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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정체 탄로날까 겁난다…회사 서류에 '조은산' 썼다 아찔"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0-11-27 07:48 송고 | 2020-11-27 09:36 최종수정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을 빌어 진인 조은산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시무7조'는 40만명이 넘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등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 뉴스1

예스러운 말투와 비유를 섞어 맛깔스러운 글솜씨를 보이고 있는 진인 조은산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투견을 내세워 대신 싸우게 한다며 강력 비판했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에 대한 문 대통열의 침묵은 "명령과 다름없다"며 추 장관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40만명 이상이 동의를 나타낸 '시무7조'로 필명을 날렸던 조은산씨는 2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정치에 전혀 뜻이 없고 정체가 밝혀질까 두려운 마음도 갖고 있는 평범한 월급쟁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진보도 아니다는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을 소개했다.

◇ 조은산(좋은 산)은 아명, 형은 조은강…어릴적 이문열 삼국지에 푹, 그래서 글이

우선 조은산씨는 자신의 이름이 자연을 사랑하라는 뜻에서 아버지가 지어주려던 이름으로 아명(兒名· 집에서 부르는 이름)이라고 했다. 그의 형은 조은강(좋은 강)으로 불렸다고 한다.

시무7조와 최근의 한양백서2 등 조선시대 상소문 등을 연상케 하는 예스러운 글과 관련해 조씨는 "글은 취미로 썼을 뿐이며 따로 배운 적이 없다"며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사준 이문열의 '삼국지'를 끼고 살았는데 그게 영향이 있었을까"라고 나름 설명했다.

◇ 대통령은 구경만 하고 추미애 김현미 투견들이 나서 싸워…文 숨어선 안 돼

시무 7조 마지막 청원 '일신(一新)하시라'에서 ​"정치란 백성과의 싸움이 아닌 백성을 뺀 세상 나머지 것들과의 싸움인 바, 폐하께서는 작금에 이르러 무엇과 싸우고 계신 것이옵니까"라고 한 부분과 관련해 조씨는 "대통령은 지금 누구와도 안 싸운다. 투견들만 싸우고 주인은 가만히 구경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도 목소리를 내야 할 땐 내야 하고 뒤에 숨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이 내세운 투견이 누구인지에 대해 조씨는 "부동산 정책실패로 국민 목을 문 사람, 사법개혁 빙자해 검찰 목을 문 사람이다"며 김현미, 추미애 장관이 대통령을 대신해 물고 뜯고 한다고 꼬집었다.

◇ 윤석열 논란에 대한 文의 침묵은 '명령'…사법개혁은 국회의 몫인데 秋가 해도 되는지

현 정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아무런 반응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조씨는 "침묵이 때론 많은 걸 설명한다"며 "대통령 명령과 다름없다"고 대통령의 무언의 지시에 따라 투견이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

또 조씨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가 사법개혁 핵심으로 입법부가 주축이 돼서 할 일이다"라며 "법무장관이 검찰개혁을 위해 뭘 할 수 있거나, 해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으로선 추미애 장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임태주 시인의 글은 정말 아름다워…정청래 박진영은 잔인

조은산씨는 지난 8월말 임태주 시인과 논쟁(조은산의 시무7조-임태주의 백성1조-조은산의 백성1조에 답한다)에 대해선 "임태주 시인과 글을 주고받으면서는 정말 행복했다"며 "나와 생각이 달랐지만, 글이 정말 아름다웠고 논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임 시인을 존경했다.

하지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진영 민주당 부대변인에 대해선 "그분들 말이 너무 잔인해 굳이 끼어들었다"고 했다.

즉 "박 부대변인이 진중권 전 교수를 두고 언급한 '예형'은 목이 잘려나간 인물로 '진 교수 그러다 (예형처럼) 죽어' 이런 말 아닌가. 또 정청래 의원은 금태섭 의원 탈당하면서 덕담 한마디 건네줄 수 있는데도 비꼬는 듯한 글을 썼기에 못 참고 글을 썼다"는 것.

◇ 30대 월급쟁이, 정체 탄로날까 두려움도…익명으로 말하는게 더 진짜.

조씨는 자신에 대해 "대학도 한 학기 다니다 관뒀으며 30대 애 아빠, 평범한 월급쟁이다"고 표현했다.

시무7조로 유명해지는 바람에 "내가 누군지 알려질까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어느 직장 상사가 조은산을 부하로 두고 싶겠나’란 두려움이 컸고 와이프도 무서워했고 ‘밥그릇’이 깨질까 걱정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조은산이라는 필명이 익숙한 때문인지 "회사 서류에 이름 쓰다가 나도 모르게 본명 대신 ‘조은산’이라고 몇 번 썼다"며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글을 내는 이유에 대해 조은산씨는 "비겁한 게 맞고 그렇게 느끼는 사람도 많다"면서도 "내 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시민 입장에서 익명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더 진짜에 가깝지 않나"라는 말로 익명이기에 진짜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노무현 좋아했지만 진보 보수 어느쪽도 아냐, 정치 관심없다

조은산씨는 "글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헛된 욕심 안 부린다"며 정치에 전혀 관심없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성향에 대해선 "노무현 전 대통령 좋아했지만, 굳이 따지면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고 말하면서 "요즘엔 야당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긴 한다"고 그래서 여권 비판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지지하다 민주당 비판하면 '지겹다'고 말하기 전에 그 '지겨운 레퍼토리'가 왜 생겼는지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나"라는 말로 진보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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