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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미' 바꾼 SW교육…장애학생 취업 돕고, 마스크 재고 알리고

[AI·SW 강국 '교육디딤돌'부터④]SW교육, 특수교육에서 '자기주도학습' 효과 보여
선린인터넷고 학생이 만든 '마스크 재고 서비스' 40만명 이상 사용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0-12-17 07:00 송고 | 2020-12-18 16:06 최종수정
편집자주 AI와 SW 분야는 '국가 주권'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대한 분야다. 특히 글로벌 경제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4차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시점에서 자칫 AI와 SW 분야 경쟁력을 키울 시기를 놓쳤다가는 국가 경쟁력 자체가 크게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 기업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AI 수준은 정부 자체조사 결과 주요 국가중 '하위권'을 맴돈다. 특히 '인력'부분이 낙제점이다. 이에 정부는 단기간 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목표를 세우고 집중 투자를 하는 한편 AI와 SW 분야 '기초교육'을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수립했다. 아직 교육시간 확충, 전문교사 확보 등 갈 길이 멀지만 묵묵히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2020.12.11 /뉴스1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2020.12.11 /뉴스1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교육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이라고 부른다. 교육 현장에서는 SW 교육을 통해 교육 현장과 사회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8년 데이터경제 활성화계획을 마련할 때부터 '인력양성'을 최대 중점사업 중 하나로 책정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전 교과과정에 AI·SW 기초교육도 실시한다는 정책을 세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나 수학을 배우듯, 산수와 자연을 배우듯 긴 시간을 들여 기초교육부터 실시하지 않으면 AI·SW에 대한 기초인력 양성부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장애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자신감과 사회 적응력을 얻기도하고, 사회 문제를 자기 손으로 해결해보며 뿌듯함을 느껴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한 명의 장애 학생이라도 더 취업시키고 싶다"

"특수 교사는 영광도 없고, 제자도 없다"

변희봉 포항명도학교 교사가 소개한 특수교육 현장의 말이다. 변 교사는 특수학교를 졸업해도 진로가 막막한 현실을 반영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변 교사가 속한 학교는 지난해 졸업생의 80% 이상을 취업시켰다. 졸업생들이 '소프트웨어 능력자'라는 점이 인정받아서다.

변 교사는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하면서 사회 구성원이 되고 독립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장애 학생도 마찬가지다"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학생에게 더 재미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 한 명의 장애 학생이라도 더 취업 시켜 미래의 꽃을 피우게 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변 교사는 특수교육 분야에서 정보 교과를 담당하며 비장애 학생의 문제해결력이 취업이나 진로 설계에서 중요시되는 것처럼 장애 학생도 똑같이 절차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 장애 학생의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특수 교육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가능성을 보게 된 계기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장애 학생을 위한 소프트웨어 교재 개발 위원에 선정돼 로봇코딩에 대한 책을 만들면서다. 변 교사는 "꼭 컴퓨터로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통해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드는 대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로봇에 흥미를 보였고, 로봇을 활용한 길 찾기, 장애물 피하기 같은 과제에 성공했을 때 성취감을 표현했다. 변 교사는 "아이들이 알아서 문제를 스스로 내고 해결하거나 서로 내주기도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직업 훈련 콘텐츠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2020.12.11 /뉴스1
가상현실 직업 훈련 콘텐츠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2020.12.11 /뉴스1

변 교사의 고민은 장애 학생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데에 머물지 않았다. 반응이 없거나 동기유발이 어려운 학생들도 돕고자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직업 훈련을 받아 숙련되더라도, 현장에 나가면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일해야 하는 데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리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어려움은 현장 실습이나 체험을 통해 줄일 수 있기도 하지만, 중증 학생들은 이런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변 교사는 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작업장 환경을 구현했다. 교육에 접목했을 때, 낯설어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훈련한 학생들은 현장에 나가서도 쉽게 환경에 적응했다. 게다가 사업체 측에서 훈련생·신입 직원 훈련용으로 제공했다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VR로 현장 적응뿐 아니라 기기를 작동시키고 배우는 과정에서 점점 익숙해지며 잘하게 되며 성공에 대한 기억도 생기게 되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 학생별 특성에 맞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유명한 메이커 스페이스 등을 수소문했다. 마침 경북교육청에서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 공모가 있었고, 여기 선정됐다. 그 결과 학교에 드론 코딩, 드론 레이싱, 드론 시뮬레이션, 3D 펜, VR 체험, 동작 인식 댄스체험, 촬영 드론 등 다양한 교육 기자재를 갖추고 교육 과정도 사고력 배양을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었다.

그는 "진로·직업 분야와 소프트웨어 교육을 연관 지어 교육 효과 검증 등이 이뤄진다면, 인공지능 교육·4차 산업 혁명 교육 같은 주류 교육이 (특수 교육에) 많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장애 학생에게 왜 소프트웨어·메이커 교육을 하냐는 시각도 있다. 정책적으로 소프트웨어 선도 학교 등 진로 교육과 연관 지어서 한다면 진로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웨어마스크(WhereMask) 갈무리) 2020.12.11 /뉴스1
(웨어마스크(WhereMask) 갈무리) 2020.12.11 /뉴스1

◇'생활 문제를 프로그래밍으로 해결'…"소프트웨어 교육로 자신감 쌓았죠"

"마스크가 백신이다"

이제는 상식이 된 이 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부터 의료·방역 전문가들이 강조했고,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초기 방역 성공 비결 중 하나도 '마스크 착용'이었다. 한국의 '마스크 착용'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마스크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약국에 뒤늦게 도착하면 다 떨어져 헛걸음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찬효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학생은 그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의 본능'을 발동시켰다.

웹 개발이 뛰어난 친구와 팀을 결성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마스크 재고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프로젝트 방향을 수정해 확진자가 방문하지 않은 마스크 판매처를 알려주는 '웨어마스크'(WhereMask)를 개발했다. 서비스 출시 후 며칠이 지나자 정부는 마스크 5부제와 함께 재고 데이터 API를 공개했다.

정찬효 학생은 "하루라도 빨리 정보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밥을 먹는 것도 잊고 밤을 새워 가며 공공데이터 API와 앱을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공개되던 첫날,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한 웨어마스크의 동시 접속자수는 무려 2만5000여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공적 마스크 제도가 끝날 때까지 웨어마스크는 누적 40만명의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자기 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의 전공 동아리 시스템 덕이었다. 정찬효 학생은 "전공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앱 개발에 자신감이 붙었다"며 "학교생활 중에 발생한 불편함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급식 실시간 리뷰 앱' 이나 '학교 주변 식당 추천 앱' 등을 만들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등 즐겁게 1학년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와 정찬효 학생의 인연은 중학교 1학년 때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영재교육 프로그램'부터 시작됐다. 그는 "영재학급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는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었다"며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프로그래밍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1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으로 제작했습니다.

정찬효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학생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2020.12.11 /뉴스1
정찬효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학생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2020.12.11 /뉴스1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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