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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② '산후조리원' 감독 "먼저 민낯 요청한 엄지원, 존경스러웠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0-12-03 15:50 송고
산후조리원/tvN 제공 © 뉴스1
산후조리원/tvN 제공 © 뉴스1

지난달 24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극본 김지수/연출 박수원)은 격정 출산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며 안방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공감 드라마에 등극했다.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 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집중적으로, 그리고 깊이 있게 묘사한 드라마가 없었던 만큼, 시청자들은 이 같은 신선한 '공감 드라마'의 등장을 크게 반겼다. 

'산후조리원'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이지만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가 된 현진(엄지원 분)이 재난 같은 출산과 조난급 산후조리원을 경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 초반 현진의 출산 16시간 전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부터 모유 수유의 고충, 그리고 일과 육아 사이에서의 갈등, 남편과의 관계까지 여성을 둘러싼 복합적인 이야기를 재미와 감동으로 풀어냈다. 
뉴스1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박수원 감독은 "'이 드라마를 학교에서 성교육 자료로 써야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는 소감을 전해왔다. 또 그는 "그만큼 미디어에서 리얼한 출산기를 다룬 적이 없고 또 아이를 만나면서 겪게 될 엄마의 혼란을 솔직하게 그려낸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라도 그렇게 말해주신 것 같아서 칭찬으로 듣고 감사했다"고도 했다. 

박수원 감독의 말처럼, 여성의 출산기를 리얼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보여준 드라마가 없었기에 '산후조리원'은 더욱 특별했다. "마냥 미화되는 모성애 뒤에 엄마들의 눈물과 자신에 대한 자책, 괴로움이 있다는걸 이전엔 몰랐다"며 "제게 그런 지점이 새롭게 알게된 부분이기 때문에 같이 이야기하고 오픈해보고 싶었다"던 박수원 감독. 그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산후조리원/tvN 제공 © 뉴스1
산후조리원/tvN 제공 © 뉴스1
<【N인터뷰】①에 이어>

-최고령 산모 오현진(엄지원 분)부터 이상적인 엄마 조은정(박하선 분)의 대비가 너무 공감이 됐어요. 두 사람 모두 어떤 엄마가 맞다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대비되는 캐릭터로 모두 공감을 산 지점도 호평을 이끌어낸 지점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배우들에게 어떤 점들을 특별히 주문하셨는지, 배우들의 열연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합니다. 
▶엄지원 배우에게는, 모든 시청자가 이입할 수 있는 공감을 기대했어요. 산후조리원이라는 낯선 세계를 시청자는 현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이해하고 보게 되니까요. '나였어도 저런 반응에 저런 생각을 했을거야'라는 몰입도 있는 공감을 받고 응원받아야 하는 캐릭터였죠. 

실제로 엄지원 배우는 자기가 먼저 민낯으로 출연하겠다고 할만큼 완전 배우 마인드로 이 작품에 올인했고 덕분에 이 드라마가 더 리얼함으로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출산 경험이 없지만 어떻게 해야 가짜 연기가 아닌 진짜를 보여줄 수 있을까를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는 배우였고, 그런 점이 제작진으로서 정말 감사했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박하선 배우에겐, 다둥이 엄마로서 포스있는 여왕벌 같은 우아한 카리스마를 기대했습니다. 여유있으면서도 모르는 것 없는, 그러면서도 자기가 다 정답이라서 재수없어 보이기도 하는, 찍으면서는 박하선 배우가 은정이라는 캐릭터의 대사와 표정 하나하나를 정말 몇배로 맛있게 잘 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박하선 아니면 은정인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혜진 배우는 부드러우면서 카리스마 있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을 그 이상으로 잘 표현해주셨어요. 뻔하거나 평면적이지 않은 신선한 원장 캐릭터를 만들어주셔서 좋았고, 때로는 조리원의 미스터리한 색깔에도 너무나 잘 스며들어서 신비로운 매력까지 발산해내는 정말 매력적인 배우였습니다. 

