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청와대路] 길어지는 문대통령의 침묵

나흘째 침묵에 갖가지 해석…문대통령이 직접 정리 나서야 지적도
오는 30일 수석·보좌관회의 주재…추-윤 갈등 관련 메시지 낼지 주목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2020-11-28 14:58 송고 | 2020-11-29 21:54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 (청와대 제공) 2020.1.2/뉴스1
문재인 대통령(가운데)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 (청와대 제공) 2020.1.2/뉴스1

침묵도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정지 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감찰결과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고, 나흘이 지난 이날까지도 별다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연일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40%로, 역대 최저치(39%)에 근접했다. 역대 최저치는 지난해 10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가 극에 달했을 때와 지난 8월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왔다. 

야당의 연이은 공세와 지지율 하락에도 문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각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사안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으로선 어떤 언급을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만약 문 대통령이 언급을 내놓을 경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여야의 정치적 논쟁도 더욱 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뉴스1과 통화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도 얼마나 하고 싶은 말씀이 많겠느냐"며 "지금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논란이 되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 참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여기엔 "지금은 나설 타이밍이 아니다"라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갈등 사안에 있어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는 것은 해당 사안의 종결점이 돼야지, 갈등이나 논란을 키우는 시작점이 돼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책 갈등 사안에 있어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정리하거나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요인이 돼 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선 문 대통령의 침묵을 두고 사실상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암묵적 승인 의사를 피력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보고 계통을 통해 헌정사상 초유인 추 장관의 조치를 접하고도 만류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둔 것은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추 장관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아무리 징계청구 등이 장관 권한 내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 것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발표 이후 언론에선 '암묵적 승인', '사전조율 가능성' 등에 대한 보도가 나왔는데, 사전조율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부인한 것과 달리 '암묵적 승인' 해석에 대해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추 장관이 아니었다면 검찰개혁을 여기까지 끌고 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비판 여론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년 가까이 진행된 추 장관과 윤 총장간 갈등을 사실상 방관한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곧바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7%)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44%)보다 4%p 하락한 4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45%에서 48%로 상승했고,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응답자들은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6%)을 가장 많이 뽑은 가운데, '검찰·법무부 갈등에 침묵/방관'(5%)을 새롭게 꼽았다. 한국갤럽은 "두 기관 수장 간 갈등이 한층 격화함에 따라 일부 유권자의 시선이 그들을 임명한 대통령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검찰총장의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긴 하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간 갈등이 이처럼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져 왔다면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어떤 식으로든 정리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이상민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일각에서조차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퇴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2일로 예정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결과를 보고 입장을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징계법상 징계위가 해임이나 면직,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결정한다면 법무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징계를 집행해야 한다. 징계위가 윤 총장의 징계혐의에 대해 감봉 이상 등의 징계를 결정하고 추 장관의 제청을 한다면, 문 대통령이 '나설 타이밍'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추 장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고위 및 중간간부급 검사들은 물론 평검사들까지 반발하면서 ‘검란’ 조짐까지 일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메시지 발신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는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다. 문 대통령의 입에 다시 한번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ayunlov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