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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전세입자 세금 한 푼 안내면서 청구권도 보장되죠?"

전세난에 종부세 후폭풍…부동산 시장 갈등 심화
"고가주택 보증금에 반영" vs "세입자=약자 패러다임 벗어나야"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2020-11-26 06:05 송고 | 2020-11-27 00:07 최종수정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래미안 대치팰리스. © News1

전통적 학군수요로 인해 전세난을 겪고 있는 서울 강남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최근 국세청이 종부세를 고지하면서 20억원이 넘는 고가 전세 세입자에 대한 곱지 않은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가 전세로 살면서 종부세 부담은 물론 각종 증세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임대차법의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고가 주택 집주인에게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지만 종부세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약자'라는 프레임(틀)으로 임대기간과 비용을 보장해주는 것보단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지난달 2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전세 최고가는 지난 8월5일 17억원이었다. 석 달 만에 전셋값이 3억원 이상 뛰었다. 현재 시세는 20억~21억원에 형성돼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지난달 15일 20억원에 거래된 뒤 전용 84㎡ 기준으로 두 번째로 전셋값이 20억원을 넘어섰다. 임대차법 도입 이후 억 단위의 전셋값 인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치동은 인근 우수한 중·고등학교에 배치받기 위해 11월 전까지 전입을 마쳐야 하는 전세시장 특수성이 있다"며 "단순히 전세난의 여파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즉 전세대출을 받지 않아도 현금 동원능력이 된다는 얘기다. 

강남 고가 세입자 일부는 부동산 시장의 투자시기를 가늠해보는 '현금부자'일 가능성도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강남 아파트 세입자를 전세난의 사례로 드는 것 자체가 맞지 않기 때문에 임대차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히려 고가 전세 세입자가 임대차법 혜택을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가 도입되면서 지금부터는 세입자들의 전·월세 거주가 4년간 보장되고 세 인상도 최소 범위로 제한된다.

이를테면 래미안대치팰리스에서 기존 수십억원대의 이상의 비싼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라면 세금 부담에서 벗어난 데다가 법적으로 전세살이도 보호받는다. 10억원을 주고 내집을 마련해도 각종 세금 부담을 지우는데, 수십억원의 여유자금을 전세자금으로 둔 기존 강남 세입자는 임대기간과 비용을 보장 받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10억원대 강북 아파트 소유자는 몇백만원씩 세금을 내야하는데 20억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 세입자는 왜 세금 부담이 한푼도 없다"며 "강남권 자산가들은 전세 산다는 이유로 정부의 증세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등의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임대차법을 손질하든지 1주택에 대한 세금 부과를 조정하거나 거래세를 낮추는 등의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난으로 주거에 직접적인 곤란을 겪고 있는 수혜층이 정작 목소리가 큰 다른 민원층에 가려 피해를 볼 수가 있는 만큼 정부와 여론 모두 전세대책 대상의 적정선을 상정해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개선방안을 구체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세입자=약자'라는 식의 무차별적 지원보다는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고령 은퇴자나 1주택자 등에게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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