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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코로나가 아시아시대 앞당긴다-②

서양 개인주의의 실패 vs 동양 집단주의의 승리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21-01-02 08:00 송고 | 2021-01-03 08:20 최종수정
미국 CDC가 공개한 코로나19 모형도 © 로이터=뉴스1 © News1 
미국 CDC가 공개한 코로나19 모형도 © 로이터=뉴스1 © News1 

동양에는 '염치'(廉恥)라는 것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쉽게 말하면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쳤을 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을 이른다.

고백하건대, 필자는 코로나 초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나는 안 걸리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한, 대책 없는 '아재'였다. 그러나 아내가 "당신이 걸리는 것은 상관없는데, 남에게 옮기는 것은 어떻게 할 거냐, 만약 연로하신 부모님께 옮기면 어쩔 거냐!"고 일갈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스크를 안 쓰다 나만 죽는 것은 자업자득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염치'일 것이다.

지난달 6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1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달 6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스키장.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1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그런데 미국에는 염치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쓰고 안 쓰고는 개인의 자유이지 남은 물론 국가도 간섭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다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코로나가 팬데믹(대유행) 양상을 보임에도 아직도 마스크를 거부하는 미국인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도 지지자도 거의 마스크를 안쓰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도 지지자도 거의 마스크를 안쓰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팬데믹을 물리치는 데는 서양의 개인주의보다 동양의 집단주의가 효과적임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관(官)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다. 동양인은 기본적으로 관을 신뢰한다. 관에서 백신을 권고하면 기꺼이 맞는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백신 접종을 권하자 인민들이 백신을 서로 맞으려 해 암시장까지 생겼을 정도다.  

과거 동양에는 과거제도가 있었다. 이를 통해 관료제가 형성됐고, 관료들은 동양사회를 지배했다. 이들의 가렴주구로 백성이 고통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동양 사회 최고의 엘리트는 과거에 합격한 관료들이었다.

따라서 동양은 관에 대한 선망이 뿌리 깊다. 지금도 인재들이 앞다퉈 공직에 나간다. 그러나 서양 엘리트는 돈을 추구한다. 미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은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이다. 따라서 관에 대한 믿음이 동양처럼 깊지 못하다.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미국의 유명 여론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6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0%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대답했다. 인종별로 보면 흑인의 백신 접종 의사는 42%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백인은 61%, 히스패닉은 63%, 아시아계는 83%였다.

흑인의 접종의사가 현저하게 낮은 것은 흑인들이 미국 공공의료 정책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 정부는 흑인 매독 환자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조사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아시아계는 83%가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아시아계는 관에 대한 신뢰가 체화돼 있기 때문일 터이다. 아시아는 백신 접종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서구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소를 물가로 데려갔지만 소가 물을 먹지 않겠다면 도리가 없다. 미국을 비롯해 서양에서 백신 접종이 먼저 시작됐지만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 인구 70% 이상 접종은 동양이 더 빠를 지도 모른다.<계속>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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