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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을 묻다①] 박주민은 왜 문신사법을 발의했나?

"공공연히 이뤄지며 급성장한 문신 산업 이제는 양성화해야"
감염우려 등 의료계 반발 거세…입법, 헌법소원 결과 주목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0-12-27 10:59 송고 | 2020-12-27 12:25 최종수정
대한문신사중앙회 소속 문신 산업 종사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문신사 법제화 촉구 결의대회에서 피켓 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9.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대한문신사중앙회 소속 문신 산업 종사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문신사 법제화 촉구 결의대회에서 피켓 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9.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최근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와 '타투 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현행법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 전원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건을 포함해 현재 헌법재판소 전원위원회에 회부된 문신 관련 헌법소원은 언론에 알려진 건만 4건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은 '의료법 27조 1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의료행위'에 문신 시술이 포함돼 직업 선택의 자유와 예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는 현행 제도 때문에 한국에서는 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이 문신을 해서는 안된다. 문신 시술소에서 받는 예술 문신을 비롯해 미용실 등에서 이뤄지는 반영구눈썹문신과 같은 미용 문신도 모두 불법이다.

사실 법전에도 '문신은 불법이다'라는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2년 대법원에서 '문신은 의료행위'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이후 계속해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불법이라는 판례가 굳어져 이후의 재판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문신을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일본도 문신을 의료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었지만 지난 9월 일본 대법원이 의사 면허 없이 문신을 해 의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신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판례를 뒤집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문신사들에게 면허를 주고 안전관리 규정 등을 두어 문신업을 관리하고 있다.

문신 산업은 해가 갈수록 성장하는 데 문신을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는 법으로 인해 범법자가 양산되자 아예 문신사를 직업으로 인정하고 법을 제정해 양성화하자는 '문신 합법화 운동'이 약 20여년간 진행돼 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대법원에 판례를 근거로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며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 시술 합법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하지만 '문신은 위험하다'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문신이 점점 더 대중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약 4만여명이 문신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시장규모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신을 시술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중화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문신시술 실태 조사 및 안전관리 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표본인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15.3%가 문신을 경험했다고 밝혔으며 30.7%는 반영구화장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중에 병·의원에서 시술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문신이 2.7%, 반영구회장이 13.1%로 소수였다. 대부분의 시술이 문신 시술소나 미용시설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병·의원에서 이뤄지는 반영구 화장 문신의 경우에도 상당수가 의사가 아닌 병원에 채용된 문신사나 간호조무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실제 한 병원에서 채용돼 문신 시술을 하는 A씨는 최근에는 병원에서 (문신사들에게) 간호조무사를 따게 해 문신을 시키고 있다며 "의사 본인이 문신을 하는 경우는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병원에서 시술을 하면 의사가 진찰을 하고 처방전도 주기 때문에 일반 미용실 등에서 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간호조무사가 시술을 하는 행위는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이 일상화되자 정부도 처벌 대신 음성화된 문신 시장을 양성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는 '신(新)직업 추진 형황 및 육성계획'을 발표하며 새롭게 육성할 신직업 17개 중 하나로 문신사를 꼽았다. 당시 정부는 한국의 문신사들이 세계적인 국제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그 위상이 높아지자 예술 행위에 한정해 문신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제도적 개선을 이뤄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도 문신 산업을 양성화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겅조정회의'를 열고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비의료인도 자격과 기준을 갖추면 반영구 화장 및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공중위생관리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정부는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해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정부 주도의 개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은 "정부는 이전부터 말만 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한해 수백명의 죄 없는 국민이 범법자가 되고 있는데 정부와 공무원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신사들은 현재 문신 산업이 대중화되어 있음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새로운 법을 제정해 '무법'의 상태에 놓여있는 문신산업을 법의 테투리 안에 포함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에서 문신 시술을 하고 있는 박진환씨(가명· 41)는 의사만이 문신을 할 수 있는 현행 법에 대해 "의료행위라면 의사들이 하는게 맞는데 의사들은 문신을 배우지도 않고 시술을 하지도 않는다. 안전 때문이라면 관련제도를 만들고 관리를 해야 하는게 것이 맞지 수요는 계속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을 내버려 둔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보건사회연구원도 "문신과 반영구 화장 시술이 대중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과 공중보건위생상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신시술 및 반영구 화장과 관련한 법을 제정해 제도적으로 시술을 허용하되 시술의 안전을 담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요 선진국처럼 문신사들의 자격, 업소 관리, 기타 시술과 관련하 규정을 포함하는 법을 제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달 국회에서는 의사가 아니어도 문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문신사 면허를 받은 사람이 문신 행위와 문신업소 개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신사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 법의 규제 안에 둔다는 것의 제정안의 취지다.

다만 법안 발의 직후부터 의료계가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국회에서 향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문신사법이 매번 발의된 바 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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