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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투신하려던 여성 살렸다(종합)

시민들 따뜻한 말로 설득…귀갓길도 동행
광주시, 김래준씨 등 '의로운 시민상' 검토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2020-12-02 17:33 송고 | 2020-12-02 18:16 최종수정
지난 22일 오후 광주 광산구 어등대교에서 한 여성이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김래준씨 블랙박스 영상 캡처)2020.12.2 /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지난 22일 오후 광주 광산구 어등대교에서 한 여성이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김래준씨 블랙박스 영상 캡처)2020.12.2 /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세상을 비관해 교량 난간에서 뛰어내리려던 여성을 시민들이 설득해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김래준씨(46)는 지난달 22일 오후 2시40분쯤 광산구 운남동 어등대교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황급하게 차를 세웠다.

한 여성이 오른편 다리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차량 창문 너머로 보이는 여성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선, 문을 박차고 여성에게 다가갔다. 당시 여성은 다리 난간 바깥쪽에 신체 절반가량을 내민 채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었고, 신체를 지탱하고 있던 남은 한 발도 다리 밖으로 향하던 찰나였다.

김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성의 다리를 붙잡아 가슴팎으로 끌어당겼다. 동시에 울먹이는 여성에게 연신 '괜찮다'면서 진정시켰다.
183㎝에 80㎏의 건장한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난간에서 떨어지려는 여성을 구조하는 데 버거워하자 이를 본 다른 차량 운전자들도 속속히 구조에 가세했다.

시민 서너명은 비상등을 켠 차량을 갓길에 일제히 정차시켰고, 떨어지려는 여성에게 뛰어가 허리춤 등을 끌어당기는 동시에 발로 난간을 지탱하면서 여성의 손을 부여잡았다.

5분여간 시민들의 설득이 이어졌다.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던 이 여성은 다리 난간에서 내려왔고 '왜 말리셨어요'라고 울먹이며 구조해준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말 대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 시민은 "이 세상에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하며, 추위에 떨며 울먹이는 여성을 안아주며 다독였다.

이윽고 구조에 나선 여성 시민이 '집이 어디니. 집으로 데려다 줄게'라고 말하자 이 여성은 "북구 용봉동…"이라고 답했고, 이들은 함께 자택으로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난간에 매달려있는 여성을 보자 구조해야겠다는 생각에 앞서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다른 시민이 다독이기 위해 했던 '이 세상에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이러니'라는 말이 오히려 나 자신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접한 광주시는 김래준씨를 대표로 구조에 나선 시민들에게 '의로운 시민상' 수여를 검토 중이다.


ddaum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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