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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을 두른 그 동네, 은평구서 보내는 굿바이 2020년

은평구 알차게 둘러보는 하루 코스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20-12-15 06:00 송고 | 2020-12-15 10:45 최종수정
봉산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여명. 서울관광재단 제공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해야 뜻깊을까.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면서 어느 해 보다 빠르고 정신없이 지나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출이나 일몰을 보러 멀리 떠나지 못하고,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들을 위해 서울관광재단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곳으로 '은평구'를 추천했다.
 
은평구에서는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봉산을 포함하여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울창한 편백나무숲과 한옥마을과, 북한산에 둘러싸인 사찰까지 일상 속에 작은 선물을 줄 수 있는 곳들이 너무 많다.
 
남은 2020년 알차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은평구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봉수대 뒤로 떠오르는 태양
      
◇ 07:00, 남산타워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서울의 일출 

봉산은 좌우로 뻗은 산줄기가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봉령산이라고도 불리는 산이다. 정상에는 조선 시대에 불이나 연기를 피워 도성에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가 있다. 해발고도는 207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산등성이가 길게 뻗어 있어 능선 따라 걷는 재미를 느끼기 좋은 등산 코스를 갖추고 있다.

봉수대에서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 은평구의 해맞이 행사를 매년 이곳에서 진행한다. 올해는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는 개최되지 않지만, 오히려 더 차분하게 일출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다.

봉산은 이른 새벽부터 운동을 나온 동네 주민들이 많고,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일출 산행이 처음인 사람이라도 찾아가기 어려운 곳은 아니다.

봉수대로 일출 산행 시 가장 쉬운 코스는 수국사 뒤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봉수대로 가는 길이다. 수국사에서 출발하면 코스가 짧아 약 30분만 걸으면 봉수대에 도착할 수 있다.

코스는 시작부터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생각보다 계단 구간이 길어 점점 숨이 차오르고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능선에 올라서면 길이 평탄하다.

봉수대가 있는 정상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남산타워를 찾는다. 봉산에서 바라볼 때 겨울철의 해는 남산타워의 왼쪽에서 떠오른다. 미세먼지로 인해 가시거리가 좋지 않은 날에는 남산타워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땐 인왕산 자락을 따라 시선을 두고선 날이 밝아오며 서서히 하늘이 붉어지는 지점을 찾으면 된다. 봉산에서 일출을 바라볼 때는 해가 인왕산 능선 너머로 뜨기 때문에 예보된 일출 시각보다 약 10~15분이 지나야 비로소 태양의 모습이 온전히 나타난다.

능선 위로 얼굴을 드러낸 태양은 밝고 환한 빛을 내뿜으며 고요했던 밤의 어둠을 걷어내고 활기찬 아침을 열어준다.  

봉산 편백나무숲의 편백 사이로 난 산책로. 길은 좁지만 편백 사이를 요리조리 거닐며 산책할 수 있다

◇ 09:00 편백나무숲에서 힐링과 치유

편백나무는 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분포한 침엽수다. 제주도로 여행을 가면 하늘 높이 솟은 울창한 편백 숲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에 위도가 높은 서울에서는 편백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은평구에 있는 봉산의 편백나무 숲이다.

은평구는 2014년부터 숭실고등학교 뒤편에 있는 봉산 자락에 편백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편백 3000그루를 심었던 것을 시작으로 매년 주민들이 참여하는 편백 심기 행사를 열면서 점점 나무를 늘렸고, 현재는 1만2000그루가 넘는 넓은 숲을 만들었다.

은평구는 숲 안에 무장애 산책길, 전망대, 포토존 등 다양한 시설을 조성하여 시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생활공원으로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편백은 피톤치드가 다른 나무보다 월등히 많이 발생하여 힐링과 치유의 숲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는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살균물질인 피톤치드를 공기와 땅속에 발산한다. 이때 나온 피톤치드는 천연물질로 인간의 신체에 흡수되면서 인간에게 해로운 균들을 살균하여 면역력을 높여주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 아래에서는 추운 겨울임에도 때를 모르고 피어난 꽃잔디가 상큼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어 걷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한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나무의 키가 작아 숲이 울창한 모습을 한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흘러 10~20년 후에는 나무가 높이 솟아 초록빛 숲을 이룰 것을 상상해보며 걷는 것도 묘미다.

