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기자의 눈]일본 정부는 힘으로 휴대폰 요금 내리지 않는다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2020-12-02 11:51 송고 | 2020-12-03 06:59 최종수정
국제부 박병진 기자 © News1 
국제부 박병진 기자 © News1 

일본의 휴대전화 요금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휴대전화 요금 인하는 뜨거운 이슈다.

지난 9월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가 집권한 뒤론 더 그렇다. 관방장관 시절인 지난 2018년부터 "일본의 휴대전화 산업에 개혁이 필요하다" "휴대전화 요금은 지금보다 40% 정도 낮출 여지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던 스가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나섰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은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매해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요금이 비싸다"고 지적하는 장면도 자주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다른 점은 일본 정부의 요금 인하 방식은 이동통신사업자를 압박하는 것보다 경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이동통신사 간 번호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등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정책이 번호이동이 쉬워지도록 물리적인 유심카드 대신 e심을 도입하는 것이다. 번호이동의 제도적 '문턱'을 낮추면 그만큼 경쟁이 활성화된다.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격인 다케다 료타 총무상은 아예 "정치나 행정의 힘으로 휴대전화 요금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정부가 가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케다 총무상의 발언을 보고 문득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당시 최 장관은 "5세대(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검토해달라"고 요구했고, 이통 3사 CEO들은 난색을 표했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이통사들이 수조원의 망투자를 단행하며 가뜩이나 '경영압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첫 상견례 자리에서 '가격압박' 카드부터 빼든 것이다. 장관의 말은 기업에게 사실상 지시로 다가왔을 것이다.

결국 5G 중저가 요금제는 지난 10월 출시됐다. 하지만 한국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지금처럼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기업에 대한 압박이 지나치면 그것은 곧 관치가 된다. 정치나 행정의 힘으로 휴대전화 요금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다.


pbj@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