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검사들 "尹 직무복귀 사필귀정…징계위 강행은 법치 부정"(종합)

현직 검사 "깡패 수사도 이렇게 안해…배우는 충무로에서 찾아라" 비판
검사들 "사법부, 헌법서 보장한 적법절차 인식…마지막 보루 역할"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박승희 기자 | 2020-12-01 20:31 송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의 인용 여부가 이르면 1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0.1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의 인용 여부가 이르면 1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2020.1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 효력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검찰 내부에서는 "사필귀정"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임풍성 수원지검 검사는 1일 검찰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저는 그동안 주로 조폭 사건을 수사하고 공소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저는 지금껏 조폭 보스급 뿐만 아니라 맨 말단 행동대원급 깡패를 수사하면서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같이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죄가 안 된다는 법리검토 보고서의 내용을 삭제하거나 영장을 발부받는 데 걸림돌이 되는 수사보고를 바꿔치는 등 속칭 ‘수사보고갈이’를 해 본 적도 없고, 그렇게까지 해서 행동대원급 깡패를 수사하려고 발버둥치지도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말단 행동대원급 깡패 수사도 그렇게 안 하는데,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에 대한 사안으로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중요한 사건을 하면서 말단 행동대원급 깡패 상대로 한 수사에서도 하지 않는 그런 참 저렴한 수사를 하고 있다니, 정말로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장이 중대한 비위가 있어 더 이상 총장직을 수행하도록 둘 수 없다면 증거도 탄탄히 하고 절차도 칼 같이 지켜 그 누구도 수사 과정이나 결과에 토를 달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기본 아니냐"면서 "검찰국장님, 감찰담당관님 두 선배님이 일선에 간부로 보직이 변경되어 후배들을 지도하는 자리에 계실 때에도 이처럼 중요 사건을 수사하는 후배들에게 이번 감찰 사건과 같이 수사하도록 지도하실 것이냐"며 심재철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을 겨냥했다.

임 검사는 또 심 국장과 박 감찰담당관에게 "일선에서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검사를 뽑아다가 중요 사건의 감찰 업무를 맡기셨다면 그 검사가 '검사'로서 일하게 하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니냐"면서 "검사가 아닌 배우나 엑스트라가 필요하다면 일선 검찰청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대학로나 충무로에서 찾으시라"고 비판했다.
임 검사는 "장관님은 대검의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배제 요청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장이 패싱됐다는 MBC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면서 "감찰 업무를 담당한 검사는 자신이 작성한 법리검토보고서의 내용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이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되었다고 주장했다"며 두 사안이 다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장관님은 MBC 보도는 믿을만하고 감찰 업무를 담당한 검사의 주장은 믿지 못하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냐"고 썼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앞서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한 기소 과정에 의혹이 있으니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하셨듯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그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하셔야 공평하고 공정한 것 아니냐"며 "진상 조사를 지시하셨는지 알 수 없으나 만일 안 하셨다면 앞에 경우와 비교할 때 대단히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방금 전 감찰위원회 발표와 집행정지 내용을 확인했다"며 "사필귀정"이라고 덧붙였다.

임 검사 외에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법원 결정은 사필귀정', '징계위 강행은 직권남용'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 결정에 대해 "사법부마저도 정치에 휘말리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했지만, 사법부가 적법절차에 대한 인식을 갖고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도 법원의 결정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평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한다는 이들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본인들이 하지 말라고 했던 '먼지털이식 수사'를 감찰을 통해 했다는 점을 법원도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을 언급했는데 이 부분이 가장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법원 결정 직후 출근한 윤 총장이 언급한 '헌법정신'도 재판부의 판단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이날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이 연달아 감찰 과정의 절차적 미흡을 지적하고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언급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문제점을 제대로 짚었다" "객관적 판단" "시원하다" 등 반응을 내놨다고 한다.

윤 총장 복귀로 흔들리던 검찰 시스템이 다시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앞서 윤 총장 부재로 인한 영장청구 지연 등 문제점이 불거진 가운데 윤 총장은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출근해 중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법무부가 감찰위와 법원 결정에도 4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서는 "법치주의 부정이 아니냐"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지방의 한 부장급 검사는 "불법적인 절차에 기반해 징계 절차를 이어간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라며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징계위 강행은 직권남용"이라며 "감찰 절차와 혐의의 실체에도 하자가 있고, 필요성과 상당성이 다 부정된 상황에서 어떠한 결과만 바라고 징계를 강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직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계위가 개최돼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의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한 검사는 "절차적 문제점을 짚은 이번 법원 판결이 징계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그 징계위는 (추 장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가 언급되는 현 정치권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징계위에서 중징계를 결정해 동반사퇴를 밀어붙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sh@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