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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무착륙 비행'도 '썰렁'…면세업계, 내년도 "버텨야 산다"

흥행저조에 면세점 부진 계속…'제3자 반송'도 올해 종료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2020-12-28 06:23 송고 | 2020-12-28 08:13 최종수정
11월 1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한산하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1월 1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한산하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가 깊고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도 코로나 3차 대유행의 여파로 '흥행'에 실패했다. 무착륙 비행 이용객들에겐 일반 여행자와 같은 면세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업계에선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설상가상 면세업계의 '생명줄'과 같았던 제3자 해외 반송 제도 또한 올해말 종료된다. 업계에선 최소한의 '버티기'를 위해 제3자 해외반송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무착륙 비행 탑승률 '35%' 불과…"유의미한 실적 상승 없다"

28일 면세업계 등에 따르면, 무착륙 비행의 탑승률은 3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 첫 비행때만 하더라도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때마침 본격화된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흥행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항공사들은 '철수'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사전 검토단계에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에어서울 또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여파는 고스란히 면세업계까지 번졌다. 주요 면세점들은 무착륙 비행 개시에 맞춰 항공업계 등과 발빠르게 제휴를 맺고 '고객몰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정작 무착륙 비행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늘지 않자 한결같이 김빠진 표정을 지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매출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실적이 개선됐다고 여길만큼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착륙 비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예상보다 적어 면세점을 찾는 고객들 또한 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무착륙 비행이 메리트가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미 '예고된 부진'이었다는 평도 나온다.

무착륙 비행 탑승권의 가격은 20만원 안팎이다. 일반 시민들로선 해외 영공을 한바퀴 돌고 오는데 그치는 '이벤트성' 상품에 투자하기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반면 면세 구매한도는 기존과 동일한 600달러다. 면세를 통해 할인받는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탑승권 가격 등과 합치면 큰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 인기품목이라 할 수 있는 명품 가방 등 고가의 상품은 구매할 수도 없고, 생필품이나 화장품, 주류·담배 등을 주로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굳이 무착륙 비행을 이용하겠단 고객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버티는 것 말고는 답 없다"…정부 지원 연장·확대 촉구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무착륙 비행마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면세업계에선 '버티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국제관광과 면세업의 침체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빨라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정상화'의 길목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또한 최근 각 국에서 시작된 백신 투여가 조속히 이뤄지고 '집단면역' 효과가 빠르게 가시화돼야 가능하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면세사업 전망에 대해 "실적은 3분기를 기점으로 최악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다만 실적이 정상화되기 위해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그 시점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면세업계의 올해 4분기 실적은 2~3분기 기록했던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신 연구원은 호텔신라 4분기 면세사업 실적에 대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8.7% 줄어든 1조1003억원, 영업이익은 86.3% 감소한 1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영업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단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및 영업요율 적용, 제3자 해외 반송 제도 등 지원책에 힘입은 바가 컸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행되던 지원책들마저 종료된다면 극악의 침체기에 다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올해 '가뭄 속 단비' 역할을 했던 제3자 해외 반송 제도가 올해말 종료되는 것에 대해 업계의 우려가 크다.

제3자 반송이란 해외 면세 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물품을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제도다. 중국 보따리상 등이 입국하지 않아도 원하는 면세품을 현지에서 받아볼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올해말까지 6개월 동안 이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면세업계는 이 제도를 내년까지 연장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사실상 거부하고, 대신 수출인도장을 통해 외국인 구매자가 출국 전 면세품을 해외로 먼저 발송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내년에도 하늘길이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다 외국인 입국시 자가격리 기간과 이에 따른 절차·재정적 부담까지 고려하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제도적 문제를 감안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업계의 사정을 고려하면 오히려 기존 '틀을 깨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제3자 반송제 연장은 물론 향후 2년간 한도를 미리 사용할 수 있는 '면세한도 가불제'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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