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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속풀이] 추억의 노트가 된 정의당 '데스노트'

(서울=뉴스1) 김달중 기자 | 2020-12-31 17:09 송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2.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2.2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정의당에는 합격자, 탈락자 명부가 따로 없다. 오직 국민의 마음속에만 그 명부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지난 22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찬반을 놓고 당내에서 의견이 갈릴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데스노트는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사람이 죽는 일본 만화 및 영화에 등장하는 소재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당이 낙마자로 지적하면 실제로 임명되지 못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창기였던 2017년 8월, 당시 이정미 대표는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노동문제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고용노동부를 이끌 리더십이 준비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른바 조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린 순간이다. 음주운전 허위해명 논란 등으로 조 후보자는 결국 임명되지 못했다. 이렇게 문재인정부에서 후보 딱지를 떼지 못한 채 낙마한 안경환(법무), 조대엽(노동), 박성진(중소), 조동호(과학기술), 최정호(국토교통) 전 후보가 그렇다.
정의당은 20대 국회만 하더라도 데스노트에 큰 부담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사청문 시즌이 돌아오면 데스노트 문제로 존재감을 재확인해온 측면이 컸다.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상당 부분이 여론의 큰 저항을 일으킨 후보들이 다수였다.

심 전 대표가 "(데스노트는) 국민의 마음속에만 그 명부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정의당이 국민 여론을 최우선을 두고 낙마자를 선정해온 것은 아니다. 2019년 정의당의 존재감을 크게 위축시켰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가 대표적이다. 

심상정 대표 체제였던 정의당은 논란 끝에 조 전 장관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당시 심 대표는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정의당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과 관련해서 후보자 측에 별도 소명을 요청할 생각이다"고 답을 유보했고, 며칠 후 "정의당은 고심 끝에 조국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 임명권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정의당은 조국 전 장관 임명에 따른 당내 문제가 불거졌고, 일부 당원들이 탈당하고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후폭풍에 휩싸였다. 심 전 대표는 결국 "이번 정의당 결정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은 사실"이라고 유감을 표하는 식으로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진보적 가치와 정의를 내세웠던 정의당의 이같은 오류는 당시 당론으로 추진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라는 게 여야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소수정당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안전판 마련을 위해 조 전 장관 임명에 동의했다는 말들이 나왔지만, 정의당 측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기본적으로 국민 여론을 의식한 판단이자 때로는 정치적 이득을 위한 협상의 창구로도 활용되어 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20대 국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122석으로 제1당과 2당 어느 한 쪽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국민의당이 38석으로 제3당의 위치에 오르면서 정의당(6석)과 함께 각종 안건 투표에서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21대 국회의 경우 31일 현재 민주당이 174석을 확보해 이미 과반을 점유한 상황이다. 국민의힘(102석)과 국민의당(3석)이 의기투합해봐야 민주당 의석을 넘지 못한다.

정의당이 최근 변창흠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결론을 내리고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변 후보자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이어 장관에 임명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20대(국회)만 하더라도 우리당 수가 적어서 정의당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의 이탈표를 늘 계산해야 했던 상황이었다"라며 "하지만 이번 국회는 여야 의석 분포가 달라 청문보고서 채택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인사청문회 이후) 여론의 향배는 우리도 늘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d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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