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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2020]시동 끈 타다, 혼쭐난 배민…그래도 스타트업은 달린다

정치권 앞에 좌절한 타다, 배민…일각에선 "누가 창업하겠나"
코로나 시국에 新 활로 찾은 스타트업…유니콘 늘고 IPO 러시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12-23 06:45 송고 | 2020-12-23 10:46 최종수정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된 모습. (뉴스1 DB) 2020.3.11/뉴스1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된 모습. (뉴스1 DB) 2020.3.11/뉴스1

올해 초 스타트업 업계의 시선은 11인승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에 쏠렸다. 이용자는 택시보다 비싼 이용 요금에도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지 않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 베이직에 열광했다.
그러나 타다 베이직은 지난 4월11일, 서비스 1년 반 만에 시동이 꺼졌다. 국회가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브이씨앤씨는 커지는 적자에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 서비스를 종료했다. 드라이버와 일부 직원은 실직했다.

'배달의민족'도 도마 위에 오른 해였다. 우아한형제들이 새롭게 내놓은 수수료 체계를 두고 일부 자영업자가 반발했고 '표밭'을 의식한 정치권까지 배달의민족을 겨냥하며 논란은 거세졌다. 정치권에 찍힌 '타다'가 어떻게 문을 닫는지 지켜본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원상복구'를 선언했다. 두 사례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래선 누가 창업하겠냐"는 푸념도 흘러 나왔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타트업은 저마다의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등장했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스타트업도 눈에 띄게 늘었다.

◇택시 업계와 갈등 끝에 국회 문턱 못 넘은 타다…수수료 체계 바꾼 배민은 '혼쭐'

정부는 그간 혁신의 '걸림돌'로 지적된 규제 문제를 해소하고 위해 규제샌드박스도 도입하며 물꼬를 터왔다. 그러나 서비스 1년만에 15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모빌리티의 혁신'으로 평가받은 타다엔 재갈을 물렸다. 정부가 택시 기득권의 반발을 풀지 못한 탓이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타다를 위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타다가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신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국은 혁신을 잃었다"는 거센 비판도 이어졌다.

타다금지법 통과 직후 브이씨앤씨 경영진은 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택했다. 막혀버린 투자길과 누적된 적자가 주된 이유였다. 박재욱 브이씨앤씨 대표는 "국내외 투자자들은 정부와 국회를 신뢰할 수 없다며 투자를 지속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며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 지난 4~5일 이틀 연속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의 민족에 대한 글을 올리고,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공공앱 개발을 선포했다. 2020.4.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 지난 4~5일 이틀 연속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의 민족에 대한 글을 올리고,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공공앱 개발을 선포했다. 2020.4.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토종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시작에 5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은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새로운 수수료 체계 '오픈서비스'를 놓고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다.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 5.8%의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 광고상품이다.

기존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광고상품을 쓰던 일부 점주는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 반발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은 플랫폼 기업의 횡포"라며 비판하면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지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불승인을 지속 건의하고 (수수료가 없는) 공공 앱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우아한형제들은 결국 개편안 발표 열흘 만에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타다와 배달의민족 사태를 지켜본 스타트업·벤처업계는 정부가 '혁신성장'을 주요 가치로 내걸었지만 그간 보여준 것이라곤 '혁신을 말려 죽이는 일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정부가 '혁신하고 창업하면 성공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는커녕 불확실성을 떠안기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타다를 지키지 못한 것이 미래 세대에 부끄럽다"고 말했고, 3기 4차위도 지난 4월 첫 공식회의에서 "타다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는 반성으로 시작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활로 찾은 토종 스타트업

토종 스타트업은 코로나19라는 변수에도 자체적인 기술력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비상장 유니콘 기업 13곳 중 7곳이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준비에 착수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일각에서는 올해야말로 K-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하는 원년이 됐다고 평가도 나온다. 특히 핀테크 스타트업은 비대면 문화 보편화로 올해 괄목할 만한 성장 속도를 보였다. 지난 22일 기준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는 누적 135건이다. 그중 100건 이상이 올해 지정됐다. 서비스 운영사 명단을 살펴보면 국내 핀테크·데이터 스타트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열린 규제 혁신으로 디지털 금융 서비스 이용자의 편의성이 향상되면서 핀테크 기업은 "올해는 제대로 숨통이 트인 해였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국내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 22일 발표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서비스사를 보면 KB국민은행, 네이버 등 큰 규모의 기업뿐 아니라 보맵, 핀다 등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며 "스타트업도 금융·IT 공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해가 됐다"고 밝혔다.

9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주차되어 있다. 오는 10일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면서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도 통행할 수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9일 서울 서초역 인근에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주차되어 있다. 오는 10일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면서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도 통행할 수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스타트업 업계의 활약이 눈에 띄는 한 해였다. 올해는 전동 킥보드로 대변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성장 폭이 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공유 전동 킥보드는 약 3만6000대(16개 업체 총합)가 운영 중이다. 한국교통안전연구원은 2016년 6만대 정도였던 전동 킥보드가 오는 2022년 2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주·정차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우선시 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혼란에 빠진 이용자를 위해 민관은 머리를 맞대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은 안전을 위해 만 15세 이하 이용자가 전동 킥보드를 대여할 수 없도록 자율 규약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타다 모회사 쏘카는 지난 10월 6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국내 모빌리티 업계 최초로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쏘카는 타다 사태로 풍전등화에 놓이는 듯했지만 회사가 가진 기술력과 데이터, 플랫폼 경쟁력 덕에 화려한 복귀를 일궈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오는 2022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2020년은 코로나19로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만큼 새로운 기회를 발굴한 스타트업이 나타난 해이기도 했다. 어려운 시국에 민관의 협업도 빛이 났던 해"라며 "다만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입법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태"라고 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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