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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SW 백년지대계, 첫발 디뎠다…교육시간·전문교사 확충 절실

[AI·SW 강국 '교육디딤돌'부터①]국내 초중등 교육, 18년부터 본격화
초등학교서 AI 가르친 英…美·中과 패권 다투는 강자로 떠올라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0-12-14 07:00 송고 | 2020-12-17 14:04 최종수정
편집자주 AI와 SW 분야는 '국가 주권'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대한 분야다. 특히 글로벌 경제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4차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시점에서 자칫 AI와 SW 분야 경쟁력을 키울 시기를 놓쳤다가는 국가 경쟁력 자체가 크게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 기업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AI 수준은 정부 자체조사 결과 주요 국가중 '하위권'을 맴돈다. 특히 '인력'부분이 낙제점이다. 이에 정부는 단기간 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집중 투자를 하는 한편 AI와 SW 분야 '기초교육'을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수립했다. 아직 교육시간 확충, 전문교사 확보 등 갈 길이 멀지만 묵묵히 나간다는 계획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하고 있다. 2020.10.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하고 있다. 2020.10.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데이터는 '국가 주권'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데이터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재를 뽑으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요. 국가에서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해주셔야 합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11월12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한 얘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데이터와 클라우드 산업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이를 위해 국가가 데이터 전문가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도 정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인간이 수행하는 일을 더 효율적으로 도울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가공·분석·적용할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은 아직 AI가 못하는 부분으로, 인력을 보강하지 않으면 너무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인력 부족의 고통을 토로했다. 

◇"中 알리바바 한 곳의 데이터 전문가가 韓 전체 전문가보다 많다"

AI와 소프트웨어(SW)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이미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AI·SW 분야 양강체제를 형성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AI·SW 역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력양성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게 성과도 나지 않는 분야다. 

한성숙 대표는 정총리와의 만남에서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알리바바라는 기업 한 곳의 데이터 분석 인력(개발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보다 많다"며 "(인력난)상황이 정말 심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인력을 빠르게 육성할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네이버 제공)© 뉴스1
한성숙 네이버 대표.(네이버 제공)© 뉴스1

정부도 이같은 산업계 요구와 국가적 필요성을 알기에 2018년 데이터경제 활성화계획을 마련할 때부터 '인력양성'을 최대 중점사업 중 하나로 책정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전 교과과정에 AI·SW 기초교육도 실시한다는 정책을 세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나 수학을 배우듯, 산수와 자연을 배우듯 긴 시간을 들여 기초교육부터 실시하지 않으면 AI·SW에 대한 기초인력 양성부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자 단기 육성, AI대학원 설립 및 확대를 통한 석박사급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개발자나 석박사도 '초등학교'때부터 기초 교육을 받아야 양성된다. 결국 AI·SW 교육도 '기초교육'이 탄탄하지 않으면 모래성과 같기 때문에 초중고교부터 AI·SW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AI·SW 인재양성, 기초교육부터…18년부터 첫 발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 '전국민 AI·SW교육확산방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정보교육 종합계획 및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의 비전, 방향, 과제를 수립했다. 그리고 두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AI·SW 교육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공동으로 AI·SW 교육선도학교를 선정하고 교원역량강화 등 적극적인 투자 지원 정책도 펴는 중이다.    

충남 금산중앙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하고 있다. 2020.10.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충남 금산중앙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하고 있다. 2020.10.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현재 과기정통부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을 통해 초·중등 AI·SW 교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필수과목인 '실과'를 통해 연간 17시간의 AI·SW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학교는 '정보' 관련 과목이며 총 34시간의 교육과정이 포함됐다. 고등학교는 학교별 재량에 따라 최소 34시간부터 최대 136시간의 교육과정이 진행된다. 단, 필수과목이 아닌 정보 및 정보과학 선택과목이다. 

