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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6년 숙원' 이룬 경찰, 가장 긴장해야 할 때

검찰개혁 논할 때 '경찰' 빠질 수 없어…비위·기강해이 잇달아
'공룡경찰' 우려 여전…국민 기대 총족 못하면 '개혁 대상'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0-12-05 07:01 송고 | 2020-12-05 07:50 최종수정
경찰청 © 뉴스1 황덕현 기자
경찰청 © 뉴스1 황덕현 기자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검찰 개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검찰 개혁 화두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쯤에서 눈여겨봐야 할 권력기관이 있으니, 바로 '경찰'이다. 검찰 개혁을 논할 때 사실 경찰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 달 뒤면 검찰 개혁이 일정 부분 현실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시행령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권한은 기존보다 축소되고 경찰의 수사 권한은 확대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주요 내용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제한이다. 

검찰의 지휘 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것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만의 일이다. 관련 법안 통과 직후 "경찰이 66년 숙원을 이뤘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배경이다.

중요한 것은 경찰권 확대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수사 총괄 지휘·감독 조직'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내년 1월 경찰청에 설치될 예정이다. 
국수본은 수사권 조정 후속 작업으로 꼽힌다. 오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국수본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는 개정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이에 대비해 경찰청 보안국과 17개 시·도지방경찰청 보안부서를 망라한 안보수사 전담조직도 국수본 안보수사국 내에 꾸리기로 했다.

"공룡 경찰이 탄생할 것"이라는 비판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경찰은 이 같은 비판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지만 한 번쯤 분명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경찰을 믿고 수사 권한과 범위를 확대해도 부작용은 없을지 말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경찰공무원이 성비위로 징계 받은 건수는 총 327건에 달한다. 올해만 총 28건이다. 올해 들어 6월까지 평균적으로 매달 4.7건의 성 비위 징계가 있었던 셈이다. 포털사이트에 '경찰 비위'만 검색해도 관련 사건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16개월된 입양아 사망 전 학대 의심신고를 3차례나 접수했는데도 아이와 어머니를 분리하지 않는 등 '경찰 조치가 안일했다'는 거센 논란도 불거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자체 감사를 최근 진행했고 그 결과 12명을 무더기로 징계하기로 했다.

권력기관 내부의 비위와 기강 해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에만 해당하는 사안도 아니라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수사권 조정'이라는 역사적 '이벤트'를 경찰이 목전에 둔 상황이라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경찰을 둘러싼 최근 논란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 대치 국면에 가려져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경찰 내부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수사권 개혁 1등 공신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일종의 반어법이다. 윤 총장이 양보없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검찰 개혁의 빌미 또는 명분을 제공했고 그 덕분에 수사권 조정 후속 작업까지 차질 없이 이뤄져 경찰권이 커졌다는 것이다.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덤벼드는 것이냐고 경찰은 항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윤 총장을 언급한 가벼운 농담이 내부의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되지 않았는지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수사권 조정 확정 과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정 '이후'다.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경찰은 확대된 권한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경찰도 국민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언제든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 성과에 도취됐을 때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을 경찰 구성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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