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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젊은 간호사 현장 떠나게 만드는 3교대 근무 이제는 바꿀 때다

조문숙 병원간호사회 회장

| 2020-12-01 07:00 송고
조문숙 병원간호사회 회장 © 뉴스1
조문숙 병원간호사회 회장 © 뉴스1

의료기관의 법정 간호사 정원 준수는 진료 성과뿐 아니라 사망률과 직결된다. 하지만 병원 현장의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과중으로 간호사는 극심한 피로감에 지쳐가고 있다. 3교대 근무로 출산과 육아 등 모성보호와 학업, 자기개발, 생활리듬 파괴로 일과 삶의 균형이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간호사들이 사직을 결심한다. 이후 다른 분야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병원간호사 사직 사유를 조사한 결과(병원간호사회, 2018)를 보면 30대 간호사는 업무 부적응, 결혼,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간호사로서의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나타났다. 숙련된 간호사가 생활 리듬 파괴와 출산, 육아 부담으로 의료현장을 떠나고 경력이 단절된 유휴간호사가 다시 현장에 재취업하기까지 평균 8년이 걸린다. 결국 현장 활동 간호사 비율은 51.9%에 그쳤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런 경력단절이 법정 간호사 정원 준수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판단하고, 간호사 장기근속으로 인력이 부족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상정했다. 이와 함께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자, 병원 및 종별, 지역별 간호사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기존 3교대 획일화된 근무형태가 아닌 다양한 근무형태(유연근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선진 간호정책을 추진하는 국가들의 유연근무제를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맞게 보완하자는 것이다. 또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병원들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분석하고 현장 의견도 들었다. 시간선택제, 2교대제, 고정근무제, 휴일전담제, 재량근무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는 간호사 개인의 상황과 환자, 병원 특성을 고려한 근로 형태다. 간호사들의 삶의 질 개선과 업무 효율성을 실현하는 '과학적 간호업무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기관 내 유연근무제 도입은 경력간호사 장기근속과 유휴간호사 정규직 재취업을 유도함으로써, 활동간호사 비율을 높이고 고용안정을 정착시켜 전체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전형적인 근무 형태가 아니면, 이른바 비정규직으로 분류돼 처우와 보상에서 역차별을 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법적 보완을 통해 정규직화 및 근로조건 보장이 필수다.
대한간호협회에서 제안하는 '다양한 근무형태(유연근무제) 도입'의 대전제는 다음의 5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유연근무제는 모두 정규직을 전제로 도입하며, 필요 시 유연근무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추가 인력을 채용한다. 이는 정규직과 동일한 근로조건(임금·복리후생·상여금·퇴직금·인사평가 기준절차·승진) 및 교육이 기본 전제임을 의미한다.

둘째, 근무형태별 세부 운영기준 마련과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근로환경 개선 및 보완(휴식시간 및 휴게장소 마련, 정시 출퇴근문화)을 통해 다양한 근무 형태가 간호사 근로 환경의 질 저하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셋째,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법정간호사 정원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정부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넷째, 시범사업 도입 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제도 내용을 고지한 후 충분한 의견을 듣고 제도를 도입한다. 근무형태 선택성 및 형평성 원칙도 준수한다.

다섯째, 정부는 노동 분야 협의체를 구성, 제도 도입 취지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

유연근무제는 간호사 스스로 근무시간과 근무형태를 선택하고, 법·제도 보호 하에서 정당한 임금과 근로조건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를 통해 숙련된 간호사들이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건강도 획기적으로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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