이같은 교육을 실제 진행한 SW교육선도학교는 총 2011개교다. 과기정통부와 창의재단은 SW교육선도학교와 함께 AI교육선도학교 '시범학교'도 올해 247개교를 지원했다. 내년에는 AI교육선도학교 사업을 본격 추진해 500개 학교로 확대한다. 또 현직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AI·SW 교원 연수도 실시했다. 

◇美·中 양강보다 'AI 대학' 더 많은 英…초등부터 의무교육 

초·중등 AI·SW 교육은 이미 AI·SW '강국'으로 인정받는 국가에서 선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업이다. 

미국이 독주하던 AI·SW 산업에서 무서운 성장세로 이제 '양강'의 위치까지 올라선 중국의 경우 초·중등학교에서 SW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연계되는 AI교과서 33종을 개발해 각급 학교에 보급하고 2019년 기준으로 총 300개의 AI시범학교도 운영하는 중이다.

기초교육에서 AI·SW에 대한 '주춧돌'을 잘 닦은 인재들은 고등교육에서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AI·SW 전문인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AI·SW '굴기'는 기초교육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교육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세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미국과 중국을 위협하는 국가는 다름아닌 영국이다. 영국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올 초 발표한 '2019년 우리나라 AI 수준 조사'에서 AI 관련 대학교·대학원 수가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많은 55개교로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은 고등교육 뿐만 아니라 AI·SW 분야 기초교육에 대한 투자도 크게 강화하는 중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만5세(초등학교 1학년)부터 16세(11학년)까지 '컴퓨팅'을 필수교과로 도입했다. 또 2018년부터는 초등단계에서 AI교육을 포함할 것을 교과과정에 '권장사항'으로 포함시켰다. 

2020년 SW교육 으뜸교원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의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고민과 현안문제(임진숙 교사 제공) © 뉴스1
2020년 SW교육 으뜸교원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의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고민과 현안문제(임진숙 교사 제공) © 뉴스1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수업시간·전문교사 태부족

우리나라도 기초교육부터 AI·SW 분야 교과과정을 포함시켰으니 '첫 발'은 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을 압도한 영국같은 본격적인 교육이라 보기는 어렵고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유는 AI·SW 관련 교육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AI·SW 기초교육은 초-중-고교 '전학년'에 걸쳐 진행되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연계학습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영어나 수학을 3학년, 5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이렇게 띄엄띄엄 가르친다고 하면 학생들은 학업 성취를 올리기에 매우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AI·SW 교육이 이런식으로 학년별로 단절돼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학습 기회가 단절되고 교육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SW기초 개념 획득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실제 초등학교 AI·SW 교육은 5~6학년 중 1학기 17시간만 진행되고 있으며 중학교는 1~3학년 중 1년을 선택해 34시간이 진행된다. 고등학교 역시 1~3학년 중 1년을 선택해 이중 34~136시간의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더구나 AI·SW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전임 교사'도 현재 '학교당 1명'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AI·SW 교육을 담당해 전임교사가 전혀 없으며, 중학교는 학교당 0.4명, 고등학교는 0.6명 수준으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SW교육페스티벌에서 북삼고등학교의 임진숙 교사가 공유한 인공지능탐구 수업영상(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 뉴스1
SW교육페스티벌에서 북삼고등학교의 임진숙 교사가 공유한 인공지능탐구 수업영상(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 뉴스1

전문가들은 "현재 AI·SW 교육 수업시간으로 대부분 학교가 전임교원 없이 타 과목 선생님이 AI·SW를 교육할 경우 교육 성과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AI·SW가 정말 국가의 '주권'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고 나라의 미래가 걸렸다면 이를 '독립교과'로 구성하고 학교별 전임 교원도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AI·SW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북삼고등학교 임진숙 교사도 "전문 교원이 아닌 일선 교사들이 연수를 받고 학생들에게 AI·SW 교육을 지도하려다보니 부족한 점이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임 교사는 "교사를 위한 교원 연수 과정에서만큼이라도 실제 인공지능의 학습 원리를 알아보는 활동, 인공지능 수업 설계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1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으로 제작했습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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