삼천사 북한산의 골짜기와 어우러진 모습

◇ 13:00, 서울의 유구한 역사를 담은 수국사, 삼천사, 진관사 

봉산 자락에 있는 '수국사'는 조선 세조 때 건설되었다. 세조의 첫째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고양 봉현에 능을 만들고 넋을 기리기 위해 절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수국사는 왕실 사찰로 역할을 하면서 성종 때 중창되기도 하였으나, 이후 쇠락하였고 한국전쟁 때는 전각 대부분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재건을 거듭하여 현재는 현대적인 모습을 한 사찰로 거듭났다.

수국사에 들어서면 금빛으로 반짝이는 대웅보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내부 구조는 일반적인 사찰 건물과 마찬가지로 전통 목조법당이지만 건물 안팎을 100% 순금으로 칠해 화려한 황금 법당이 되었다.

대웅보전 안에는 보물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다. 수국사는 묵언을 통해 수행하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묵언을 원칙으로 하고 하루 한 끼만 공양한다. 또한, 휴대전화를 금지하고 매일 6시간씩 수련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국사가 봉산 자락에 있었다면, '진관사'와 '삼천사'는 북한산 아래에 있다. 두 사찰은 은평구 한옥마을 사이에 있어,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천천히 걸으며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삼천사는 신라 시대 원효 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조선 시대에는 스님 3000명이 수도할 정도로 번창했다. 사찰 이름도 이 숫자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 초입에 놓인 삼천교를 지나 계곡 따라 삼천사까지 가는 길은 1㎞가 조금 넘는다. 길이 험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산의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는 듯한 코스라 가볍게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 좋다. 삼천사 경내에 들어서면 골짜기 사이에 자리한 사찰의 멋스러운 풍광이 펼쳐진다.

대웅전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신각으로 올라간다. 산신각 아래에 있는 병풍바위에 보물 제657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입상이 새겨져 있다. 마애불은 고려 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나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선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마애불의 얼굴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어 자애로움이 느껴지며 늘씬한 옷매무새와 촘촘하게 새겨진 옷 주름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름다운 마애불의 모습에 그 앞에 서서 한참이나 불상을 바라보게 된다.

진관사의 마음의 정원으로 이어진 산책로

삼천사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한옥마을로 내려와 진관사로 향한다. 한옥마을에서 진관사로 올라가는 길은 '백초월길'이라 이름 붙었다. 진관사의 칠성각을 해체 및 보수하는 공사 중에 기둥 사이에 숨어 있던 보따리가 발견됐다.

그 안에는 일본 강점기에 발행된 다양한 항일신문과 태극기가 있었다. 태극기의 형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지정한 태극기의 모양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는 20년간 독립 자금을 모으고 항일 비밀 조직을 만들었던 백초월 스님이 일본 경찰에 끌려가기 직전에 숨겨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뒤늦게 다시 빛을 본 태극기와 함께 불교계 독립운동을 지휘했던 백초월 스님을 기리기 위해 백초월길을 만들었다. 백초월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진관사의 일주문에 도착한다.

일주문을 지나면 가장 먼저 마음의 정원이라 이름 붙은 산책로가 나타난다. 진관사에 흐르는 계곡을 따라 데크가 놓여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은평한옥마을카페에서 바라본 한옥마을 풍경

◇ 15:00, 북한산을 병풍처럼 두른 한옥마을 

'은평구 한옥마을'은 은평 뉴타운을 개발하면서 한옥지정 구역을 조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서울시는 한옥이 살기 불편하다는 편견을 깨고 매력 있는 주거 유형의 하나이면서도 우리의 전통 주거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한옥 단지를 만들었다.

