적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시장 상황을 판단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기존의 사업 프로세스와 일하는 방식에서 군더더기를 뺀 '의미 있는 단순화'(Meaningful Simplicity)를 구현해 고객 입장에서 의미 있고 유용한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성공과 실패의 학습효과가 축적될 때 '혁신'이 가능하고, 개인과 조직이 성장하는데 밑바탕이 되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며 "조직의 리더는 실패가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일부분이라는 인식을 갖고 구성원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CJ그룹 회장(CJ그룹 제공)© 뉴스1

◇손경식 "철저한 체질 개선으로 '패러다임 시프트' 이뤄내야"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이날 신년사를 통해 "철저한 체질 개선을 통해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이뤄내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에 기반한 구조적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격변하는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 혁신 성장을 당부하며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CJ그룹은 올해 경영 목표를 '패러다임 시프트'로 설정했다. 온리원(Only One) 정신에 기반한 혁신 성장을 통해 파괴적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초격차 핵심 역량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사가 넘보지 못할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하며 최고 인재 육성으로 도전과 혁신의 글로벌 일류문화 정착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그룹이 성장하려면 임직원의 전사적인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임직원이 의지와 절실함으로 무장하고 각자 위치와 역할에서 최고 인재가 되어야 한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해 전진한다면 일류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J그룹의 역사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대한 끊임 없는 도전의 역사였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며 꾸준히 전진한다면 반드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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