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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김도훈 감독 "내 역할은 여기까지, 집에 가서 쉬고 싶다"

8년 만에 울산의 ACL 우승 이끌어…올해로 계약 만료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12-20 01:24 송고
ACL 우승으로 울산과의 동행을 마무리한 김도훈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ACL 우승으로 울산과의 동행을 마무리한 김도훈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울산현대가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되찾으면서 지긋지긋한 2인자 꼬리표를 떼어 냈다. 김도훈 감독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울산과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울산은 19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의 알 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페르세폴리스(이란)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1로 승리,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를 잘 풀던 울산은 먼저 실점하는 큰 위기에 처했으나 전반전 막바지와 후반전 초반 상대의 실수로 페널티킥 2개를 얻어냈고 이를 K리그 득점왕 주니오가 모두 성공시키면서 역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하늘도 울산의 2인자 탈출을 원했다.

2012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울산은 클럽 통산 2번째 ACL 정상에 올랐고 K리그는 2016년 전북현대 이후 4년 만에 챔피언을 배출했다.

김도훈 감독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2017년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그해 FA컵에서 우승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에는 준우승만 4번(K리그-2019, 2020 / FA컵-2018, 2020)에 그쳤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도 또 정상에 서지 못했다면 2020년에만 3개의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치는 씁쓸한 기록을 남겼어야했는데, 끝에 활짝 웃었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간 가슴에 쌓아두었던 혼자만의 아픔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 감독은 "카타르에 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준우승을 두 번을 하고 침체된 분위기였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한 고백을 전했다.

이어 "이번 우승이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뛴 선수들, 뒤에서 희생한 선수들, 부상으로 돌아간 선수들, 한국에서 남았던 선수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고 자랑스럽다"면서 "단장님께 마지막 대회까지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부족한 감독과 함께 하며 고생한 코칭스태프들도 정말 고생 많았다. 지원 스태프와 직원들, 클럽하우스에서 힘써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부모님께도 특별한 마음을 전했다. 김 감독은 "올해 초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축구에서 지도자가 해야 할 것에 대해 내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하늘에서 좋은 기운을 주셔서 우승한 것 같아 감사하다. 어머니도 통영에서 아들과 팀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빌고 계셨을 텐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축구가 즐거워야 되는데 준우승을 두 번 하다 보니 즐겁지 않았다. 그러나 카타르에서 우리 선수들과 즐겁게 축구했다. 축구가 즐겁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즐거움은 축구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예술이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더 발전하길 기대하고 응원하겠다. 마지막으로, 집에 가서 와인 한잔하며 쉬고 싶다"며 웃었다.

올해로 울산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김도훈 감독은 연장 없이 마침표를 찍는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내가 봐도 우리 선수들은 대단하다. 정말 잘해줬다.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좋은 시즌이었다"면서 "나는 올 시즌 계약이 끝난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앞서 말했듯 집에 가서 와인 한잔하며 쉬고 싶다"고 이별을 말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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