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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황금사자상·'미투'·코로나19 사망…굴곡 많았던 삶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0-12-12 05:30 송고 | 2020-12-12 14:23 최종수정
김기덕 감독 /영화 '빈집' 스틸 컷 © 뉴스1
김기덕 감독 /영화 '빈집' 스틸 컷 © 뉴스1
굴곡 많았던 삶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이었던 김기덕 감독(6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12년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으며 인생의 정점을 맞이했으나 6년 후인 2018년 '미투 논란'에 휩싸였고, 끝내 타지에서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11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은 라트비아 현지 델피 뉴스 포털을 인용해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의 한 병원에서 이날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김기덕필름 출신 측근도 이날 뉴스1에 "가족분과 확인한 결과 외신의 소식이 맞다고 한다"며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과 관련해) 가족들도 이날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고 김기덕 감독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1960년생인 김기덕 감독은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형편 속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5세 때부터 구로공단과 청계천 일대의 공장에서 기술을 배워야할 정도였다. 해군 하사관 생활을 거쳐 1990년 30세가 된 김기덕 감독은 불현듯 프랑스로 출국, 3년간 독학으로 회화를 공부했으며 프랑스 체류 중에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3년 귀국한 김 감독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교육원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1995년 '무단횡단'이라는 시나리오로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정식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같은 해 저예산 영화 '악어'로 데뷔했다.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모두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이다. 그의 영화들은 강한 폭력성과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 등으로 인해 문제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동시에 파격적인 소재와 남다른 개성으로 인해 국내 뿐 아니라 유럽 및 러시아권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영화 '사마리아'(2004)로 제5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같은 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빈 집'으로 은사자상을 각각 수상했다. 또한 2012년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섬' '나쁜 남자' '해안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영화는 영화다' '아리랑' '피에타' 등이 있다.

김기덕 감독은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봉준호 등과 함께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룬 대표적인 연출자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18년 터진 '미투 논란'으로 인해 큰 위기를 맞았으며, 이후 그의 페르소나로 여겨졌던 배우 조재현과 함께 국내 영화계에서는 퇴출되다시피했다. '미투 논란'이후 김 감독은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등 해외에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뉴스1 질의에 "현지 시각으로 11일 새벽 우리 국민 50대 남성 1명이 코로나 19로 병원 진료 중 사망했다"면서 "주라트비아대사관은 우리 국민의 사망 사실을 접수한 후 현지 병원을 통해 관련 경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유족을 접촉해 현지 조치 진행사항을 통보하고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등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보도와 외교부 답변을 종합하면, 사망한 50대 남성은 김기덕 감독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1960년 12월20일생으로, 만으로는 50대다. 

델피 뉴스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에스토니아를 거쳐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입국했다. 김 감독은 라트비아 휴양도시 유르말라에 집을 구매하고 거주권을 얻으려 했으나 약속된 날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지인들이 그를 찾아나섰다고 델피는 전했다.

라트비아의 유명 영화 감독 비탈리 만스키는 걱정에 병원들을 수소문했으나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규정으로 인해 그의 소재 파악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면서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해외 영화인을 통해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키르키스스탄의 평론가 굴바라 톨로무쇼 바로부터 카자흐스탄에서 라트비아로 이주해서 활동하던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환갑일 12월20일을 불과 한 주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발트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오늘 사망했다고 한다"며 "한국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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