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오늘 매출 1만7천원"…'2단계 격상' 연말 대목 뺏긴 택시업계

"1주일 중 2~3일은 사납금도 못채워서 사실상 무임노동"
"100만원 정부지원금 고맙지만…근본적 해결 아냐" 하소연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강수련 기자 | 2020-11-29 07:00 송고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앞에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앞에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라서 정부에서 지원금은 준다는데, 사납금 채우기도 빡빡해요. 솔직히 정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는 11월 마지막 '불금'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법인택시기사 이모씨(53)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종로에서 손님을 태우고 홍대입구역까지 온 뒤 차량을 정차하고 뒤 담배를 피우는 중이었다. 그의 앞뒤로 오지 않는 손님을 마냥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씨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자 안그래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던 탑승객은 또다시 40~50% 가량 줄었다. 말그대로 소득이 '반의 반'으로 준 셈이다.

그는 "돌아다니면서 손님 구하는 것보다 그래도 (홍대입구역에서) 대기하는 게 낫다"면서 "금요일이라 평소보다 조금 나을까 싶어서 출근을 서둘렀는데, 역시나 (손님이 별로) 없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비명을 내지르는 것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뿐만이 아니다. 택시들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매일 10만~15만원 가량의 사납금을 내야하는 법인택시 운전기사들은 이를 채우기도 힘겨운 수준을 넘어서 돈을 내면서 무임노동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하소연이다.

11년차 법인택시 기사인 장모씨(60)는 "일주일 중 2~3일은 사실상 무임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납금을 채우기가 빠듯하다는 이야기다. 장씨 설명에 따르면 올 한해 코로나19로 벌이가 들쑥날쑥 했지만 사납금은 전혀 변동이 없었다. 게다가 야간 운행의 경우 사납금이 1만~3만원 가량 많은데, 저녁 손님이 실종되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라는 것이다.

장씨는 "정부에서 '연말 모임 전면 자제' 발표 뒤 강남과 홍대, 신촌, 건대 등 번화가에서도 손님이 영 없다"면서 "근본적인 코로나19 해결방안을 모색해야지, 확진자 치솟으면 '일단 멈춤'하는 게 과연 유일한 대책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4년차 택시기사 조모씨(56)도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뒤 사납금을 채우지 못했다. 그는 28일은 사납금이라도 채우기 위해 평소 출근시간인 오후 5시보다 2시간 가량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럼에도 찍힌 매출은 겨우 1만7000원뿐. "마이너스 운행 중"이라고 조씨는 짧게 말했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잠깐잠깐 쉬면서 먹던 식사도 빵이나 도시락으로 대체됐다. 오후 9시 이후에는 기사식당 등 웬만한 음식점이 문을 닫는데, 야간 운행 시 오후 9~11시에 먹던 식사를 편안하게 하기 어려운 탓이다. 조씨는 검은색 봉지에 싸 둔 빵을 꺼내면서 "나가서 쉬면서 먹을 곳도 없어서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매출이 줄어든 법인에 소속된 택시기사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기사마다 10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택시기사들은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입장이다.

조씨는 "정부도 (택시산업 안정을 위해) 머리 아프게 결정했을 테지만 사납금이 그대로인 상태에서는 바뀌는 게 없다"면서 "사납금 일부감면을 정부에서 협상해 달라"고 당부했다.

6년차 택시기사인 50대 택시기사 A씨도 "택시기사가 대부분 50대 이상 중년층부터 노년층이 많기 때문에 인생 후반부를 위해서 직업에 투신하는 분이 많다"면서 "100만원 지원금은 큰 돈이지만 (택시운전) 어르신들은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당분간이라도 사납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택시는 코로나19에서 안전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씨는 "손님이 타고 내릴 때마다 알코올이 든 티슈로 좌석과 창문을 닦고 있다"면서 말했다. A씨도 손님이 없을 때는 찬바람을 맞더라도 창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면서 환기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금' 홍대입구는 물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ac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