북촌이 1920년대 전후의 근대 시대의 한옥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은평 한옥마을은 미래지향적인 현대의 한옥을 표현한다. 한옥마을에는 카페나 음식점, 숙소, 체험 장소 등이 있지만 나머지는 주민들이 사는 주거 공간이다.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에티켓을 지키며 여행을 해야 한다.

2층 한옥으로 이루어진 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에서든 북한산이 눈에 들어온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산의 능선과 기와지붕의 곡선이 어우러져 은평구 한옥마을만의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담벼락을 따라 걸으며 다양한 무늬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르게 한옥마을을 즐기는 방법이다. 호랑이 등에 까치가 앉아 있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까치를 바라보는 호랑이를 새긴 담장이 눈길을 끈다.

한옥마을 내에서 가볼 만한 곳은 셋이서 문학관과 삼각산 금암 미술관이 있다. 셋이서 문학관은 화경당 건물로 은평한옥마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한옥이다. 셋이서라는 이름처럼 은평 출신 문인인 천상병, 중광, 이외수 작가의 작품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은평한옥마을은 미래지향적인 현대 한옥의 모습을 보여준다

1층은 북카페로 운영되어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고, 2층은 방마다 세 작가의 개인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이 손수 썼던 원고지를 비롯하여 그들이 실제 사용했던 집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그들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감상한 후에는 바로 옆에 있는 삼각산 금암미술관으로 가본다. 초기에는 모델하우스로 사용되던 곳으로 현재는 '한옥 속 미술관'이라는 테마로 한국 문화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와 관련된 미술 작품 전시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천천히 공간을 즐기며 우리 문화의 멋을 느끼기 좋다. 한옥마을의 안내소 역할을 하는 너나들이 센터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한복을 대여하여 입어볼 수 있다. 한복 대여 시간은 오후 4시 30분까지이니 한복을 입고 한옥마을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가장 먼저 너나들이 센터를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외관

◇ 17:00, 한옥의 매력 더 깊이 알아볼까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마을 조성과 함께 2014년 10월에 개관했다. 2층 은평 역사실에서는 뉴타운 개발 시 발굴된 유물을 비롯하여 은평구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가 주를 이루며, 3층의 한옥실은 한옥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전시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 한옥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한옥 전시실이 더욱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옥을 짓는 데 사용되는 도구부터 조상들의 지혜로 한옥에 녹아든 과학적 원리까지 한옥의 다양한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주택재료로 사용되는 흙은 온도와 습도 조절 능력이 뛰어나고 공기 정화능력이 많아서 한옥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준다.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기둥과 보 등이 수평 목재와 수직 목재로 서로 떠받치는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평으로 된 목재들이 기둥 사이에서 이중과 삼중으로 집을 받쳐주어 내구성이 뛰어나다.

한옥의 상부는 기와와 기와를 지탱하기 위해 사용된 서까래와 흙으로 이루어진다. 무거운 지붕을 지탱하기 위해 처마를 길게 빼서 무게를 분산시키며, 처마 끝에 짧은 목재 여러 개를 겹쳐서 짜 맞춘 공포를 만들어 밖으로 빠져나온 처마의 무게마저 기둥이나 벽으로 분산시킨다.

한옥의 벽을 이루는 흙은 온도와 습도 조절 능력이 뛰어나고 공기 정화능력이 많아서 한옥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준다. 창문에 더해지는 한지는 빛과 공기를 투과시키면서 바깥과 실내공기를 조절하는 여과 작용을 한다. 액체 상태의 물은 통과하지 못하지만, 기체 상태의 수분을 배출하여 방수 효과가 있기도 하다.

한지를 통해 방 안에 명암을 조절하여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기초를 튼튼하게 해주는 돌은 한옥의 초석과 기단에 쓰인다. 목재가 바로 땅에 닿지 않게 함으로써 집의 수명을 늘려준다. 특히 온돌은 열기를 오래 간직하는 특성을 이용한 난방방식으로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고유의 주거 문화로 자리해 왔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놓으면 불이 꺼지더라도 구들에 열기가 남다 보니 실내온도를 오랜 시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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