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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대구의 교훈'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2020-12-02 11:22 송고 | 2021-06-22 16:34 최종수정
전국부 남승렬 기자©뉴스1
전국부 남승렬 기자©뉴스1

대구의 일상이 멈춘 시간이 있었다. 2020년 2월18일을 시작으로 3~4개월간 대구는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에 있었다. 당시 대구는 말그대로 '멈춤' 상태였다.
기자의 한 지인은 2006년 3월 월간조선이 대구 경제에 대해 비관적 진단을 내린 특집기사의 제목 '성장을 멈춘 절망의 도시, 대구'에 빗대 '일상을 멈춘 코로나의 도시, 대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당시 대구는 그만큼 절망적이었다.

권영진 시장 주재로 매일 오전 10시 시청 본관 2층 상황실에서 3개월 가까이 열린 코로나19 브리핑, 하루 확진자 수백명이 쏟아지던 절망적 상황,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지는 사망자 소식….

전쟁과 같던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시련을 그렇게 온 몸으로 느껴야 했다. 2020년 대구에는 봄이 없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대구시 방역 컨트롤타워의 고민이 시작됐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염병 사태 속에서 방역 컨트롤타워의 1차적 목표는 시민들의 동요를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재기' 등 시민들의 동요는 애당초 없었다. 대신 스스로 이동과 모임을 자제하고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1차 대유행 당시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특정 집단과 시설 등을 통해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이었다. 돌이켜보면 확진자가 폭증하던 상황에서, 대구시의 초기 시행착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강도 높은 행정명령을 발동하지 않아 초기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권 시장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연일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이동 자제를 강력히 권고하는 한편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대구의 '시민의식'이 진가를 발휘했다. '신천지발 코로나19 학습효과'로 대구의 마스크 착용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일상화됐다. 시민들은 모임과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 왔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대구 시민이 최강백신입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도심 곳곳을 뒤덮었다. 잠자고 있던 시민 의식을 코로나가 깨운 것일까.

국채보상운동과 2·28 대구학생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져온 대구 시민의 성숙된 의식은 K-방역의 토대가 됐다.

2020년 12월. 대구의 일상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대한민국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직면했다. 국내 하루 확진자가 400~500명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구는 그나마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사태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초기 피해가 너무 컸지만 대구의 혹독한 시련의 경험과 반성은 세계가 인정하는 K-방역의 기틀을 잡는데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의 중심에 시민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최근 권영진 시장은 위암 수술을 받고 퇴원 후 회복기에 있다. 시정에는 아직 복귀하지 않았다. 대구시청 시장실 입구에는 권 시장의 쾌유를 비는 꽃과 난초가 한가득 놓여 있다. 권 시장의 부재로 방역 컨트롤타워가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대구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오롯이 시민들의 힘 덕분이다.

3차 대유행의 시련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단 하나다. '시민이 최강백신'이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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