최리 배우는 사실 처음엔 제작진이 생각했던 이루다의 이미지는 아니었어요. 저희는 처음엔 루다를 좀 까칠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최리 배우의 해석은 오히려 발랄하고 해맑았거든요. 그런데 그 점이 루다라는 캐릭터를 훨씬 더 매력있게 만들었습니다. 저희로 하여금 캐릭터 톤을 전면 수정하게 할 정도의 '착붙 캐스팅'이었습니다. 

윤박 배우는 아이디어가 되게 좋은 배우였어요. 특히 시청자분들이 엄청 좋아해주신 상상 딱풀이 신(3부, 8부) 아이디어는 윤박 배우가 냈거든요. 원래는 그냥 다른 연기자를 섭외해서 어른 딱풀이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제작진이 미처 생각못한 훌륭한 아이디어를 낸 거죠. 그러고나선 자기 굴욕짤 많이 나올거같다고 걱정하던데 (웃음) 그걸 상쇄시킬정도로 스윗함을 도윤이란 캐릭터로 또 너무 잘 표현해줘서 좋았습니다. 

윤지(임화영 분)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우울해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저렇게 밝아 보이는 사람한테 숨겨진 사연이 있다는 사실이 반전이 되길 바랐고, 초반에는 튀지 않고 묻혀있지만 후반에 윤지의 에피소드가 오픈될 때는 폭발력있는 연기가 나와야했기 때문에 윤지 역할로 오디션도 많이 했었습니다. 처음엔 신인들 위주로 오디션을 보다가 임화영 배우를 우연히 미팅하게 되었는데 윤지 같았어요, 그냥. 우리가 원하는 밝고 어두운 양면을 정말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잘한 캐스팅이었어요. 

산후조리원/tvN 제공 © 뉴스1
산후조리원/tvN 제공 © 뉴스1

-윤박, 남윤수, 정성일, 김민철 등 남자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이 드라마는 사실 여성 배우들과 여성 감독님, 여성 작가님으로 구성된 팀워크가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것 같습니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유대가 어쩌면 이 드라마를 더욱 공감가는 드라마로 만들 수 있었다고 사료됩니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간의 연대가 특별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엄마들의 이야기를 같이 이야기하고 오픈해보고 싶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많은 여성 배우들이, 여성 스태프들이 한 마음으로 더 연대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출산을 아기와 사회의 시점이 아닌 여자의 시점에서 푼 드라마니까요. 배우들만 해도, 출산의 경험이 있는 배우들은 대본의 내용에 정말 공감하면서 진정성을 담아 작업 했고 경험이 없는 배우들이라 하더라도 나의 이야기처럼 이입하며 한 팀이 되어 작업한 것이 큰 에너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B급 코미디로 연출된 장면들이 '산후조리원'의 재미를 더욱 풍부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출산 전 진통을 겪을 때 들소떼 같은 CG나 조리원으로 이동할 때 험난했던 여정, 시터 구할 때 현진과 은정이 장풍을 쏘며 싸운 장면 등 감독님만의 B급 코미디 연출이 너무나 흥미진진했습니다. 서사와도 이질감 없이 풀어낸 비결은 무엇일까요. 마지막회 카메오인 차태현씨 '엽기적인 그녀' 패러디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패러디나 코믹비유 신은 맥락에 맞아야 튀지 않기 때문에 대본 회의때부터 많은 회의를 했습니다. 코믹이 맥락 없이 급발진하지 않도록 저희끼리 회의를 엄청 많이 했어요. 대본회의 때, 요람이 된 은정의 신(2부)이 말이 되냐 안되냐로 하루를 토론한 적도 있으니까요. 맥락 상 논리가 분명한 코미디면, 오히려 더 과감하게 가는걸 선호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설국열차' 될 거면 '더 제대로 하자', '시터 면접을 하다가 갑자기 무협액션신을 찍을거면 더 확실히 가자'고 생각하면서 연출했어요. 

차태현 배우 같은 경우는 대본에서부터 염두에 둔 캐스팅이긴 했죠. 안선생님(최수민 분)을 지원사격하는 극 중 아들이자 실제 아들로서 짧지만 임팩트있는 신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엽기적인 그녀'의 가장 유명한 신을 따서 녹이게 되었습니다.

<【N인터뷰】③에 계속>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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