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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천년 노포'의 변신…철가방 힘빌려 "찹쌀떡 배달시키신 분~"

코로나 여파 속 생존전략…음식주문 앱 '비대면 판매'
일본 100년 가게 3만 여곳…수년간 경영효율화 모색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0-12-03 10:40 송고 | 2020-12-03 12:06 최종수정
일본 교토에서 아부리모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천년 노포' 이치와 (이치와 페이스북) © 뉴스1
일본 교토에서 아부리모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천년 노포' 이치와 (이치와 페이스북) ©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일본에서 '노포(老鋪·시니세. 대대로 물려 내려온 가게)'들이 나름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이날 일본 교토발 기사에서 아부리모치(あぶり餠·콩가루를 묻힌 찹쌀경단을 대나무꼬치에 끼워 구운 것) 가게 '이치와'(이치몬자야와스케·一文字屋和輔) 대표 하세가와 나오미 일가의 근황을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하세가와 일가는 조상 대대로 약 1000년 전부터 교토에서 이 가게를 운영해왔다. 

교토는 1868년 메이지유신 전까지 일본의 수도였던 곳으로서 신사 등 오래된 건물이 많은 대표적인 관광지다. 일본에서 호텔 등 숙박업소가 가장 많은 도시 또한 교토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교토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치와'는 최근 스마트폰 음식배달 앱 서비스 '우버이츠'를 활용해 모치와 녹차를 팔기 시작했다고 NYT가 전했다.

이치와에서 판매하는 아부리모치와 녹차 (이치와 페이스북) © 뉴스1
이치와에서 판매하는 아부리모치와 녹차 (이치와 페이스북) © 뉴스1

'이치와' 외에도 일본의 많은 노포들이 변화된 사회 환경에 따라 최근 수년 간 업종 다변화와 경영 효율화 등을 꾀해왔다.

NYT에 따르면 현재 일본엔 100년 이상 된 가게가 3만3000여곳에 이른다. 대부분 가족들이 운영하는 이들 노포 가운데 140곳은 500년 넘게 운영돼왔고, '이치와'처럼 1000년 이상 대대로 내려온 가게는 19곳 정도다.

그러나 일부 노포나 가족기업의 경우 업종 변경이나 경영 효율화 자체가 곤란한 경우도 있다. 교토에서 885년부터 불교용품을 제작·판매해온 '다나카 이가'가 대표적이다.

'다나카 이가'의 제72대 사장 다나카 마사이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고령화 속에 사람들의 취향이 달라져 점점 더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사찰 등의 수요마저 줄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일본 교토에서 불교용품을 제작·판매하는 '다나카 이가 불구점'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 교토에서 불교용품을 제작·판매하는 '다나카 이가 불구점'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다나카는 제품 제조 방식을 수작업 위주에서 3차원(3D) 프린터 이용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역시 "수요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접었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지 전문가들은 노포나 가족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재팬의 이코노미스트 오타 도모히로는 "오래된 일본의 가게·기업은 위험에 대비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 유행 속에도 일본의 파산율이 미국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타는 특히 "일본에선 수십년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돼왔기 때문에 소기업들은 필요할 때 쉽게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경제대 대학원의 고토 도시오 교수도 "올 여름 100년 이상 된 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분의1 이상이 2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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