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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에 구멍 하나만…"산부인과 단일공 로봇수술, 이대서울병원이 이끌겠다"

[인터뷰]문혜성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산부인과 교수)
전세계 의료기관 최초로 다빈치SP 이용한 단일공수술 500건 달성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김태환 기자 | 2020-12-16 06:30 송고
세계적인 산부인과 로봇수술 권위자인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다빈치SP(Single Port·최신 단일공 로봇수술기기)'를 이용한 로봇수술이 산부인과 수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계적인 산부인과 로봇수술 권위자인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다빈치SP(Single Port·최신 단일공 로봇수술기기)'를 이용한 로봇수술이 산부인과 수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촉감 대신 눈으로 환자 상태를 보는 산부인과 로봇수술은 그만큼 어렵지만, 배꼽에 구멍 1개만 뚫는 단일공 수술이 가능해 환자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단일공 산부인과 로봇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도했고, 이제는 전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고 있어요. 가장 까다로운 환자라도 끝까지 수술하고 치료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산부인과 로봇수술 권위자인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다빈치SP(Single Port·최신 단일공 로봇수술기기)'를 이용한 로봇수술이 산부인과 수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했다.

문 교수는 개인 통상 1000건이 넘는 로봇수술을 집도한 권위자다. 1988년부터 1만건이 넘는 자궁암과 난소암, 암 전단계인 근종(자궁근육의 종양) 등을 수술한 기록도 보유 중이다.

◇로봇 팔, 사람처럼 움직이고 수술 사각지대 없애…단일공 전세계 첫 500건

다빈치SP는 배꼽에 구멍을 1개만 뚫는 단일공 수술이 가능한 수술로봇이다. 수술 도중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빈치SP에 달린 로봇 팔은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는 다관절 시스템을 갖췄다. 마치 사람처럼 팔꿈치와 손목 등을 동시에 꺾을 수 있다.
이런 관절 기능에 의해 로봇 팔에 달린 카메라는 내시경으로도 보기 어려운 수술 부위 뒤쪽까지 관찰할 수 있다. 다빈치SP는 혈관 근처에 생긴 근종(혹), 조직이 달라붙는 유착을 원상태로 복구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근종이 7개 이상이거나 그 크기가 10㎝ 이상인 환자도 단일공 방식으로 수술할 수 있다.

현재 산부인과 수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메스로 살을 가르는 절개 수술법에 이어 환자 몸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내시경을 집어 넣는 복강경 수술법, 그다음 단계로 로봇수술이 부상했다. 로봇수술은 받은 환자는 예후가 좋지만 수술을 맡은 집도의는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수술 전에 모든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야 하고, 눈으로 촉감까지 계산해야 한다. 단일공 산부인과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적은 이유다.

문 교수는 "전 세계 최초로 산부인과 분야 다빈치 SP 로봇수술 500건을 돌파했다"며 "다빈치 제조사가 이대서울병원 등 극소수 우리나라 대학병원에 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한 것도 한국 의사들의 손재주와 수술 실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일공 수술법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수술했고 예후도 좋았다"며 "전 세계 의학계가 인정하는 성과를 계속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지난해 11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제11차 유럽로봇수술학회'에서 국내 의료진 중 유일하게 논문 초록이 채택돼 발표를 진행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에서 문혜성 교수님이 집도한 산부인과 단일공 로봇수술 636건을 분석한 내용이다.

연구 내용을 보면 가임기(임신 가능기간)에 있는 여성 환자 74.4%가 단일공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2.5%에 그쳤다. 문 교수는 "단일공 로봇수술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처음으로 발표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다른 병원이 따라오기 힘든 압도적인 수술 성과를 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로봇수술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려면 공간 및 감각 개념을 키워야 한다"고 후배 의사들에게 조언했다. 여기에 경험이 쌓일수록 환자 예후는 더 좋아진다. 문혜성 교수는 "로봇수술은 의료진 경험과 실력에 따라 수술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며 "지금 보다 더 많은 의료진이 수술법을 익히고 임상을 경험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산부인과 로봇수술 권위자인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이 14일 인터뷰에서 다빈치 수술로봇 앞에서 작동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계적인 산부인과 로봇수술 권위자인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이 14일 인터뷰에서 다빈치 수술로봇 앞에서 작동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미국 대신 한국 선택…"최고 수준의 치료에 에너지 쏟겠다"

문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996년 이화여대 의과대학 조교수로 임용됐다. 지난 2003~2005년에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급여를 받는 연구교수로 활동했다. 이후 산부인과 주임교수,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장을 지냈다. 현재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과장, 로봇수술센터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문 교수가 산부인과를 선택한 것은 스승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머릿속에 환자와 수술 생각만 가득했다고 한다. 전공의 시절 응급수술이 필요한 산모를 데리고 수술방을 허락 없이 찾아간 것은 병원 내 유명한 일화다.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어떻게든 환자를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주변에서는 문 교수를 '매사가 확실한 의사'라고 평가한다. 평소에는 온화하지만 수술실에서는 한없이 엄격한 것도 공과 사를 구분하는 성격이 작용했다. 그가 애초부터 교수가 되는 것을 꿈꾼 것도 아니다. 수술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자연스럽게 대학병원 교수의 삶을 살게 됐다. 문 교수는 미국 의료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모국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

수술과 치료를 가장 잘하는 게 환자를 위하는 길이라는 게 그의 신조다. 그러다 보니 환자로부터 일부 오해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문 교수는 수술을 받은 환자가 팔과 가슴이 저리는 증상을 호소하자마자, 의료기록을 보기 위해 달려나갔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환자는 "말도 없이 떠났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실력과 친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지만, 문 교수는 그래도 치료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문 교수는 "환자와 교감하는 것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지만, 치료와 진단에 집중하다 보면 간혹 환자들이 서운해하는 것 같다"며 "최고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는 데 에너지를 쏟겠다. 환자들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웃었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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